제73주년 삼일절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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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小異)를 버리고 대동단결(大同團結)을 1992년 3월 1일 일요일

친애하는 7,000만 내외동포 여러분.


73년 전 오늘 우리 겨레는 나라의 독립(獨立)과 민족의 자존(自尊)을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습니다.

나라를 잃고 가혹한 식민통치(植民統治)에 신음하던 2,000만 동포들이 맨주먹으로 일어나 침략자의 총칼에 맞섰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외친 독립만세(獨立萬歲)는 우리 민족의 자결의지(自決意志)와 높은 기상을 온세계에 전했습니다.

만세의 함성 속에 뭉쳐진 겨레의 힘을 바탕으로 선열(先烈)들은 그해 4월 상해(上海)에 대한민국임시정부(大韓民國臨時政府)를 세워 새나라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나라 안팎의 독립투쟁(獨立鬪爭)도 더욱 치열해졌으며, 국권회복(國權回復)을 위해 민족의 힘을 키우자는 결의도 더욱 굳어졌습니다.

기미독립운동(己未獨立運勳)이 있었기에, 수많은 열사(烈士)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의 자랑스런 나라를 갖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조국의 광복(光復)을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신 애국선열(愛國先烈)의 영령 앞에 깊이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동포 여러분.


우리 선조들은 독립선언서(獨立宣言書)를 통해 겨레가 나아갈 목표와 인류사회가 함께 추구할 불변의 이상(理想)을 밝혔습니다.

선열(先烈)들이 세우고자 했던 새로운 나라는 겨레 모두가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이었습니다.

그것은 민족성원 모두가 창의적으로 자아를 실현하여 다함께 행복을 누리는 문화복지국가(文化福祉國家)인 것입니다.

침략과 강권이 지배하던 그 어두운 시대에 우리 겨레는 정의와 이성에 바탕한 새로운 국제질서(國際秩序)를 예언했습니다.

나라간에 진정한 이해와 공감에 바탕한 평화로운 동(東)아시아, 화합하는 세계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선열들이 고대하던 세계는 모든 민족이 자결을 바탕으로 공존공영(共存共榮)하면서 독창적인 문화창조(文化創造)로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천지(天地)였습니다.

임시정부(臨時政府)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계승된 이러한 이념은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을 밝히는 영원한 빛입니다.

가혹한 식민통지(植民統治)와 해방, 건국과 동족상잔(同族相殘)의 험한 파도 속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이상이 있었기에 길을 잃지 않았고 꿈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피와 땀으로 일구어온 이 나라의 건설과정은 바로 겨레의 염원을 실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전쟁(戰爭)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불과 한 세대 만에 세계 15위의 경제력(經濟力)을 가진 힘있는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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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선언’으로 시작된 민주화(民主化)는 갈등의 권위주의(權威主義) 시대를 종식하고 자유의 활력이 넘치는 민주주의(民主主義) 새 시대를 열었습니다.

갈라진 세계를 화합의 한마당에 모은 서울올림픽은 우리 겨레의 평화주의(平和主義)가 이룬 불멸의 금자탑입니다.

불신과 반목의 냉전질서를 스스로 뛰어넘은 우리의 북방정책(北方定策)은 인류공존공영(人類共存共榮)의 이상을 앞장서 실천한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43년 만에 유엔의 회원국(會員國)이 되었습니다.

20세기 초 남에게 외교권을 빼앗긴 이래 국제사회(國際社會)에서 당당한 발언권을 가진 나라가 되는 것은 겨레의 오랜 소망이었습니다.

작년 떳떳한 회원국의 국가원수(國家元首)로 유엔 연단에 다시 섰던 저는 겨레의 바람이 실현된 역사의 진전에 대해 깊은 감회를 느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의 모든 나라와 교류협력(交流協力)하고 인류의 평화(平和)와 번영(繁榮)에 적극 기여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막혔던 북방대륙의 길이 트인 우리나라는 이제 중국(中國)과 러시아. 일본과 미국을 오가는 한복판에 위치하여 태평양시대(太平洋時代)를 주도하는 이 세계의 중심국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3·1운동의 불꽃이 압제에 신음하던 다른 약소민족(弱小民族)에게 용기를 주었듯이, 우리의 번영과 민주주의는 세계의 개발도상국(開發途上國)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동포 여러분.


고난의 역사를 살면서 우리 선조(先祖)가 만들고자 했던 나라… 온 겨레가 한 나라로 사는 통일조국(統一祖國), 모두가 자유 복지를 누리는 민주(民主) 선진국(先進國)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피땀흘려 이룬 민주주의(民主主義)와 번영의 힘이 반세기 동안 남북을 갈라온 대결과 불신의 벽(壁)을 허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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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南)과 북(北)이 유엔에 함께 들어가고 ‘기본합의서’와 ‘비핵화선언’을 체결함으로써 한반도는 어두운 냉전의 시대를 벗어나 민족화해(民族和解)와 통일(統一)의 밝은 새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3·1운동에서 선열들이 외친 민족자결(民族自決)의 정신은 통일만은 반드시 겨레의 자주적인 역량으로 이루겠다는 우리의 굳은 결의 속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이제 남과 북은 ‘합의서’와 ‘선언’의 내용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 민족공동체(民族共同體)를 회복하고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이 합의와 선언을 성실히 준수하고 실천해 나갈 것임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밝힙니다.

나는 북한(北韓)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성실한 자세로 이를 실천하는 데 함께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특히 겨레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핵무기(核武器) 개발과 관련하여 북한은 하루속히 국제사찰(國際査察)을 받아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3·1정신(精神)은 나라를 위하여 모두가 하나가 되는 정신, 겨레를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치는 희생정신입니다.

서울의 지식인에서 시골의 이름없는 아녀자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빈부귀천(貧富貴賤)을 떠나 온 겨레를 하나가 되게 한 애국열정과, 온갖 고문·악형에도 굴하지 않았던 그 기개는 우리에게 언제나 뜨거운 감동을 줍니다.

오로지 조국의 광복을 위한 한마음으로 만주와 시베리아, 중국(中國)과 미주(美洲)에서 우리 선열(先烈)들은 온갖 고난을 이겨냈습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통일과 선진국으로 오르는 마지막 고비에서 우리 모두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소이(小異)를 버리고 대통단결(大同團結)하고, 대의(大義)를 위해 소아(小我)를 버려야 합니다.

우리 선열들은 스스로를 꾸짖고 다듬기에 바쁘기 때문에 누구를 허물할 겨를이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남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합니다.

우리 앞에 닥친 선거(選擧)를 깨끗하고 공명하게 치러 참된 민주주의(民主主義)를 이루는 일을 내가 먼저 실천해야 합니다.

더 아끼고 보다 열심히 일하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는 일에 내가 먼저 행동으로 나서야 합니다.

선열들이 몸바쳐 지킨 높은 뜻을 오늘의 우리가 완수하여 다가오는 2000년대를 한민족(韓民族) 영광의 세기로 만들어 나갈 것을 다함께 다짐합시다.

오늘, 뜨거운 애국열정으로 기미독립운동(己未獨立運動)에 참여하시어 고귀한 희생을 치르신 많은 분들께 뒤늦게나마 독립유공(獨立有功)의 포상을 드리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하며, 국내외에 계신 모든 광복지사(光復志士)와 유족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1992년 3월 1일 대통령 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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