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주년 삼일절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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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 2001년 3월 1일 목요일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우리 민족의 독립과 영광을 되찾으려 궐기했던 3.1독립운동 제82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이 뜻깊은 날, 저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희생하셨던 선열들의 위대한 뜻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리고자 합니다.

3.1운동은 우리 민족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던 거국적 투쟁이었습니다. 선열들은 나라를 빼앗긴 최대의 국난에 처해서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3.1운동을 비롯한 선열들의 독립투쟁은 세계에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많은 특징을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일제 강점기간 동안 국내에서는 물론 시베리아, 만주, 중국대륙 등 국외에서 하루도 멈추지 않고 투쟁한 점입니다. 세계 어느 식민지 독립투쟁 역사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3.1운동을 이어받아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 이래, 해방되어 귀국할 때까지 그 법통과 간판을 지켜냄으로써 민족자주독립이라는 민족자존의 의지를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선열들은 국권상실의 위기에서도 역사를 한단계 발전시켜냈습니다. 3.1운동의 영향으로 수립된 임시정부는 왕정복고를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민주주의를 기본이념으로 하는 민주공화국 수립을 지향했던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국권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하나로 굳게 뭉쳤습니다.

82년전 3월 1일 그 날,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남녀노소가 없었고, 상하귀천도 없었으며, 좌우 사상의 차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며, 민족 자존의 의지를 결코 굽히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위대한 민족적 저력이 바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저는 확신하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열들에게 한없는 감사와 찬양을 드려 마지않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금 국내외의 여건으로 인하여 국민 여러분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한번 굳게 뭉쳐 민족적 저력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오늘의 어려움을 능히 극복하고, 지식과 정보가 세계를 움직이는 21세기에는 세계 선두국가로서 당당히 나설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해 마지않습니다.

저는 그러한 확신과 소신을 가지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40여년 동안 쌓여왔던 잘못된 관행과 제도, 그리고 부실을 제거하는 국정의 대혁신을 추진해왔습니다.

아직 그 과정은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이루어냈습니다.

한국은 이제 전세계로부터 민주인권국가로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언론자유와 노동3권이 완전히 보장되었습니다.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모든 집회와 시위와 결사의 자유가 제한없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여성지위가 크게 향상되었고, 시민운동이 놀랄만큼 활성화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단독으로 처리하던 일들을 이제는 국민과 정부가 힘을 합해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금부터는 개혁의 내실을 기해나가는 작업을 하나하나 실천해가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이룩해온 민주인권국가를 더한층 성숙시키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결코 이기주의나 무질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무시하고 남의 자유와 권리를 해치는 일이 용인될 수 없습니다.

지역주의와 집단이기주의 또한 배격되어야 합니다. 이는 오직 나라를 병들게 할뿐이며, 우리 손으로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입니다.

저는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민주주의의 원칙아래 법과 원칙이 엄정하게 준수되는 사회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아울러 불합리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법과 제도는 적극 개혁해야겠습니다. 저는 국가보안법, 인권법, 반부패기본법 등 각종 개혁입법들이 국민 여러분의 충분한 동의 아래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꾸준히 추진해온 4대 개혁으로 한국경제는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정경유착이나 권력의 금융 간섭은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부실 투성이던 금융기관들이 거듭나고 있으며, 대기업들의 부채가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마이너스였던 경상이익률도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런 구조개혁의 고통 가운데 지난해에는 9%의 성장과 1,700억 달러의 수출, 12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이미 우리는 세계 5대 외환보유국이 되었으며 세계 일곱 번째의 순채권국가로 발돋움했습니다.

이제는 상시개혁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금까지가 응급수술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병의 재발을 막고 건강을 되찾기 위한 자기관리 과정이어야 합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자동적으로 퇴출되어야 합니다. 시장 안에서 부실과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합니다. 공공부문 역시 민간을 앞서갈 수 있는 경쟁력을 지녀야 하며, 노사는 항상 기업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지식기반경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를 앞서 갈 수 있는 지적 능력과 문화창조력이 있습니다.

21세기 세계일류경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은 정보산업과 생명산업과 같은 지식산업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전통산업 역시 지식정보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그 가능성을 세계에 보여주었습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전국적인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완성한 것이라든가, 인터넷 사용 국민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작년 정보통신 관련산업의 총생산은 133조원에 달했습니다. 이 분야의 수출 또한 전체의 29.5%인 510억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식기반 경제강국, 세계일류경제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국가적, 국민적 실천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개혁의 과정에서 중산층과 서민 여러분의 어려움이 참으로 컸음을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적 복지정책을 통해 선진복지제도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만약 그동안 마련했던 국민기초생활 보장제도가 없었다면 인원감축과 같은 구조개혁 역시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울러 전국민 연금제도를 실현했으며, 실업급여를 확대함으로써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왔습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대상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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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ILO는 우리 한국을 대량실업 대처의 모범사례로 선정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복지는 OECD 국가 가운데에서도 중상위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사회안전망이 더욱 내실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물가를 철저히 관리하고 일자리 창출에 만전을 기하는 등 중산층과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데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현재 전국적인 주택개량사업과 임대주택 건설 등에 정책과 예산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금년중에 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서 실업률을 3%대로 안정시킬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해는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역사적인 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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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이후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천명함으로써 대결과 불신의 반세기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으로 나아가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의 안보태세를 더욱 굳건히 하는 것입니다. 한.미 연합방위태세 또한 확고하게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미.일 3국 공조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하며, 중국.러시아와의 우호관계를 확고히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지금 북한은 변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개혁.개방을 향한 북한의 변화 노력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고, 경의선 복원이 완공되면 남북관계에는 엄청난 진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저는 7천만 민족의 저력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남북 화해협력 노력은 국민 여러분의 뜻을 받들어 일관되게 추진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당부드립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지난 98년 10월 저의 일본 방문 때, 한.일 양국은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고 앞으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해가자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 후 이루어진 사회교류 등 여러 분야에서의 비약적인 관계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저는 일본이 이와 같은 합의정신 아래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인근 나라들과 미래지향적 우호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기대합니다.


국민 여러분, 올해는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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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되고 가을이면 경의선이 연결됩니다. 부산항이 세계 제3의 컨테이너 항구로 부상했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도 연말까지 완공됩니다. 우리나라가 바다와 육지와 하늘에 걸쳐 동북아시아의 물류와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희망이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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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오늘의 일시적 어려움을 재도약의 기회로 바꾸려는 용기입니다. 자신감입니다. 다시 한번 3.1운동과 같은 민족적 저력을 보여줄 때입니다.

정부와 국민 여러분이 힘을 합쳐 추진해 온 지난 3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내실을 다져나간다면 우리에게 21세기는 분명 국운융성의 새 시대가 될 것입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전진의 발걸음을 잠시도 멈추지 맙시다. 20세기초의 뼈아픈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 다함께 후손들에게 영광되고 찬란한 미래를 물려주는 자랑스러운 조상이 됨으로써 3.1정신을 계승하고 선열들의 희생에 보답합시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다시금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1년 3월 1일 대통령 김 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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