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독립의 당위성 외/일본 고관들과의 대담
- 다나카
우리 일본은 천하무적의 막강한 3백만 병력이 있다. 해군 함대는 사해를 휩쓸고 있다. 조선은 일전할 용기가 있는가? 만일 조선인들이 끝까지 반항하면 2천만 정도의 조선인쯤은 일시에 없애버릴 수도 있다.
- 여운형
그대도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삼군지수(三軍之帥)는 가탈(可奪)이언만 필부지지(匹夫之志)는 불가탈(不可奪)이라(‘3군의 장수는 빼앗을 수 있어도 필부의 뜻은 빼앗을 수 없다’는 뜻)’는 말의 참뜻을 알 것이오. 2천만 명을 일시에 다 죽일 수도 있고 여운형의 목을 벨 수도 있을 것이오. 그러나 2천만 명의 혼까지 죽일 수는 없을 것이고, 여운형의 마음까지 벨 수는 더욱 없을 것이오. 하물며 여운형이 지닌 굳은 조국애의 일편 단심과 독립정신까지 벨 수야 있겠소?
- 다나카
조선은 자치를 하여 일본과 손잡는 것이 제일 현명한 일이다. (중략) 조선이 일본과 손잡으면 부귀를 누릴 것이요, 그렇지 아니하면 무자비한 강압이 있을 뿐이다. 만세 부르는 일 하나로 독립이 되겠는가? 또 일본이 이를 허락할 줄 아는가?
- 여운형
연전에 파일스타라는 배가 대서양에서 물위에 십분지일 밖에 아니 나온 빙산덩이를 작다고 우습게보고 물속에 든 10 배 이상의 큰덩이가 잠겨 있는 것을 생각지 않고 돌진하다가 빙산에 부딪혀 배가 침몰하고 말았다. 조선인이 부르짖은 독립운동 만세는 물위에 나온 작은 부분의 빙산이다.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무시하면 세계 인류의 정의에 부딪혀 일본은 망할 것이다.
- 다나카
일본이 망하면 동양 전체가 다 망한다.
- 여운형
조선 속담에 초가삼간이 다 탄대도 빈대 죽는 것이 시원하다는 말이 있다. 동양이 다 망해도 일본이 망하는 것을 통쾌히 생각하는 것이 우리 조선민족의 솔직한 심정이다.
- 다나카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 여운형
일본은 남방의 손문과 악수하라.
- 다나카
우리 일본은 북방의 단기서, 장작림과 악수한다.
- 여운형
자라나는 남방의 손문과 손잡지 않고 무너져 가는 북방의 수구파와 손을 잡는 것은 일본 정책의 큰 오류다.
- 유히
그대가 자치운동을 원치 않거든 청도로 와서 일중 양국의 조화를 위하여 일을 해주기 바란다.
- 여운형
일본이 침략근성을 버리지 않는 한 어떤 사람이 간다 해도 중일양국의 조화란 바랄 수 없다.
- 미즈노
그대는 조선을 독립시킬 자신이 있느냐?
- 여운형
그대는 조선을 통치할 자신이 있느냐? 지난번 경성역에서 강우규 동지의 폭탄이 얼마나 무서웠더냐? 일본이 조선을 합병한 것은 동양 평화를 파괴한 것이오.
- 노다
솔직히 말하면 그대의 하는 일은 쓸데없는 짓이다. 조선을 합병한 것은 일본이 살기 위한 것이다. 조선을 내놓으면 일본은 죽는다. 일본의 생사가 달린 조선을 일본은 그대로 내놓을 수 없다. 그대의 일은 망상이다. 그대의 연설이 아무리 웅변적이고, 그대의 이론이 아무리 철저하여도 일본은 조선독립을 승인할 수 없다. 조선이 독립을 하려거든 실력으로 싸우라. 생명을 희생해서 찾으라. 거저는 안 준다.
- 여운형
내가 동경에 와서 오늘까지 낙망했다. 아무것도 볼 만한 것이 없어서 헛걸음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더니, 오늘 이 자리에서 비로소 인물을 하나 발견한 것이 내가 동경에 온 소득이다. 그대는 과연 인물이다. 일본인 중에 오직 그대가 인간적이요, 양심적인 거짓없는 참말을 하였다. 내 마음이 상쾌하다.
- 노다
(고개를 흔들며) 내가 밑졌다.
(―이만규,《여운형투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