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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시집)/오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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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면서
쓸쓸한 긴 겨울을 지나보내라.
오늘 보니 백양(白楊)의 뻗은 가지에
전(前)에 없이 흰새가 앉아 울어라.

그러나 눈이 깔린 언덕 밑에는
그늘이냐 안개냐 아지랑이냐.
마을들은 곳곳이 움직임 없이
저편(便) 하늘 아래서 평화(平和)롭건만.

새들께 지껄이는 까치의 무리.
바다를 바라보며 우는 까마귀.
어디로서 오는지 종경소리는
젊은 아기 나가는 조곡(吊曲)일러라.

보라 때에 길손도 머뭇거리며
지향없이 갈 발이 곳을 몰라라.
사무치는 눈물은 끝이 없어도
하늘을 쳐다보는 살음의 기쁨.

저마다 외롭음의 깊은 근심이
오도가도 못하는 망상거림에
오늘은 사람마다 님을 여의고
곳을 잡지 못하는 설움일러라.

오기를 기다리는 봄의 소리는
때로 여윈 손끝을 울릴지라도
수풀 밑에 서리운 머릿길들은
걸음걸음 괴로이 발에 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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