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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성/제2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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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의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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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여름이 지나고 가을 철로 접어 들었다. 인숙은 고만 되는대로 되어라 하는 태도로 학과복습과 바누질판에 박은듯한 무료하고 고달픈 생활을 계속하였다. 찾어와서 오 해를 풀겠다든 남편은 그뒤로도 그림자쪼차 비치지않고 배 는 다달이 불러와서 오일무명으로 아무리 졸라매어도 남의 눈에 띠울만치나 뚱뚱해졌다.

(내가 무슨 음행을 했나. 숨길게 뭐냐) 하고 동급생들이

"이인숙이가 아이를 배었대"

는 소문을 퍼트려도

"애밴 사람은 공부못하나"

하고 천상천하에 부끄러운 것이 없다는 듯이 천연 스럽게 대답을 하였다. 교장이나 선생들은 인숙의 사정을 대강 짐 작하는 터이라 조금도 그들앞에 머리를 들지 못할 까닭은 없어도 나이 어린 학생들이 놀리는 것은 듣기가 싫였다. 그 렇것만 (몇달아니면 졸업을 할걸) 하고 참고 지냈다.

봉환은 한번 들여다 보기는커녕 집에 있기가 모든 것이 불 편하다고 멀ㅅ지감치 동대문 밖에 남의집 사랑채를 얻어가 지고 나가서 밥지어주는 어멈 하나를 다리고 지낸다는 소문 을 들었다. 모든 것이 불편하다는 것은 다른게 아니라 여자 들이 자유로히 출입을 하기가 불편하다는 것으로 봉희가 해 석하는것이었다.

용환은 신문사의 공금을 횡령하였다는 죄명으로 징역살이 를 하게된 눈치를 채고 해외로 도망을가고 ××궁은 채채 떼 어 팔어서 반이나 헐렸는데 집장사들이 집을 짓느라고 뚝딱 거리는 소리에 근처가 요란하다. 문밖에 별장도 남의 손에 넘어가서 주인식구는 산정과 별당으로 옮기고 아직도 성한 것은 사당채 하나뿐이라 사실 봉환은 거처할곳이 없기도 하 였다.

이래저래 인숙의 고민은 아주 만성이 되어버려서

"새언니 오빠가 그 장보배라는 음악선생 허구 어깨를 겼구 댕기는걸 내눈으로도 몇번이나 봤는데 둘이 연애를 헌다는 소문이 파다허겠지"

하는 봉희의 보고를 들어도 심상하였다. 시기라든지 질투 라든지 하는것도 사람이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이요 사 랑하는 도수가 높을사록 남편이나 안해를 의심하고 샘을 하 는 정도도 심각해 간다지만 인숙은 그런말을 듣고도 남의 일같이 마음속에 조그만 물결도 일지않는 것이 도리혀 이상 할 지경이었다.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하든지 그만치 내게도 자유가 있다"

하고 도리혀 제몸의 홀가분함을 느낄 따름이었다.

그러는 동안 요사이 인숙은 뱃속에서 사지를 버둥거리는 듯이 제법 유표하게 놀기 시작한 조그만 생명에 대해서 차 츰차츰 애착을 느꼈다. 그감정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하든 모성애로 변해가는것이었다.

"동기가 신성치못하고 씨가 나쁘드래도 아직까지 별로히 이상이 없이 커가는 것을 보면 뜻밖에 성한 혈육을 얻을는 지도 모른다. 적당치 못한 때에 좋지못한 종자를 뿌렸다고 그 싻이 나지 않을리는 없다. 잘 걸음을 하고 북을 돋아주 면 다른 곡식과 같이 싱싱하게 자랄수가 있겠지"

하고 모든 희망을 뱃속에서 꼬물거리는 어린것에다 부쳤 다. 가끔 허의사에게 가서 진찰도 해보고 태아에게 좋다는 약을 얻어다 먹고 바누질품을 판돈으로 이따금 제입맛에는 맞지 않는 음식을 사다가는 어린것의 영양을 위하야 억지로 먹기도 하였다.

"아비없는 자식이면 어때. 민적에도 못올리고 사생자가 된 대도 무슨 상관이 있어. 어미가 낳어서 길은 자녀를 아비의 것을 만드는 것은 남자들 끼리만 만든 법률의 잘못이지. 웨 제뱃속으로 낳어서 저 혼자길른 자식을 남에게 바친담"

하고 인숙은 누가 무어라든지 어떠한 경우를 당하든지 장 차 나올 어린 것은 제손에서 내놓지 않으리라 하였다.

연약한 여자의 손으로 여봐란 듯이 키우고 의로운 제몸을 다만 하나인 혈육에게 의지하고 모-든 세상 근심을 어린것 의 성장을 보는 재미로 잊으리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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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가을 깊어가는 한밤중에 인숙은 외롭고 고달 픈 벼개머리에서 몇번이나 우수수하고 뿌리는 뒷결에 낙엽 소리를 들었다.

모든 것이 쓸쓸하고 신산한 것이 행습이 되었것만 그래도 절기가 바뀜을 따러 (아이고 얼마 안있으면 겨울이 닥처 오겠구나) 하는 탄식이 저절로 입을 새여 나왔다. 그러면서도 섯달 그믐께가 되면 어린애들이 '이틀밤만 자면 하루밤만 자면' 하고 손가락을 꼽으며 때때옷을 입을 설날을 기다리듯 이 인숙은 (인젠 몇 달밖에 안남었는데......) 하고 몸을 풀 날ㅅ자를 꼽아보았다. 그와동시에 뱃속에서 인제는 제법 꿈틀거리고 어떤때 무심이 앉었노라면 심술난 아이놈이 주먹으로 창호지를 뚫고 발길로 바람벽을 거더차 며 떼를 쓰듯 이 치마자락까지 들먹들먹해서 남의눈에 띠울 만치나 태아의 작난이 유표해 간다. 좁고 어두운 어머니의 뱃속이 인제는 고만 가깝해서 하로 바삐 대명천지로 나오고 싶다는 듯이 버둥거리는 어린 것을 뱃가죽 하나를 격해서 어루 만질 때 (해산은 의사가 잘 시켜줄테니까 맘이 놓이지만 그래도 내 가 헐 준비를 해여지) 하고 인숙은 어느날 학교에 다녀오는길에 포목점에 들러서 융과 솜이며 기저기감과 포대기감을 바꾸어 가지고 왔다.

실도 바눌도 새것을 샀다. 바누질품을 파느라고 남의 옷을 꼬매든 바누질 제구를 쓰면 무슨 부정이나 탈 것 같었든 것 이다.

인숙은 저녁뒤에 손을 깨끗이 씻고 들어와 문까지 닫어걸 고 순산하기를 산천에 기도나 하는듯한 경건한 기분으로 사 각사각하는 가윗소리 쪼차 조심스러히 포대기감을 말러 백 설같이 힌 솜을 두툼이 두고는 토닥토닥 두드려 보았다.

몇시간이 지나 뒷곁에서 뒤설레는 밤바람소리가 처량히 들 리기 시작할때는 손바닥만한 벼개와 인형이나 입힐만한 앙 징스러운 깃없는 배내저고리와 풀각시에게나 들러줄만한 조 그만 두렝이가 새로 만든 포대기우에가 눕혀 졌다.

"애개- 요건 너무적을까보다"

하고 인숙은 혼잣말을 하며 대견스러운 미소를 띠우고 저 의 귀동자가 입고 덮을 것을 어루만저보다가 문득 소녀시대 에 과천집 뒬안 장독대 곁에서 따뜻한 양지짝에 점례와 마 주 앉어서 풀각시를 만들어 색색이 옷을 입히고 혼인을 헌 다고 절을 시키며 놀든때가 추억이 되었다.

그시절이 까마아득한 옛날같기도 하고 어찌 생각하면 바루 엇그제 지낸일 같기도 하다.

(어머니가 그저 생존해 계셨드면 얼마나 기뻐해 주실가. 시 집이 저지경이 아니고 남편이 저 모양이 아니요 금슬좋게 지내다가 첫 번 해산을 하려고 친정으로 왔더면 얼마나 나 를 위해 주섰을가.

이걸 이걸 내손으로 남몰래 밤중까지 꼬매고 앉었어......) 하는데 눈동자가 뜨끈하도록 눈물이 솟았다. 인숙은 그 눈 물을 삼키듯이 마른침을 넘기며 설음을 꿀꺽 참었다. 한평 생을 두고 근심걱정없이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라기를 바라 는 어린 것이 이 세상에 나오며 맨처음 입고 덮을 깨끗하고 신성한 옷과 포대기우에 오장이 썩어 흘러 나오는듯한 저의 눈물을 단한방울이라도 떨어트리지 않으려함이었다.

인숙은 어린것에게 젖을 물리는 자세로 엎드려서 조그만 벼개와 배내저고리에 뺨을대고 부비면서 속으로는 흑흑 느 끼면서도 울음을 참었다. 눈물이 무슨 단단한 것인것처럼 꼭꼭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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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숙의 졸업식날은 누구하나 가보아 주는 사람이 있을리 없었다. 다른 학교와 달러 이년동안 속성으로 고등과를 맞 추게 되는 이학교는 가을에야 간단하게나마 졸업식을 하는 것이었다.

봉희는 제가 여고보를 졸업할 때 졸업식날 아무도 와보아 주는사람이 없어서 경황없는 중에도 섭섭하든 생각을 하고 그날은 조퇴를하고 인숙의 학교로 달려갔었다.

그러나 벌서 식은 끝나서 졸업장을 삐죽하게 싸들고 다른 학생들보다 맨뒤에 처저서 학교 언덕을 나려오는 인숙을 교 문앞에서 만났다. 사은회가 있을것이지만 교장이 몸이 편치 않다고 이튼날로 미루었든 것이다.

"벌서 끝났우? 다름박질을 해왔는데두 늦었구려"

"아직 하학을 안했을텐데 어떻게 왔우? 자근아씨 덕택에 명색은 졸업이라구 했지만...."

하는 인숙의 얼굴에는 기뻐하는 빛은 조금도 찾을수 없고 그다지 억지를 쓰고 그악스럽게 다니든 학교쪼차 마치고나 니 무한이 섭섭한 눈치다.

(학교도 인젠 마지막이다) 라는 듯이 인숙은 비바람에 깎인 학교문패를 돌려다보고 한숨을 짓는다. 봉희는 숙제할것도 밀리고 집에 일도 있건 만 인숙이가 혼자 올라갈것이 보기에 가엾은 생각이 들어서

"몇재 했수?"

하고 인숙의 뒤를 따렀다.

"몇재구 말구 댕길걸 다녔수. 통신부는 펴보지두 않었는데 낙제는 아니길래 졸업장은줬겠지"

하는 것을 봉희는

"통신부좀 봅시다. 어서 좀 꺼내요"

하고 떼를 쓰며 길에서 부득부득 책보를 끌렀다. 반듯이 통신부를 보아야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숙의 기분 을 돌려 남들처럼 졸업을 하였다는 기쁨을 조그마치라도 주 고저 함이었다.

"어쩌면 셋재를 했구려 한턱 내우"

하고 봉희는 결혼한 여자답지 않게 껑충껑충 뛰면서 정말 로 기뻐해 준다.

"내가 이쁜털이 박혀서 선생들이 사를 둔게지. 셋재가 다 뭐요"

하고 인숙은 겸사를하며 억지로 우슴을 자어보인다.

사실로 인숙의 성적은 우등은 못되어도 이십여명중에 셋재 는 갈만치 좋왔다. 체조니 음악이니 도화니 하는 들어 앉었 든 여자가 어려운 학과는 겨우 낙제 점수를 면했지만 다른 중요한 학과는 전부 구심점 이상에었다. 그중에도 재봉이며 자수는 물론 산술이나 수신같은 학과는 만점을 받었다.

봉희는 제성적이 좋은것과 조금도 다름없이

"내가 먼저 한턱을 낼게"

하고 과자와 과일을 조금씩 사가지고 삼청동으로 올라갔 다. 저녁때가 거진 되도록 인숙은

"강습소 비젓한 학교를 마춘것쯤으로는 죽도 밥도 아닌 데......"

하고 장래일을 의논하다가

"참 저녁을 안지면 어떡허우? 이러다 쫓겨 나리다"

하니까

"호떡만 먹든 사람이 요샌 입맛이 높아저서 아무거나 안먹 으려구 든다우. 오늘저녁엔 설넝탕이나 사먹으라지. 나두 인 젠 밥짓기에 실증이 났어"

하는 봉희는 밥한끼를 편하게 얻어 먹을 뱃장이다.

"그럼 잠간 기다류 찬은 없지만...... 그래두 외무대신헌테 야단을 만날가바 내가 다 걱정이되는구려"

하고 인숙은 행주치마를 둘르고 일어섰다. 뚝섬집은 어린 애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고 없어서 둘이서 품아시를 하듯 이 인숙은 밥을 짓고 봉희는 마루끝에서 찌개를 끓였다.

두사람은 예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이 밥상을 받고 마주앉 어서 '복순이가 원산서 삼년증역을 받었는데 불복을 하고 서울 복심법원으로 올러왔다'는것과 세철이가 일전에 감옥까지 가 서 옷과 밥을 차입하고 왔다는것이며 '인숙에게는 옷을 받었 다는 엽서가 왔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봉희는 깜박 잊 어버렸든것이나 생각이난 듯

"참 새언니 정말 갖진 않지만..... 이런말을 전허기두 싫지 만 듣구는 안헐수도 없어서....."

하고는 저 때문에 멋처럼 좋와진 인숙의 기분을 깨트리기 가 가엾은 듯이

"저- 오빠가 약혼을 했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하고 인숙의 기색을 살핀다. 사실 봉희는 그말을 귀띰이라 도 해주려고 따러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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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인숙은 봉희의 말을 비웃듯이 받어옴겼다. 조금도 놀라는 빛이없고 의례 그럴줄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 일뿐이다.

"새언니가 새파랗게 살어있는데 그 강보밴가하는 여자허구 약혼을 했다나 그게될말요? 사람을 무시해두 분수가 있지"

봉희는 저까락을 던지며 오라비를 꾸짖는다.

"난 초개만두 못허게 무시를 당헌지가 벌서 오래요. 그것두 한두번이라야 얘기꺼리나 되지. 그밖에도 내가 모르는 일이 얼마나 있는지를 누가 안답니까?"

인숙은 남의 말허듯이 냉정히 대꾸를 하고 밥상을 마루로 물렸다. 봉희는 슉늉을 마시고나서

"그렇지만 난 오빠의 속만치나 알수없는게 있어요. 어쩌면 새언닌 그런말을듣고도 저렇게 천연스럽게 대답을 허는 것 이 여간 이상허지가 않구려. 더군다나 아이를 배서 저렇게 배가 불러가는데......"

하고 밥을 먹어서 더 불러보이는 인숙의 배를 유심히 본다.

"뭐 이상스러울게 있수. 오빠허구는 모든걸 아주 단념을 해 버리고나니까 아무렇지두 않은게지. 정말 내가 편성이돼서 그런지 그런 소문을 듣고 그런 꼴을 하두 많이 봐와서 신경 이 마비가돼서 그런지는 몰라두 인젠 내 맘속으로 단단히 결심헌게 있으니까 어떤 소리를 듣는지 심상해"

"그래두 안직 까지는 형식적으로도 부부간인데..... 어린애 를 나면 어떡허려우?"

봉희는 제속이 다 답답해서 한마디 묻지 않을수없었다. 인 숙은 저고리 고름을 고처매며 눈을 나려깔고 한참이나 말이 없더니

"자근아씨 들어보. 구도덕에 머리가 젖었든 내가 오빠가 왼 만한 허면야 장래까지 단념을 해버렸겠수. 얼마전까지도 맘 속으로는 다시 한번 오빠허구 동경가기전에 경우직녀 노름 을 헐때처럼 지내보기를 바랐었드라우. 정 내가 마땅치 않 어서 외입을 헌다든지 첩을 두는 한이있드래도 명색 살림이 라도 나서 남보매라도 본안해노릇을 했으면-하는 공상도 적 지아니 했든 것이 사실이요"

하고 인숙은 그 표정이 점점 엄숙해지며 찬찬히 말을 잊는다.

"내가 팔자를 기구허게 타고 났든지 그 저주받을 옛날 결 혼제도에 희생이 됐든지간에 인제와서야 부모의 탓을 헌댔 자 소용이 없는 노릇이지만 아무튼 여자는 둘도없는 제맘과 몸을 한번 바친 남자를 방탕하다든지 몸에 병이 있다든지 허는 리유만으로야 일조일석에 헌신짝 벗어버리듯 헐수가 있겠소? 오빠가 그럴수록 첫사랑을 바친 나로서는 무한헌 애착심을 가지구 있었든것도 거짓말이 아니지만 그러다가두 맘을 잡는날이 있거니. 내맘을 정말 잘 리해해줄 때가 오거 니- 허구 남몰래 바라고 아침저녁 빌기까지 했었드라우"

인숙은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길게 내쉬고나서 거진 눈한 번 깜짝거리지 않고 제말을 정신차려 듣고 앉인 봉희의 긴 장한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그렇지만 인젠 모든걸 아주 단념을 해버렸수. 할머님 상사 때 내방엔 들어가 보구는 하두 어처구니가 없어서....... 고만 낭판이 떠러젔소. (인젠 더볼게 없구나!) 허구는 나와 버렸 지만두 그버덤 오빠의 성격이 더럽도록 비열해 진데다가 너 무나 무책임헌데 고만 마지막 히망까지 끊어저 버렸소. 나 가라고 서슬이 퍼렇게 호령을 허다가 내가 대들어서 헐말이 없고 겁이나니깐 '오해를 헌게나 꼭 한번 가겠다' 고 빌다 싶이 허는 그 비릿 비릿헌 태도며 그러구선 오기는커녕 뒷 구녕으로 다른 계집에게 홀려서 나없는새에 내 장속을 뒤저 죽어 나간 사람의 옷처럼 말끔 없애다가 그림을 그려주는 그 사람 자기 때문에 내가 다 죽게 됐으니 병원엘 한번 들 여다 보길했소? 내가 자기의 씨를 밴줄까지 어느 편으로래 도 들었을텐데 터놓고 약혼을했다니 대체 그게......."

하고 인숙은 고만 억색해서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가

"그런 무책임헌 남자헌텐 양심이 썩은 그따위 남편헌텐 죽 으면 죽었지 이 뱃속의 이런애를 주구싶지 않소..... 뺐기구 싶지가 않소"

귀밑까지 발개지도록 흥분한 인숙의 눈은 다시금 여무진 결심에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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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어일듯한 매운 바람이 온종일 불고 그 바람결을 따러 목화송이와 같은 눈이 휫날리는 어느날 저녁때 인숙은 허의 사의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달수로 치면 당삭이 되었으나 날자로 따지면 아직도 거진 이십여일이나 모자라것만 졸지에 해산기미가 보여 뚝섬집에 게 급한 심부름을 시켜 허의사를 청하여다 보았다.

대강 진찰을 해본 허의사는

"허 이거 조그만 것이 세상구경이 어서 허구 싶은게로군.

자리는 잘잡고 있어서 별반념려는없지만 초산이니까 내병원 으로 갑시다. 늦어두 래일안으로는 순산을 허겠오"

하고 먼저가서 자기의 인력거를 보내어 인숙을 담어가듯 하였든 것이다.

입원을 하면 비용도 많이 나고 허의사의 신세를 또 짓게 될 것을 생각하고 인숙은 집에서 넣겠으니 순산만 시켜달라 고 고집을 하였으나 거진 한달이나 나올 날자를 닥어서 해 산기미가 보이는 것이 보통경우와 달른데 산모 역시 그다지 건강한 사람이아니라 의사로서는 혹시 난산이나 되지 않을 가 하고 위험한 경우를 생각지 않을수 없었다.

허의사는 입원실중에도 제일 종용한 방을 치우고 깨끗한 자리우에 인숙을 눕히고는

"간호부는 있지만 혼잣손이 돼서......."

하고 산파까지 미리 불러다가 대였다.

"인젠 아주 맘을 턱 노우. 첫아들 낳기는 정승허기 버덤두 어렵다는데 외로운 사람이 이런때한번 호강을 해여지. 옥동 자를 꼭 날테니 내짐작이 틀리나 보우"

하고 자기병원에 촉탁 비슷이 급한때면 불러오는 김윤자라 는 산파와 인사를 시켰다.

"이분이 누군줄 아우? 접때 신문에까지 굉장허게 난 김윤 자씬데 종로 한복판에서 더군다나 전차속에서 어떤 여편네 가 아이를 낳는다구 사람이 백결치듯 허는데 마침 이분이 화신상회서 물건을 사가지고 나오다가 정거헌 전차속으로 뛰여 올러가선 팔을것고 덤벼 들어서 어린애를 받어 줬다 우. 그러구는 탯줄을 끈을것이 없어서 쩔쩔 매다가 급헌김 에 대들어 닛발로 끊었다우. 그런 고맙구 놀라운 일을 보통 여자가 흉내나 내겠오? 참말로 천직을 위한 용사지요"

하고는 눈섭이 검고 서글서글하게 생긴 산파의 등을 뚜드 려주고 나갔다.

인숙은 그저 입버릇 처럼

"고맙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하고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인사를 할뿐.

그날 밤중부터 인숙은 어린애를 비롯기 시작하였다. 차츰 차츰 고통이 심해가서 알엣배가 터저지는 듯이 아프다가는 잠깐 숨을 돌리게 될 때면은 림종때가 가까운 병자처럼 저 와 가장 친한 사람의 생각이 났다. 저의 생명을 마낄만치 믿엄성스러운 의사와 능숙한 산파까지 제곁을 떠나지 않고 극진히 보아주것만 머리맡에서 제손을 잡어주는 그 시누가 있었으면 힘을 주기가 나홀 것 같다.

"아아 나의 남편?"

하고 입속으로 부르짖었다. 남편이 있으나 없는것만도 갖 기못한 안해의 설음! 이로 형용할수 없는 고통이 그 절정에 이르렀을때에 환등처럼 눈앞에 떠올르는 것은 봉환의 얼굴 에다 그러나 그얼굴은 원앙의 꿈을 꾸든 금슬이 좋왔을때의 얼굴이 아니라 그날 그때 저를 입허눌을때의 야수의 탈을 뒤집어 쓴것같든 남편의 얼굴이다.

인숙은 고개를 돌니며 부지중

"보 봉희씨!"

하고 잠고대 하듯이 불렀다. 허의사에게 주사를 한 대 맞 고서야 조곰 진정을 하고는 소득할약품이며 어린애를 눕힐 자리를 준비하기에 분주한 간호부에게 세철이가 다니는 라 듸오상회로 전화를 걸어 달라하였다. 만일을 념려하고 어린 애를 끄집어 낼 기게까지 몰래 준비하는 허의사가

"억지로 심을 주지말우. 잠간만 더 참우. 잠간만 더"

하는 소리를 듣고 누가 이마의 땀을 씻껴 주는 것 까지는 알었으나 어찌나 고통이 더 심한지 인숙은 깜빡하고 정신을 잃었다.

얼마동안이나 지냈는지 인숙은 알앳배에 리상을 느끼였다.

"새 언니! 새 언니! 나 왔우"

하는 봉희의 목소리에 후-유 하는 한숨소리와 함께 실눈을 떳다.

"순산 허섰습니다"

하는 산파의 목소리가 꿈속같이 들렸다. 인숙은 의식이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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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어린애 우는 소리가 없을가) 하고 머리맡에서 저의 두 손을 땀이 나도록 꼭 쥐고 있는 봉희더러

"뭐요?"

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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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희가 대답을 하기전에

"픽 픽"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인숙의 발치에서

"으아-"

하고 울음소리가 들렸다. 입술이 하얗게 바랜것같이 핏기 가 없는 인숙의 입모습에는 한순간 간얄핀 미소가 지나갔다.

"아, 요놈좀 봐. 고초자지루 오줌을 깔기네"

산파와함께 탯줄을 끊고 어린애를 씿기고 림독이 있을가 보아 일변 약물로 눈에 소독을 해주느라고 두손 버무리를 하든 허의사의 말을 듣자 인숙의 입에는 다시금 만족의 우 슴이 떠돌았다.

봉희는 인숙이가 "무어요?" 하고 물은 말을 못들은 것은 아니었만 생후 처음으로 해산하는 것을 보아 인숙이가 어찌 나 몹시 신고를 하는지 참아 볼수가 없는데다가 천신만고로 나은 어린애가 처음에는 새파랗게 질려서 울지를 않는 것을 보고 산파가 핏덩이를 각구로 처들고 뚜드리는 바람에 어떻 게 겁이나고 놀랐는지 고만 혼이 빠저서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기 때문에 얼핏대답이 아니 나왔든 것이다.

"이거보오 내가 뭐랍디까? 옥동자를 낳는댓지? 오늘저녁에 라두 일어나서 한턱을 내우"

하고 허의사는 큰 짐을 버슨것처럼 손에 수건질음하며 것 든것든한 거름거리로 산실을 나간다. 조금 고개를 돌리며 그의 뒤를 딸으는 인숙의 정기없는 눈은 말없는가운데 무한 한 감사와 미안한 마음에 빛났다.

"아기가 일즉 나와서 그런지 보통 아기버덤은 적고 좀 약 해 뵈긴 해두요 젓살만 오르면 염려 없겠에요. 여간 똑똑하 게 생기질 않었는데요"

하고 산파역시 어려운 직책을 다한 듯 매우 유쾌한 기분으 로 산모에게 안심을 식히며 여러 가지로 주의사항을 친절히 일러주고 후산까지 무사히 식혀 주었다.

인숙은 산파의 손을 잡으며

"넘우 애를 쓰서서........."

하고 진심으로 고마운 뜻을 표하였다.

봉희는 아직도 인숙의 한편짝 손을 쥐고 머리맡에 앉어서 새로히 출생한 어린것의 장래를 정성껏 축복해 주었다. 입 속으로 마음속으로

"이 가엽슨 조금나 생명에게 건강을 주옵시고 귀엽고 씩씩 하게 자라서 우리 조선의 꽃이 되고 별이 되게 하여줍소서"

하고 기도를 올렸다. 종교를 믿지 않는 봉희로서는 마음속 에서 저절로 울어나는 경건하고 애틋한 발원으로 기도를 올 리는 기분이 움즉여 보기는 달밤에 철창속의 세철을 위해서 빌든때와 이번뿐이었다. 이번에는 무어라고 표현할 수 없는 신비감(神秘感)까지 느꼈다.

"작은아씨! 밤을 새서"

인숙은 머리맡을 더듬어 봉희의 손을 꼭 쥐고 피곤과 겁남 으로 눈이 매달려 쌍꺼풀이 진 봉희를 처다본다.

"새언니 인젠 아무 걱정두 허지마우. 조 어린애만 잘 자라 면 무슨 걱정이 있겠우"

하고 봉희는 아픔을 견디지 못해서 들부빈 인숙의 머리를 쓰다듬어 올린다.

산파와 간호부까지 밖으로 나가서 방안은 쥐죽은 듯이 고 요해젔다. 인숙의 곁에 뉘인 조그만 생명의 실낫같은 숨소 리가 들릴만치나 온 누리는 깊은 적막에 잠겼다.

인숙은 간신히 어린애 편으로 몸을 돌리며 하얀 융포대기 를 들추어 보았다. 새깜한 머리털을 쓴 조그만 핏덩이! 온세 계를 주고도 얻을수 없는 다만 한점인 저의 혈육! 인숙의 가슴속에는 일만가지 감회가 용소슴 첬다.

인숙은 형용만 생긴 어린것의 손을 가만히 만저보았다. 곱 게 나려감은 두눈을 검사하듯 조심스러히 떠들어 보았다.

림독이 전염되어서 두눈이 뽀얗게 먼 어린애의 환영이 지긋 지긋이 주야로 눈앞을 어른거리든 생각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을 조리며 살그머니 떠들어 본 것이다.

어린애는 눈을 떳다. 제법 저의 어머니를 알어나 보는 듯 이 두눈을 또랑또랑이 뜨지 안는가.

"아 얘가 눈을 떳구려!"

인숙은 어린 것이 눈을 뜬 것이 돌이어 기적인 것 처럼 봉 희를 보고 부르짖었다.

이윽고 휘장을 드린 류리창이 뿌유스름하게 겨을 날 새벽 빛에 물이 들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창밖에 앙상한 삭장귀를 흔드는 소리가 들릴뿐 더할수 없이 피로한 산부는 안심과 만족감에 싸히어 깊이 모를 잠속에 빠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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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튼날 저녁때에야 뚝섬집이 잠간 다녀간뒤에 뒤미처 봉희 가 왔다. 미리 짜두었든지 골무보다 조금 큼직한 하얀 털버 선 한켜레와 미역국을 진하게 끌여서 양자기 그릇에 담어 가지고 왔다. 인제는 산파도 가고 의사나 간호부도 다른 환 자를 보기에 분주한데 산모를 혼자 내버려두면 허순해할 듯 싶어서 하루 한번이라도 와있어 주려는 것이다.

모자가 다 산후의 경과가 좋와서 인숙은

"그걸 어떻게 손수 들구 왔우?"

하고 미역국을 밥도 안말고 거진 한사발이나 맛있게 마셨 다. 병원에서 끓여주는 멀건 미역국은 입맛이 당기지를 않 었든 것이다.

봉희는 잠이 깨서 눈을 반쯤 뜬 조카를 들여다보고

"아-나 쩌ㅅ구 쩌ㅅ구"

하고 백날이나 지낸 큰애처럼 얼러주다가

"참 젖먹였우?"

하고 물었다.

"배가 고픈지 작구만 우는데 만 스물네시간이 지나거든 먹 이라는구려"

"젖은 잘 나우?"

"귀융젖이 돼서 호두껍질을 대구 별짓을 다했었지만 젖꼭 지가 적어서 아마 고생을 할까봐. 억지로 짜면 조곰씩 나오 긴해두........"

그러자 봉희는 어린애 곁에 뭉처 놓은 기저귀를 들고 (누가 빨어줄 사람이 있어야지) 하고 아래층 수도깐으로 나려갔다. 기저귀를 펴보자 봉희 는 깜짝 놀라 두눈이 휘동그래 가지고 원장실로 뛰어 들어 갔다.

"선생님! 이것좀 보세요. 어린애가 고약같은 새깜안 똥을 누었에요"

하고 어린애의 오장이 썩기나 한 듯이 호들갑을 떤다.

환자를 진찰하든 허의사는 청진기를 귀에서 떼고 안경밖으 로 기저귀를 펴보이는 봉희의 손을 흘려 보더니

"아 저거 큰일났군"

하고 입을 커다랗게 버리여 놀라는체 하더니

"단단히 견습을 하우. 배내똥이란 의레 그렇게 누는 법이라 우"

하고 허리를 잡으며 깔깔깔 웃는다. 봉희는 무안이나 당한 것처럼 두말못하고 기저귀를 빨어 가지고 올리가서 인숙에 게는 그런말도 못하였다.

인숙은 봉희가 곁에 있어서 든든한 듯이 한 반시간동안 잠 이 들었다가 무엇에 놀랜 듯 눈을 떳다.

"자근아씨!"

"왜 그러우? 좀 잣수?"

"기운은 아주 폭 지첬는데 당최 잠이 기피 안드는구려"

"그래서 어떻게하우 최면제를 얻어 오리까?"

"아-니 조것 때문에 걱정이 돼서........"

"왜? 새근 새근 잠만 잘자는데"

"이름을 짓고 출생신고도 해야 허지 않겠우?"

"그게 그렇게 급허우? 어느새 별걱정을 다 허는구려"

"어째 걱정이 안된단말요? 아버지두 없는 자식을 맨들생각 을 하니까......."

인숙의 목소리는 코ㅅ소리로 변했다.

"왜 새언니가 혼자 길른다구 결심을 허지 않었우?"

"그래두 낳구보니까 조것이 자라서 사생자 소리를 들을 생 각을하면......."

하고 인숙은 어린것의 장래가 걱정이 되어서 어쩔줄을 모 른다.

해산한 뒤가 돼서 매우 심약해진 탓도 있거니와 딸도 아니 요 아들을 떡 나어놓고 보니 전후의 생각이 달러지고 단단 하든 결심이 왼만치 풀어진것도 사실이다.

봉희역시 지금 같어서는 출생신고도 못하고 민적에도 올르 지 못하게되는 조카의 암담할 장래를 생각해 보니 참정말 딱하였다.

"새언니 그렇게 걱정마우. 오늘이래도 오빠를 붙들구서 내 가 대신 마지막 담판을 해볼테요!"

하고 일어섰다. 이번에는 인숙도 잠자코 한숨만 쉬며 말리 지를 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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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튼날 저녁때 봉희는 말이 내키지 안는 것을 오라비가 따루 나간 집을 찾어 동대문밖으로 나갔다. 어려서부터 친 형제보다도 더 가까히 지냈을뿐아니라 이세상에서 저와 통 사정을 하는 다만 한사람인 여자를 위하야 의분을 느낀 봉 희는 (오라비고 무엇이고 단판씨름을 하리라) 하고 잔뜩 별르고 갔것만 봉환이가 쓰는 사랑채는 덧문이 첩첩히 다첬다.

행랑방같은 뜰아래ㅅ방에서 오라비가 부리는듯한 식모가

"누굴 찾으시유?"

하고 내다 본다. 그 녀편네에게 물어본즉 봉환은 었저녁에 찾어온 여자 손님하고 같이 나가서 그저 아니들어왔다고 한 다. 그밖에는 더 말을 하지 않으랴는 것을

"그분이 우리 오빠라우"

하고 봉희는 식모를 슬슬 구슬려가며 근자의 오라비의 행 동을 자세히 캐여물었다.

"내가 이런말 전주를 헌줄 아시면 이 심동에 쫓겨납니다"

하면서 얻어먹지를 못해 그런지 얼굴이 누렇게 들뜬 어멈 이 혼자 가처있어서 입에서 군내가 나도록 말을 하고 싶든 차에 두서없이 지껄이는 말을 종합해보면 강보배가 거진 저 녁마다 찾어 오는 모양이다. 어느날은 봉환을 붙들고 늘어 저서 울고 불고 하는 것을 손이 발이 되도록빌어보내기도 하고 공일같은 날은 대낮에 덧문을 닫고 둘이 들어누었다가 가기도 한다는데 일전에는 비녀 비치개며 가락지와 조바위 장식까지 왼통 금두겁을한 그 여자의 어머닌듯한 마누라가 자동차를 타구와서

"민적에 또렷이 본처가 있든데 입때 우리를 속이구서 그래 무남독녀 내딸을 첩을 만들 배ㅅ 장이냐"

고 땅땅 얼러메고 사뭇 몸부림을치는 서슬에 주인은

"그저 한달만 더 참어 줍시사"

고 설설 기드라는 것이다.

봉희는 더 물어볼 필요가 없어서 말을 해놓고 주서담지를 못해 작구만 뒤를 다지는 식모더러

"걱정 말우. 내가 댕겨 갔단말을 해두 큰일 나우"

하고 일르고는 그집을 나와 버렸다.

라듸오 상회로 와서 학교로 전화를 걸어보니 숙직하는 선 생인듯한 목소리가

"윤선생은 오늘 시간이 없어서 아니 들어왔다" 고한다.

"그럼 강보배 선생은요?"

하고 물으니

"강선생은 감기가 드서서 결석을 하였다" 고 하면서

"당신은 누구시오?"

하고 뭇는데 봉희는 전화를 탁 끊어버렸다.

사실 두선생이 그전날 서울서 가까운 온천으로 가서 연애 병을 치료하는중인 것을 학교에서 알 리가 없었다.

봉희는 병원으로 가서

"오빠는 사생(寫生)을 하러 나갔는지 없읍듸다"

하고 간단히 못만나고 왔다는 말만 하였다. 그집의 식모에 게 들은 말을 가뜩이나 뇌심하는 산모에게다 참아 옴길수가 없었든 것이다.

봉희는 그뒤에 며칠을 두고 학교로 전화를 걸어보고 또 찾 어도 다녔것만 오라비는 어디로 쏘댕기는지 요리 삐끗 조리 삐끗 하고 만날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한일헤 되는날 인숙은 퇴원을 하였다. 허의사는 더 있으라고 붙잡는 것을

"넘우나 렴치없이 신세를 저서 고만 나가겠서요. 선생님은 저를 두 번째 살려주신 은인이십니다. 제가 죽기 전엔......"

하고 눈물을 흘리며 어린 것을 폭 싸안고 인력거를 탓다.

마침 경직이가 절위해 올러온 것은 아니나 겸사겸사 다니 러 올러와서 산파와 간호부에게는 약소하나마 선물을 보내 주었다. 그래서 산모는 얼굴을들고 퇴원을 할수 있었다.

누이의 가엾은 정상을 제눈으로 보고 봉희밖에 시집편에서 는 남편은커녕 어리친 개아미 한 마리도 들여다 보지 않었 다는말을 뚝섬집에게 들은 경직은

"천하에 그럴법이 어디 있단말이냐"

고 주먹으로 방바닥을 치며 펄펄 뛰였다. 경직은 오래 금 정판으로 돌아 다녀 성미가 거칠대로 거칠어 젔거니와 친누 이가아니라 남의 일이래도 분개하지 않을수가 없었든 것이다.

"봉환이란 놈을 가만둘줄 아니? 이번엔 요정을 내구 나려 갈테다"

하고 경직은 주먹을 떨며 매부를 별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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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은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누구요?"

하는 것은 분명히 봉환의 목소린데도 '이경직'이란 사람이 누구인줄을 몰라서 두 번 세 번

"누구요? 이뭐요?"

하고 채처 묻는다. 이경직이란 이름은 봉환의 기억에서 완 전히 사러진 모양이다.

"나 경직일세. 자네 처남이야"

하고 저와의 관계까지 대니까 그때에야 짐작이 난 듯 머뭇 거리다가 비로소

"무슨 일이요?"

하고 수인사도 아니하고 첫박세 요건부터 묻는다.

경직이가 시급히 의론할일이 있으니 만나자는 말을 하니까

"오늘은 시간이 없는데 다음날 만날 수 있으면 만나지요"

하는 막연하게 비쌔는 것이 봉환의 대답이다. 그나마 이편 에서는 말이 채끝나기도 전에 매몰스럽게 전화를 똑 끊어 버렸다.

더욱 분개한 경직은 저녁때까지 ××여학교 문깐에가 딱 지 키고 섰다가 학생들틈에 섞여 나오는 봉환을 꼭 붙잡었다.

"시간이 없다든 사람이 일즉 나오네그려? 나허구 같이좀 가세"

하고 못가겟다는 핑계를 할 여유도 주지않고 여차직하면 매부의 멱살이라도 바짝 추켜들 형세를 보이며 근처의 청요 리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봉환은 경직의 서슬이 시퍼런데 위압을 느끼기도 하였거니와 학생들이 보는데 길에서 창피 한 꼴을 당할가 보아 겁이 나서 꼼짝못하고 붙잡혀 들어 왔다.

경직은 백알과 안주 한접시를 시킨뒤에

"남매간에 너무나 적조했든 인사는 피차에 다 집어 치우세.

허나 그동안 자네가 득남을 헌줄이나 아나?"

어둔밤에 홍두깨 내 밀 듯 불쑥 급한 말부터 심문하기를 시작한다. 봉환의 샐쭉한 눈고리는 동그래졌다.

"득남을 허다니?"

"아-니 아비되는 사람이 제가 첫아들을 난지두 모르구 있 단 말인가?"

"누가 첫아들을 낳단 말요?"

봉환은 시꺼먼 수염이 왁살스럽게 뻗친 경직의 얼굴을 빤 히 쳐다 본다.

"아 내누이가 순산을 해서 벌서 한 일헤가 지냈네. 그걸 알 지두 못허다니 사람이 어찌그리 무책임 헌가?"

봉환은 칠피구두 끝을 달달달 까불면서 경직은 감히 쳐다 보지도 못하다가

"벌서 따루 지낸지가 언젠데....... 아이를 낳다니 난 모르는 일이요"

이말 한마디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무엇이 어째? 그럼 내누이가 어떤놈하고 음행을 했단말인 가?"

경직은 펄적 뛰며 불을 뿜는듯한 눈으로 봉환을 쏘아 본 다. 그때에 뽀이가 술과 안주를 날렀다. 경직은 차곱보에다 가 백알병을 가꾸루 끼우려 단숨에 드려키고는

"그래 그게 어떡허는 말인가?"

하고 걸상을 들고 부적부적 닥어앉으며 문초를 하는 바람 에 봉환은 이번에도 겁이 슬그머니 나서

"글세........."

하고 어름어름 한다.

"글세라니 그런 모호헌 대답이 어듸 있나? 그래 내 누이헌 테 못된병까지 올려주어서 그만치나 고생을 시키구두 모른 체 했거든 자네가 사람의 껍질을 썼으면야 인제와서 난 모 른다는 말이 터진 입으로 나온단 말인가?"

인제부터는 사뭇 추상같은 호령이 나린다.

"도대체 자네가 누구를 업시녁이구 무슨 까닭으로 내 누이 를 쫓아 버리구선 자식을 낳어두 모른체 허는겐가? 내 누이 가 자네집에 얼굴을 처들지 못헐 작죄를 했드란 말인가? 말 해보게 시원허게 말이나 해봐"

하고 경직은 식탁을 주먹으로 첬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백알 병이 굴러 떨어저 우직끈하고 깨여 졌다.

봉환은 원체 사납게 덤비는 경직이가 독한 술기운까지 빌 어가지고 육박을 하니까 머리우에 벼락불똥이나 떨어질가 보아 얼굴만 샛노래 가지고 고양이 앞에 쥐처럼 숨도 크게 쉬지를 못한다. 경직은 걸상을 거더차고 벌떡 일어서며

"나두 조강지처를 버린 놈이다만 네따위 인정 없구 얌치빠 진 놈은 금시 초견이다"

하고 모자를 떼어 쓰더니

"내 집으루 가자! 아산이 문허지나 평택이 깨어지나 내누이 앞에서 단판씨름을 허자!"

하고 씨근거리며 봉환의 팔을 웅켜잡어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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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가 종시 시원치못해서 폼프 같은 기계로 덜 곪긴 종처 를 짜듯 참을수없이 아프도록 젖꼭지를 빨어대도 어린애는 조그만 입으로 물지를 못하고 몹시 보채였다. 하는수없이 암죽이나 가루 우유를 타서 고무줄이 달린 젖꼭지를 빨리느 라고 인숙은 무진 애를 썼다.

낳은지 얼마되지 않어서부터 인숙은 어린것에게 절망구를 해서 오라비나 봉희가 아기의 아비를 찾으러 다니는줄도 잊 어 버린 듯.

그래도 젖이 좀 순순히 나올때에는 그만치 기쁜 일이 없 다. 저의 젖가슴에 안겨 조그만 입을 홰홰 내둘르다가 젖꼭 지를 찾어물고 오물거리는 것을 나려다 보면 (요 조그만게 어떻게 젖은 빨줄알가? 배ㅅ속에서부터 누가 알으켜 주었을가) 하고 여간 신기하지가 않어서 처음으로 우주의 신비를 느 끼는 듯 털복송아 같은 뺌에 입을 맞추어주기도 여러번하였 다. 어린 것이 울음을 그치고 고이 고이 잠이 드는 순간만 은 온세상의 행복을 독차지 한것처럼 인숙은 일만가지 시름 을 잊었다.

그날도 경직이가 출입을 한줄은 알었지만 (설마 남편에게를 쫓아가기야 했으랴) 하고 어린애를 안고 창앞에 앉어서 입속으로만 자장 노래 를 부르는데 대문소리가 삐걱하고 나더니

"얘! 네 남편 왔다"

하고 건넌방으로 대고 하는 오라비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 렸다. 인숙은 안고있든 어린애를 떨어트릴번 하도록 가슴이 덜컥 나려앉었다.

봉환은 끌려오면서도 몇번이나

"다음날 가겠소"

하고 앙살을 하는 것을

"안돼 좋도록 말헐 때 가여지 내가 녹녹히 자네를 놓칠 듯 싶은가"

하고 경직은 지나가는 택씨-를 불러 도망가는 범인을 검거 하듯 봉환을 태워가지고 와서는 앞뒤잡이를 시키다싶이 하 고 들어온 것이다.

"저방일세 들어가게"

경직은 봉환이가 구두도 벗기전에 건넌방문을 펄석 열어 제치며 슬그머니 등을 떠다밀었다. 그러고는

"술상좀 보아와"

하고 뚝섬집에게 명령을 한후 안방으로 들어갔다. 봉환이 가 따러오지를 않을가 보아 일부러 죽일놈 잡드리를 해서 꺼둘러 가지고 오기는 했지만 하여간 매부대접을 너무 상없 이 한 것 같었다. 그래서 건넌방의 담판이 원만히 진행이되 면 술이나 한잔씩 낞오며 풀어주어 보낼 생각이다.

봉환이가 얼굴도 쳐들지못하고 들어서는 것을 보자 인숙은 어린애를 안고 일어섰다. 그것도 시집가든 날부터 남편앞에 기거를 하든 버릇으로 부지중에 일어서기는 했으나 두다리 는 몸을지탱할 수가 없을만치 치마ㅅ속에서 사시나무 떨리 듯해서 웃묵에가 반쯤 돌아 앉었다.

봉환은 곁눈으로 인숙의 모자를 흘깃 보고는 맥캐-한 젖냄 새와 기저귀를 널어논데서 풍기는 시크무레한 냄새가 불쾌 한 듯이 어둑 어둑 해가는 방바닥만 나려다 보고 섰다.

그러나 인숙은

"앉으서요"

하는 말이 나오지를 않었다.

"이애를 좀 보아 주서요"

하는 말은 더군다나 나오지를 않었다.

지척에 앉어서도 피차에 얼굴을 들지못하는 남편과 안해!

두사람 사이에는 한류(寒流)와 같은 찬바람이 가로흐를뿐.

부자가 처음 대면을 하게되는 자리도 이다지 빡빡한 경우 는 여간해 드물 것이다.

그러나 남편이란 사람이 처남에게 붙잡혀온 경과를 모르는 인숙은 (어쨌든 자기발로 찾어까지온 사람을.......) 하고 뼈에 사모치도록 야속하고 치가 떨리도록 분하든 생 각이 일시에 폭발이 되려는 것을 입살을 깨물면서 참었다.

말도못하고 바지랑대처럼 뻣뻣이 서있는 것을 보니 방주인 으로서 미안한생각도 들어서

"앉으시지요"

하고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었다.

봉환은 들은체도 아니하고 또 한참이나 잠잫고 섰다가 기 다란 외투자락에 바람을 풍기며 펄석 주저 앉었다.

十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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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끼리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친 것이 아닌다음에야 '앉으 라' 는 말까지 먼저 하는데 왼만한 남자같으면

"얼마나 어려웠소?"

한마디쯤은 화답을 해주고 나서 볼일이겠으나 봉환은 꿀먹 은 벙어리가 되어 앉었다. 경직에게 강제로 끌려온 것이 누 이가 시킨줄로만 오해를 하고 독살이 꼭두까지 올는데다가 아직도 지언가 미언가 하면서도 인숙이가 장발이와 부정한 관계가 있어 그 죄악의 씨를 낳은 줄로 짐작을 하는 터이라 어린애를 들여다볼 생각은커녕 인숙의 얼굴조차 마주 보기 가 싫은 눈치다.

하로바삐 이혼 문제를 제출할 결심을 하고 그 기회를 노리 고 있든터인데 기왕 단둘이 만나게 된 기회에 아퀴를 짓고 일어서고 싶은생각이 없지도 ㅇ낳다. 그러나 그런말을 끄내 여 선불을 질렀다가는 인숙이가 증거를 대라고 한사코 덤벼 들것도 두렵거니와 말이 옥신각신 하다가 언성이 높아지고 만 보면 경직이가 범같이 달려와서 버들가지 처럼 잔약한 저하나쯤은 뼈도 추리지못할만치 졸경을 치를가 보아 여간 무섭지가 않었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그 자리를 무 사히 모면하고 빠저나갈 궁리만 하고 앉었다.

인숙이 역시 봉환에게 먼저 사죄를 받을지언정 제가 먼저 달은말을 끄내기가 싫였다.

아모리 마음을 가러앉치려고 무진 애를 써도 말대신에 눈 물이 먼저 쏟아 지려는 것을 죽기를 기 쓰고 참었다. 봉환 에게 눈물을 보이기도 창피하기 때문이다.

두사람 사이에는 끝까지 더할수 없이 불쾌한 침묵이 흘르 는데 경직이가 손소 술상을 들고 들어왔다.

"허 이거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왜 입들을 봉허구 있나?

내외간에두 이렇게 만나면 더면더면 해지는법이니"

하고 농치는 것이 조금전과는 딴판이다. 풍상도 많이 치렀 거니와 산전수전 다겪은 경직은 제 성미를 흠씬 눅여가지고 누이내외 사이에 말을 붙어주려고 얼렁뚱땅 하는 것이다.

"자 날두 춥구헌데 한잔 들게"

하고 딸어

"싫소 싫여요"

하고 짜증을 내는 봉환에게 억지로 한잔을 권하였다.

"압다 이사람아 어린거나 좀 들여다 보구 넘우 몰은체해서 미안허다는 말이나 한마디 허게그려"

하고 경직은 제손으로 술을 연겁허 딸어 마시며

"아닌게 아니라 오래간만에 만나니까 열적기두허리. 허나 사내대장부가 소견 좁은 여자를 먼저 풀어 줘야 허느니. 내 누이는 원악 성미가 좀 너그럽지가 못해서......"

하고 연방 구슬려도 봉환은 대답이 없다. 인숙이도 여전히 반쯤 돌아 앉인채 오라비가 피우는 담배 연기가 어린애에게 마칠가보아 손끝으로 날려줄뿐.

"여보게 자네 어떻거려나? 입두 안버렸는데 천장에서 떡덩 이가 떨어진격으로 힘안들이고 첫아들을 떡 낳어놨으니 그 래두 아비되는 사람이 일홈두 지어 주구 출생신고두 해서 장자를 삼어야 하지 않겠나? 이젠 자네두 직업이 생겼으니 차차 데려다가 셋방살님이래두 시작헐 배포를 차려야 않겠 나?"

하고 타일르듯 해도 봉환은 쓰다 달다 말이 없는 것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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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거온 내 매부가 말못허는 병신인줄은 몰랐네 그려.

자네 첫날 저녁에 병풍을 쥐어뜯으면서 울든 생각은 나나?"

하고 일부러 웃음엣 말까지 끄내도 눈쌀을 펴지 않으니까

"내가 아까 넘우 심허게 말을 허구 데리구 와서 그 감정이 그저 풀리지 않은 모양일세그려? 허지만 순순이 말을 했드 면 자네가 여길 왔겠나?"

하고 사과 비슷이 하고는

"자네가 달은 여자헌데 맘이 쏠려서 내외간에 불화허게 지 낸 것 같으지만 잠시 오입허는것쯤이야 누가 말리곘나 용혹 무괴지. 허나 계집 버리는법 없다구 저애의 정경두 생각허 는 것이 남편의 도리요 인제와서는 아비되는 사람의 의무가 아니겠나?"

하고 첩하나쯤이야 두드래도 본처만은 잊지말라고 타협안 까지 제출을 하였다. 인숙은

"난 그까진 대우는 받기 싫여요!"

하고 오라비의 말의 불복을 하려다가 꿀꺽 참었다. 화석(化 石)이 된 듯이 앉었든 봉환은

"골치가 몹시 아파서 고만 가야겠소. 나두 생각헌게 있으니 까 일간 다시 와서 이야기를 헐테니......"

하고 그제야 마지못해 한마디를 하고 일어선다.

十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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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누구를 속이려구. 오긴 언제와"

하고 인숙은 봉환의 외투자락이라도 붙잡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오락비가 가만 내버려 두 라고 눈짓을 하고

"그럼 그렇게. 맘내키는때 다시 와서 화평한 낯으로 얘기를 헐줄 믿겠네"

하고 선선히 봉환을 놓아주는 바람에

"나두 생각한게 있으니 오든 말든 하려무나"

하고 인숙은 꼬리나 불삽힐 듯이 빠저나가는 봉환의 뒷모 양을 잠잫고 내여다만 보았다.

경직은 대문간까지 전송을하고 들어 와서

"속이 밴댕이처럼 좁은 사람이 골이 꼭두까지 올는걸 억지 루 붙잡는다구 얘기를 허겠니? 훨신 느꿔두면 제풀에 올때 가 있느니라"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인숙은 (옵바두 뒤가 어지간히 물르군) 하면서도 앞으로 하는꼴이나 내버려두고 보리라 하였다.

"넌 나허구 살지 응? 엄마허구만 살지 응?"

하고 어미의 얼굴을 빤히 처다보는듯한 어린 것을 들여다 보며 얼러 주었다.

천상 천하에 다만 하나밖에 없는 장중의 보옥을 누가 빼았 으러 왔다가 가기나한 듯, 어린 것이 제곁에 누은것만 태산 같이 든든해서 뒤설례는 가슴속의 폭풍우를 가러 앉칠수가 있었다. 이틀이 지낸뒤에 경직은 광산 사무소에서온 급한 전보를 받고 나려갔다. 광구(鑛區) 다툼으로 사철 재판질이 끊칠때가 없어서 양력년말이 되었것만 집에서 편히 쉬일수 가 없었다.

그뒤로 한 일주일동안은 봉환에게서커녕 봉희의 소식쪼차 없었다.

(작은 아씨는 궁금해도 와줄텐데 혹시 앓치나 않나?) 하고 찾어가 보려하나 젖이 부실해서 그런지 밤낮으로 울 고 보채는 어린 것을 잠시도 떼처놓고 나설수가 없었다.

또 아니나오는 젖을 억지로 짜먹이느라고 유종이 난것처럼 두 젖 꼭지가 부릇고 저고리 안섭에 스치기만 해도 깜짝 깜 짝 놀랄만치나 아퍼서 일어섰다 앉었다하는데도 고통이 심 하였다.

봉희는 방학중이라 틈이 없거나 궁금하지가 않어서 인숙을 찾어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였다. 나날이 반반해 가는 조카 가 보고싶기도 하것만 오라비는 그동안 강보배에게서 최후 의 통첩인 듯 한 편지를 받고는 술이 억망으로 취해가지고 궁 안으로 들어가서 인숙의 남어지 세간을 왼통 부수고

"리혼을 못하면 난 죽는다"

고 콩튀듯하며 날뛰다가 부모에게 대물어 사뭇 욕설까지 하고는 머리를 싸매고 누은채 그저 일어나지를 않는다는 소 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인숙에게 가서는 그런말까지 전하 지 않을수가 없고 산후에 조섬도 잘못하고 있는 애어머니의 귀에 그런말이 들어 가고만 보면 속만 뒤집어줄 것 같어서 당분간 두편의 형세만 바라보고 있으려고 행낭계집애를 식 혀 염탐만하고 있었다. 인숙을 여간 동정치 않는 세철도

"그까짓 자식은 진작 죽어 버려야 해. 인숙씨가 참 정말 가 엾긴 허지만 그런 문제는 다 시간이 해결할테니 인숙씨 한 테두 자주 가서 이런말 저런말 들려 주지를 마우. 아직 가 만 내버려두구 보기만 허구려. 어떻게든지 될대로 될테이 니......"

하고 봉희를 삼청동에 자주 다니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또 며칠이 지난 뒤였다. 아츰 나절에 수채에서 어 린애 기저귀를 빨고 있는 인숙에게 속달 우편으로 편지 한 장이 배달되였다. 뒷장에 씨운 '윤봉환' 석자는 분명히 낯익 은 글씨다. 인숙은 행주치마에 손을 씻고 편지를 뜯었다.

<그날 내가 경직에게 모욕을 당한 것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그 어린애는 나의 자식으로 인정할 수가 없소. 동시에 나는 모든 책임과 아비의 의무를 질수 없을뿐아니라 우리둘의 부 부관계도 청산할 각오를 하고 기다러 주기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