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독립의 당위성 외/해방의 날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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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족 해방의 날은 왔다.

어제 15일에 원등이가 나를 불러가지고 “과거에 두 민족이 합하였던 것이 조선에게 잘 잘못은 다시 말하고 싶지 않다. 오늘날 나누는 때에 서로 좋게 나누는 것이 좋겠다. 오해로 피를 흘리고 불상사를 일으키지 않도록 민중을 지도하여 주기 바란다”고 하였다.

나는 다섯 가지 조건을 요구하였다. 첫째, 전 조선의 정치범, 경제범을 즉시 석방하라. 둘째, 집단 생활지인 경성의 식량을 8, 9, 10, 3개월분을 확보하라. 셋째, 치안유지와 건설사업에 아무 구속과 간섭을 말라. 넷째, 조선에 있어서 추진력이 되는 학생의 훈련과 청년의 조직에 간섭을 말라. 다섯째, 전 조선에 있는 각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우리 건설사업에 협력시키며 아무런 괴로움을 주지 말라. 원등이는 이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수락하였다.

우리 민족해방의 제1보를 내디디게 되었으니 우리가 지난날에 아프고 쓰렸던 것은 이 자리에서 다 잊어버리고 이 땅에다 합리적, 이상적 낙원을 건설하여야 한다.

이때 개인의 영웅주의는 단연 없애고 끝까지 집단적으로 일사불란의 단결로 나아가자! 머지않아 연합군 군대가 입성할 터이며, 그들이 오면 우리 민족의 모양을 그대로 보게 될 터이니 우리들의 태도는 조금도 부끄럼이 없이하자.

세계 각국은 우리들을 주목할 것이다. 그리고 백기를 든 일본의 심흉을 잘살피자. 물론 우리는 통쾌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에 대하여 우리들의 아량을 보이자. 세계문화 건설에 백두산 밑에서 자라난 우리민족의 힘을 바치자. 이미 전문, 대학, 중학생의 경비대원은 배치되었다. 이제 곧 여러 곳으로부터 훌륭한 지도자가 들어오게 될 터이니 그들이 올 때까지 우리는 힘은 적으나마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만규,《여운형투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