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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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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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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체육관, 오전 11시 1978년 12월 27일 수요일


친애하는 5천만 동포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대망의 80년대를 눈앞에 바라보면서 역사의 새 장이 펼쳐지는 이 순간에 우리는 민족 웅비의 부푼 꿈과 새로운 결의를 다짐하며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온 국민의 집념과 땀이 어린 이 보람찬 중흥의 창업 도정에서, 개발의 60년대와 약진의 70년대에 쌓아올린 빛나는 금자탑이 있기에 내일의 우리에게는 부강한 선진 한국의 웅장하고도 자랑스러운 모습이 뚜렷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우리가 도전하는 80년대는 새 역사 창조를 향한 자신과 긍지에 가득찬 웅비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다가오는 연대야말로 기필코 고도 산업 국가를 이룩하여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참여하고, 번영과 풍요 속에서도 인정과 의리가 넘치는 복지 사회를 이룩해야 할 시기입니다. 이제까지 축적된 민족의 힘과 슬기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우리 역사상 다시 한 번 민족 문화의 개화기를 맞이하는 위대한 연대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숙원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에 획기적인 진전을 성취함으로써 유구한 역사 속에 연면히 이어온 민족사의 정통성을 드높이고 평화와 안정과 번영을 향한 인류 역사의 진운에 적극 기여해야 하겠습니다.

이처럼 장엄한 민족사의 분수령에서 제9대 대통령의 무거운 책무를 맡게 된 나는,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온 국민과 더불어 항상 고락을 같이 하면서,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엄숙한 소명을 받들어 헌신할 것을 조국과 민족 앞에 굳게 맹세하는 바입니다.


국민 여러분!


어느 국가든, 그 국가가 지향하는 목표가 뚜렷하고 이상이 원대하며, 이를 성취하겠다는 국민의 강인한 의지와 단합된 힘이 있어야만 융성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엄연한 역사의 진리입니다.

돌이켜보면 6.25 동란 후 빈곤과 침체, 체념과 무기력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우리는 60년대 초 용약 기사회생의 전기를 잡고 일어났습니다.

국정의 모든 면에서 차츰 활기와 질서를 되찾으면서 자력 갱생의 뚜렷한 목표를 세워 힘찬 발걸음을 재촉해 왔습니다.

우리도 남부럽지 않게 떳떳이 잘 살아 보겠다는 불굴의 집념과 의지, 그리고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길이 보람된 유산을 물려주어야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우리는 땀흘려 일하고 또 일해왔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에 우리 사회에는 엄청난 변혁을 가져왔습니다. 상전벽해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조국 근대화를 위한 민족의 대행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힘차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6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통적인 농경 사회였던 우리나라가 이제 중화학 공업국가로부터 다시 고도 산업 사회로 이행해 가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용품까지 우방의 원조에만 의존하던 우리 경제가 이제 거의 자립 단계로 도달했고, 소총 한 자루 우리 손으로 만들지 못하던 우리나라 방위 산업이 이제 국산장거리 유도탄 시대의 막을 열게 되었습니다.

70년대 초부터 우리나라 농촌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새마을 운동은, 그 동안 온 국민이 근면·자조·협동의 정신 혁명을 수행하고, 유신적 국정 개혁으로 국민 총화와 능률의 극대화를 이룩하여 국력 배양을 가속화할 수 있는 확고한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우리 대한 민국은 한민족의 엄청난 저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도 성장을 거듭하여 자립 경제와 자주 국방의 터전을 굳게 다지면서 바야흐로 세계 속의 한국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국력은 북한을 제압하게 되었습니다. 조용히,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들이 걸어온 고난과 시련의 도정을 뒤돌아 볼 때에 참으로 만강의 감회를 누를 수가 없습니다. 이 위대한 한국민의 발자취에 대하여 나는 무한한 긍지를 느끼면서 국민 여러분에게 뜨거운 치하와 감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부터 우리가 가야 할 앞길도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열강의 움직임은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국제 권력 정치의 유동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곳에서는 새로운 분규와 충돌의 불씨가 가시지 않고 있으며, 한반도의 주변 정세에도 미묘한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시련을 예감케 하는 바 있습니다. 우리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지고 국력이 세계로 뻗어감에 따라 무역, 자원 문제 등 국제 경쟁면에서 새로운 장벽과 도전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이 향상될수록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이에 비례하여 급격히 상승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이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하고 우리 마음 속에 싹트기 쉬운 자만과 안일과 사치와 낭비 등 우리 내부의 도전에도 과감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슬기와 용기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우리에게는 잠시의 방심도 허용될 수 없으며, 하물며 주변 정세에 대한 아전인수격인 안이한 관측은 금물입니다.

그 어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필경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주인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란 것, 이것을 잊지 맙시다.

의젓한 한국민의 자주성과 국력을 바탕으로 내외 정세의 어떠한 변화와 도전에도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여유있게 대처해 나가면서, 세계 모든 나라들과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데 그들과 더불어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선조들은 거듭된 국난에도 굴하지 않고 도리어 이를 분발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불사조처럼 떨치고 일어났습니다.

통일 신라나 세종대왕 때와 같이 국운이 융성하고 민족의 기상이 드높았던 시대를 자랑스러이 회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역사와 전통과 문화의 뿌리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민족 중흥을 구현하기 위하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우리의 중요 정책 지표를 앞으로도 계속 완전 자립 경제의 달성, 자주 국방 태세의 확립, 사회 개발의 확충, 정신 문화의 계발에 두고 온 국민과 더불어 총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나는 분단된 국토를 평화적으로 통일하여 민족 중흥의 새 역사를 창조하는 데 신명을 바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는 그 동안 이룩한 발전의 여세를 몰아 하루빨리 부국 강병의 기틀을 반석같이 다져야 하겠습니다.

자립 경제와 자주 국방은 자주성 확립의 기초인 동시에 평화와 번영의 기반입니다. 우리는 중화학 공업을 바탕으로 한 고도 산업 사회를 건설하고 과학 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하여 고급 두뇌 배출을 위한 교육에 가일층 힘을 쓰는 한편, 도시와 농촌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온 국민의 투철한 호국 정신과 적극적인 협조로 철통같은 총력 안보 태세를 확립하고, 날로 발전하는 방위 산업으로 명실 공히 자주 국방을 실현할 것입니다. 전래의 미풍인 근면·협동을 바탕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우대를 받고 보람 을 누릴 수 있게 하며, 저마다 자질과 능력을 살릴 수 있도록 사회 개발 정책을 계속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이 밝고 보람찬 생활 환경에서 고루 잘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국민 생활의 미래상입니다. 건전한 국가와 건전한 사회의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건전한 국민 정신과 사회 기강의 확립입니다.

조상이 물려준 문화 전통과 정신 유산을 알뜰히 보전하고 창조적으로 계발하여 격조높은 민족 문화를 꽃피우는 데도 역시 건전한 사회가 바탕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수려한 금수강산의 보금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풍요하고 품위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후손 대대에 물려 줄 자랑스러운 유산일 뿐 아니라 인류 공영에도 이바지 하는 길이 되는 것입니다.

이 벅찬 과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질서있는 자유의 바탕 위에 우리 문제 해결에 효율적인 정치 제도를 착실하게 다지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각계 각층의 국민들이 저마다 창의와 헌신으로 국가 발전에 적극 참여하는 깨끗하고 생산적인 민간정치가 국민 생활 속에 뿌리내리도록 더욱 힘써야 하겠습니다.


내외 동포 여러분!


우리의 국력이 모든 분야에서 이만큼 신장했고, 또한 앞으로 중단없이 전진할 방향과 목표가 뚜렷한 이상 민족적 숙원인 조국의 통일 문제도 필연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결국은 북한측이 우리의 제의를 받아들여 대화의 자리에 나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도도히 흐르는 민족사의 주류에서 볼 때, 한때의 외래적 이단에 불과한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언제까지나 5천만 겨레의 한결같은 소망을 거역하고 방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 동안 참기 어려운 일들을 수없이 견뎌내면서 와신상담 힘을 길러 온 것도 벌써 30여 년을 남북으로 분단된 채 살아온 겨레의 한을 하루라도 앞당겨 풀어보자는 일념에서 입니다.

나는 북한측에 대화의 문을 언제나 열어 놓고 기다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의 막강한 국력 배양만이 평화 통일의 지름길임을 확신하고, 이를 위해 앞으로도 온갖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나갈 것을 거듭 다짐하는 바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필코 이 땅에서 전쟁의 그림자를 몰아내고 평화를 굳건히 정착시켜 통일 조국 구현을 위한 획기적인 연대를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는 유구한 민족사에서 오늘이 차지하는 위치를 지켜보면서, 영광된 민족의 대행진을 이끌어 나갈 엄숙하고도 막중한 책임을 절감하며, 다시금 온 국민의 아낌없는 협조와 분발을 당부하고자 합니다.

불과 수년 전 우리가 체제를 정비하여 세계적인 유류 파동과 인도지나 반도가 적화된 직후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굳센 단결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 모두 방방곡곡에 세차게 메아리치는 개혁과 창조와 전진의 우렁찬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면서, 격동과 시련을 겪고 있는 오늘의 세계 속에서 한민족의 찬연한 횃불을 밝힙시다.


1978년 12월 27일 대통령 박 정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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