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여성들의 밟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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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조선 여성들이 이 환경을 무시치 못하는 한계 내에서 어떤 동일한 목표를 향하여 가는 이 과정 위에서, 혹은 부분적으로나 혹은 종합적으로나 어떠한 길을 밟아 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하여 떳떳한 일이냐고, 뜻을 같이하고 있는 우리 조선 여성들에게 물어보기 위하여 나의 의견 몇몇을 표시한다.

무론 가정 내에서 남성을 도와 일가의 평화와 단락을 도모하며 자녀를 길러 우리 사회에 굳센 일꾼을 보내는 것이 여성의 공통적 ․ 천부적 책임이지만 우리 사회에 결함이 많으니 만큼 우리 조선 여성의 특수한 사명도 있을 것이다.

일가가 사회의 일부분이며 따라서 자기 몸은 무론 사랑하는 남편과 자녀가 사회와 이해 휴척을 같이하는 이상 우리 여성들도 이 사회에 대하여 관심치 아니할수 없을 것이다.

사회라 하면 남성들이나 활동할 무대로 알고 여성들은 가정에서 밥이나 짓고 아이나 기르는 것으로 아나, 아이 기르고 밥 잘 짓고 못하는 것도 가정에 큰 문제인 동시에 적지 않은 사회의 문제도 될 것이다. 그러면 가정과 사회는 한 큼직한 융합체요, 따라서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회문제라는 현격이 없다는 의미로 양방을 구별할 것 없이 몰아 합쳐, 이 과정에 올라앉은 우리 조선 여성의 할 일과 사명이 대체 대관절 무엇인가를 물어보고자 한다.

이같이도 혼돈되고 처참한 우리 사회에서 우리 여성들이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가장 제일 급선무라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간단히 써보고자한다.

독서, 이것이야말로 더욱 우리 여성들에게 필요하다. 매일 신문이나마 빼지말고 보아야 되겠다. 더 나아가 잡지나 서적 같은 것이라도 보아야 되겠다. 그래야만 아내로서 남편을 밀고 나아갈 힘도 생길 것이며 자녀의 손목을 끌고 뛸 용기도 생길 것이 아니냐? 독서를 못하면 사색이 천박하며 따라서 남편에게도 진실한 사랑을 못하고 완롱물에 지나지 않는 인격적 멸시를 당할 것이다. 짬짬이 독서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노노(呶呶)치 않아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우리 조선 여성들은 자기만 아는 것으로 그냥 멎어지지 못할 특수한 사명을 가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글 보급의 사명이 이것이다. 우리 조선 여성 중 한글 아는 사람이 몇 할 가량 되겠느냐 하면 대게 추측해보건대 백인 중 오인이 될까 의문이다. 그러면 우리 한글이나마 아는 여성들은 일인당 이십인씩 한글을 배워주지 않으면 안 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각오하고 겨울 긴긴 밤에 근처 부녀자들을 자기 집에 모아놓고 배워주어야 할 사명이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도루 를 무론하고 (都鄙) 나날이 경제의 파멸을 초치하고 있는 이때이다.

물산장려의 관념이 퍽 필요한 것으로 믿는다. 될 수 있는 대로 우리들이 만든 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요새 미곡 폭락으로 백미 1두 6,70전 하는 이 때이니 남편에게 대하여 술 담배의 절약을 종용하는 것도 우리 여성들의 의무이며 크림, 백분, 향유 등을 폐지할 것도 우리 조선 여성으로서 당연한 사명이다. 인도 간디 부인은 반영운동의 제일보로 사차(絲車)를 가지고 기직(機織)방법을 인도 부녀들에게 전습실시 한다고 들었다. 경제의 파멸을 당하는 것이 오히려 갱생의 전징이 된다고 혹인은 말할는지도 모르나 그것도 어느 정도까진 줄로 생각된다. 정도를 넘치면 파멸로부터 멸망으로까지 들어갈 것이니 나는 이 이상의 우리 사회의 경제적 파멸을 두려워하는 의미로 인도의 간디부인을 전형으로 취하고 싶다.

우리 조선 여성들이여! 여성이라고 자포자기할 것이 아니다.

여성의 힘이 위대한 것은 점점 일반에게 공인되어오지 않느냐. 잠자는 우리 조선 남성들은 우리 여성의 외침에 사자같이 뛰어 나갈 것을 자신하고 있다. 우리들이 이 과정에서 밟을 길은 전술한 바이나 일반적으로 가정을 개혁할 힘이 여성들에게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정 내의 생활을 개신하여 효용 시간을 연장시켜 이상의 길을 같이 밟자.

이것이 곧 사회의 개혁이 될 것이며 우리들의 생명의 촉망도 여기서 얼마간 엿볼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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