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용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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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화성이라는 별나라에 사는 ‘∵’라는 소년과 그 아저씨 ‘×’ 박사가 실지로 행한 일을 간단하게 추려 쓴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모두 ‘∵’ 등 화성 사람들이 쓰는 글자를 알지 못하므로 소년의 이름은 ‘한달’이라 부르고 그 아저씨는 ‘별 ―’ 박사라고 부릅니다.

<번안자>


한달 소년은 오늘 아침에도 전부터 늘 공부하던 책을 가지고 그 아저씨 되는 별 박사의 집으로 날아갔습니다. 별 박사는 우리들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생각할 수 없을 만치 지혜가 있고 학문이 발달된 화성 나라의 모든 사람들 중에서도 제일 지혜가 있고 학문이 많은 어른이었으므로 그에게 모든 것을 배우는 한달 소년도 몹시 영리하고 똑똑하였을 것은 물론입니다.

한달 소년은 가만히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섰습니다.

그 때입니다. 무슨 이상야릇한 기계를 정신없이 들여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별 박사는,

‘어!’

소리를 질렀습니다. 한달 소년은 혹시 아저씨의 연구에 방해가 될까 염려해서 인사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선대로 숨을 죽이었습니다. 박사는 자못 흥분된 표정으로 그 이상한 기계를 만지고 있더니,

“분명하다. 이것은 분명히 지구성에서 보낸 무선 전화이다. 그러나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유감이구나!”

혼잣말로 지껄이다가 또다시 깊은 생각에 젖은 모양입니다. 아저씨가 또 무슨 신기한 발명을 하게 된 모양을 보매 한없이 기쁘기도 하고 또는 가슴이 울렁거리어 무엇인가 물어 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섰던 한달 소년을 박사가

“지구성에서 무선 전화가 온다.”

고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서 그만 참지 못하고,

“아저씨! 지구성에 사는 사람들도 학문이 꽤 발달된 것이로군요?”

하고 물었습니다. 별 박사는 감았던 눈을 스르르 뜨며,

“오오, 한달이가 벌써 왔구나! 그렇다! 지구성의 인간들도 지혜가 퍽 발달된 모양이다. 이러다가는 우리 화성의 사람이 지구성을 방문하기 전에 그곳 사람이 먼저 찾아오게 될지도 알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 화성 인간 전체의 학문이 다른 별나라 사람보다 뒤떨어졌다는 것을 온 우주에 드러내게 되는 것이니 그래서야 될 말이냐? 나는 이제부터 일 년 동안 모든 준비를 다 차려 가지고 지구성으로 여행을 가겠다. 지구성 방문이 내 일생의 첫째 계획이고 그 다음은 해왕성 방문이다. 내가 만일 불행하게 일에 실패를 하고 죽는다던지 하면 내 뒤를 계속하여 사업을 완전하게 성공할 의무와 책임이 네게 있다.”

고 나지막하지만 힘있게 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한달 소년은 별 박사의 말 마디마디가 전기같이 온몸을 찌르는 것 같아서 울렁거릴 대로 울렁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해 가지고,

“그래도 아저씨! 그렇게 큰 사업의 준비를 단 일 년 동안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박사와 ○○박사도 두세 번 씩이나 천공 여행을 떠났다가 준비가 완전하지 못한 탓으로 모두 실패가 되지 않았습니까?”

“네 말도 그럴 듯하기는 하지마는 내가 그런 줄을 모를 리가 있니? 내가 이 계획을 품은 지도 벌써 퍽 오래였다. 너처럼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연구하고 또는 준비해서 이제는 거진 다 준비가 되었다. 남들은 모두 실패를 했지만 나는 꼭 성공을 할 자신이 있어서 이 일을 시작하련다.”

박사의 말은 점점 더 놀라웠습니다. 한달 소년은 한참 동안 샛별같이 광채 있는 눈을 깜짝깜짝하며 무엇을 생각하더니 박사의 손을 잡고 매어 달리며,

“그러면 아저씨가 지구성으로 여행을 떠나실 때에 저도 데리고 가 주세요. 지구성에 가서 그곳 아이들을 만나 우리 화성의 일을 자랑도 하고 또는 그 곳에서 좋은 물건을 많이 가지고 돌아와서 어머니께 드리고 싶어요. 네! 아저씨, 꼭 같이 가세요.”

하고 어리광 절반 애원 절반으로 간절하게 청하였습니다.

별 박사는 빙그레 웃으며,

“무엇? 네가 천공 여행을 한다니, 어린애가 어떻게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할 수가 있겠니?”

“이것은 하루 이틀 여행이 아니고 지구성에까지 갔다 오려면 적더라도 오륙년이라는 세월은 걸려야 한다. 나도 암만해도 조수가 한 사람 있어야 되겠으므로 어디서 사람을 하나 더 불러다가 같이 가야겠다마는 조수도 천문학과 일반 과학에 상당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까닭으로 적당한 사람을 생각하는 중이다. 너는 그런 생각 하지 말고 어서 공부나 착실히 하여라!”

고 타이르듯이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한달 소년은 수그러지지 않고,

“무어 천문학이요! 다른 것은 몰라도 아저씨께서 그 동안 오 년간이나 가르쳐 준 것은 하나 모르는 것 없이 전부 다 알고 있습니다. 꼭 저를 데리고 가세요! 네! 아저씨! 죽더라도 좋아요!”

하고 울 듯이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너희 어머님께서 너를 놓아 보내실 리가 있겠니? 공부도 공부려니와......!”

별 박사가 좀 누그러진 대답을 하자 한달 소년은 더욱 신이 나서,

“그걸랑 염려 마세요. 제 어머니는 결단코 저를 만류하시거나 제가 떠난다고 슬퍼하실 어른은 아닙니다. 어떻게든지 공부를 부지런히 하여 아저씨처럼 학문 많은 사람이 되라고 또는 우리 화성 인류 전체를 위함이 되는 일에는 생명을 아끼지 말고 용감하게 나아가라고 늘 저를 교훈하시었으니까 만일 아저씨와 같이 천공 여행을 떠난다면 도리어 장쾌하게 여기실 것입니다.”

고 말하였습니다. 별 박사는 눈을 스스로 감고 잠깐 동안 무엇을 생각하더니 결심한 듯이 눈을 번쩍 뜨며,

“그러면 어머니께 가서 여쭈어 보고 오너라! 어머니는 지금 어디 계시냐? 그리고는 아주 내 집에 같이 있으면서 모든 것을 더 배우고 또한 함께 준비를 하자!”

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 한달 소년은 미칠 듯이 기뻤습니다. 그래서,

“네! 어머니는 ∵ 친정에 가 계세요. 지금 곧 갔다 오지요. 아주 속히 다녀오지요!”

“∵에 가시었어? 일천 오백 리나 되는구나. 너의 날개로는 세 시간이나 걸릴 터이니 저 기계실에 들어가서 회색빛 새 날개를 가지고 갔다 오너라. 그것도 지구성에 갈 준비의 하나로 내가 새로이 발명하여 만들어 둔 것인데 한 시간이면 넉넉히 다녀올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보통 날개처럼 붙이면 너무 빨라서 정신을 잃을 터이니 천천히 붙여라. 그래도 보통 날개의 몇 갑절이나 빠를 터이니.......”

이렇게 되어 한달 소년은 회색빛 날개를 겨드랑이에 붙이고 날기 시작하였습니다.

화성의 사람들은 벌써 몇백 년 전부터 이상한 날개를 발명해 쓰는데 그것을 겨드랑이에 붙이면 제비보다도 더 빠르게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 일년이 지났습니다. 한달 소년이 별 박사를 따라 멀리 멀리 지구성으로 향하여 떠날 날도 인제는 하루밖에 더 남지 않았습니다.

한달 소년은 어째 그런지 가슴이 울렁거려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별 박사는 모든 것을 정돈하고 있었습니다. 어수선한 하루도 마저 가고 그들의 떠날 날이 되었습니다. 화성 나라에서도 일찍 보지 못하던 괴상한 비행기의 주위에는 수백 명 사람이 모여서 손수건과 모자를 흔들면서 용감한 두 사람이 무사히 성공하고 돌아오기를 빌었습니다.

한 시간에 1만 킬로미터라는 놀라운 속력을 가진 비행기 속에는 두 사람이 10년 동안 먹고 살 만한 양식과 아무리 먼 곳에라도 전파를 보낼 라디오와 기타 여러 가지 기계와 물품이 한 가지도 부족한 것이 없이 들어 쌓였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별 박사의 주도한 용의에 감복하며 또 그의 성공을 믿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비행기는 차차 떠오르기를 시작했습니다.

한달 소년은 별 박사의 곁에 앉아서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에 별 박사는 저절로 돌아가며 산소를 만드는 기계를 틀어 놓으며,

“이제부터는 공기가 없어진다. 그러기 때문에 이렇게 산소를 만들어 마시지 않으면 우리는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그리고 석면과 운모로 만든 이 주머니로 온몸을 둘러싸야 한다.”

말하고 이상한 석면 옷에 마치 잠수복같이 만든 운모 두겁이 달린 옷을 내놓았습니다. 시키는 대로 그 옷을 입으면서 한달 소년은 아저씨께 물었습니다.

“어째서 이런 옷을 입어야 됩니까?”

“인제는 차차 우리 화성과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중력이 없어져서 비행기가 더욱 빨라진다. 그러다가 아주 인력이 없는 곳까지 가면 한 시간에 십만 킬로미터 내지 백만 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아나게 된다. 그러면 대기에 마찰이 되어 불이 날 것이 아니냐? 그래서 비행기도 불이 붙지 않는 것으로 만들었고 아무리 비행기 속에 있더라도 몸이 뜨거워질 염려가 있으므로 이런 옷을 준비한 것이다. 너는 이 비행기의 몸체와 날개를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아느냐?”

한달 소년은 귀여운 눈을 깜짝깜짝하며 무엇을 생각하더니,

“이것이 저 운석(별똥)으로 만든 것이 아니에요! 그것이면 아무리 대기에 마찰이 되어 열이 나더라도 불은 안 나지요”

“그렇다! 운석은 본래 대기에 마찰이 되어 불이 일어서 딴 부분은 다 타버려도 불붙지 않고 떨어졌던 것이니까 불붙을 염려가 없다. 그것을 십 년 동안이나 모아서 이렇게 큰 비행기를 만든 것이다.”

별박사는 여기까지 말하고 무엇을 잠깐 생각하더니,

“너는 얼른 화성으로 라디오를 방송하여라. 오십만 킬로미터까지 왔다고.......”

한달 소년은 시키는 대로 라디오를 방송하였습니다.

별 박사는 핸들을 돌리면서 또 말을 이어,

“여기서부터 백만 킬로미터는 목성있는 곳으로 향하여 가다가 다시 지구성을 향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직선으로 가다가는 살별(혜성)을 만날 염려가 있다. 그런데 너 지구성에는 어떤 사람이 사는지 알겠니?”

“언제 아저씨께서 말씀하셨지요! 우리 화성 사람은 온몸의 삼분의 일이 되지만 지구성의 사람은 키가 크고 목이 훌쩍 내패어서 머리가 전체의 칠분의 일밖에 안 된다고!”

“그렇다! 그리고 지구성은 우리 화성보다 중력이 더 많아서 물건을 들려면 무겁고 사람이나 짐승이 나르기도 대단히 힘들고 느리게 된다. 지금 가지고 오는 그 회색빛 날개와 이 비행기도 장차 지구성에 가서 소용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밤이 없어지고 늘 밝은 낮이 있을 뿐이다. 밤이면 우리 화성이 사전(私轉)으로 말미암아 화성체 그림자에 태양 광선이 가리워지는 것이지만 인제는 그런 일이 없으니까 늘 밝을 것이 아니냐?”

별 박사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있던 한달 소년은 모든 것이 꿈속같이 생각되었습니다.

그 때입니다. 무슨 이상스러운 음향이 뒤를 이어 자꾸 일어나므로 한달 소년은 별 박사께 물었습니다.

“아저씨! 이것은 대기 가운데 있는 물질을 지나갈 때에 생기는 소리지요? 그러다가 비행기에 마주치면 어떻게 합니까”

“그렇다. 이것이 대기 가운데 유동하고 있는 물질들이다. 이것이 우리 화성권 내에 들어오면 곧 운석이 되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타고 오는 비행기는 대단히 견뢰한 부분으로 만든 것이니까 절대로 깨어지지도 않고 불도 붙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 화성 같은 유성에는 모두 밤과 낮이 있고 달도 있으며 또는 운석이 떨어지는 일도 있겠군요?”

“물론이다. 천왕성 해왕성 금성 수성 목성 화성 토성 지구성 등에는 모두 생물이 살 것이고 밤낮과 한 해가 있으며 위성(달)이 있고 또는 운석이 떨어지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태양과의 거리가 멀고 가까움에 따라 하루 동안이나 일 년 동안의 길이는 대단히 다르며 달이 하나만 있는 곳도 있고 두셋씩 있는 곳도 있다.”

“지구성에는 달이 하나밖에 없다지요! 그리고 태양과의 거리가 가장 먼 천왕성과 해왕성의 일 년은 태양과의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별나라의 일년보다 수십 갑절 혹은 백여 갑절이나 길다지요? 그것은 공전의 궤도가 크기 때문이지요. 참말로 우주는 한없이 신기하게 생겼어요. 크기도 크려니와.......”

“그렇다! 그 한정 없는 우주의 무궁을 열어내는 것이 사람의 책임이다.”

어린 동무 여러분! 한달 소년이 멀지 않아서 우리 지구에 올 터이니 우리는 그를 어떻게 맞을까요?


가없는 하늘 공중, 바람 부는 법도 없고 비 오는 법도 없으며 밤과 낮의 구별도 없고 춘, 하, 추, 동 사시의 구별도 없으며 동, 서, 남, 북의 구별도 없고 아래 위의 구별도 없는 그야말로 망망한 대기 가운데 둥둥 떠서 번개같이 나는 별 박사의 비행기!

이 비행기는 혜성과 충돌되지 않도록 방향을 돌려놓은 다음에는 몇 시간 동안씩 핸들을 잡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때에는 여러 가지 기계를 조사하여 수선도 하고 또는 장차 지구성에 도착해서 소용될 것을 차곡차곡 준비하기도 하며 모든 천체의 현상을 실지로 관측하고 연구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식사할 때가 되면 비행기의 뒤 끝에 달려 있는 가마 속에 음식거리를 가져다 두고 뚜껑을 덮어 두면 비행기의 몸체가 대기에 마찰될 때 생기는 열로 인해서 잠깐 동안에 음식이 맛있게 익어서 김이 무럭무럭 나게 됩니다. 그것을 먹을 때는 비행기의 속력을 줄이어 천천히 가게 하던지 그렇지 않으면 진행을 전혀 정지하고 기체가 대기 중에 가만히 떠있게 합니다.

그것은 비행기가 전속력으로 진행할 때에 모든 것이 불덩이같이 뜨겁기 때문에 운모 두겁이 달린 석면 옷을 벗으면 사람의 몸뚱이가 녹아 버릴 염려가 있는 까닭입니다.

한달 소년은 첫 번에 비행기가 화성 나라에서 비행장에 착륙한 것보다도 더욱 안전하게 창망한 대기 중에 꼼짝도 않고 가만히 떠 있는 것을 보고 대단히 이상스럽게 여겨서 아저씨께 그 까닭을 물었습니다.

별 박사는 빙그레 웃으시며,

“전에는 늘 말한 바와 같이 무슨 물건이든지 그 물건 자체에 무게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어떤 성체의 인력권 내에 들어가면 그 성체의 인력으로 인해서 무게가 있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모든 성체의 인력권 외에 있는 물건은 동쪽으로 끌려갈 리도 없다. 서쪽으로 끌려갈 리도 없으며 위로 올라갈 리도 없고 아래로 내려갈 리도 없으니까 물건 자체의 힘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가만히 떠 있을 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 아니냐? 그렇지만 여기도 역시 태양의 인력권 내이기 때문에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비행기도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면 사람이 감각할 수도 없을 만치 느린 속력으로나마 점점 태양이 있는 쪽으로 끌려갈 것이다.

그러다가 만일 이 곳에서 2천만 킬로미터만 태양 있는 곳으로 가면 쏜살같이 끌려 들어가서 불덩이 속에 떨어질 것이다. 무슨 별이든지 태양 계통에 속한 성신은 모두 태양의 인력으로 인해서 일정한 궤도를 공전하는 것이란다.”

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비행기는 또다시 무서운 속력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의학이 완전히 발달된 화성 사람들에게는 질병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벌써 대기 중에 떠 있는 지가 우리 지구성의 세월로 사 년이 되었건만 감기 한 번 안 앓고 아주 튼튼했습니다. 그들은 날마다 날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대공을 횡단하였습니다. 어떤 때입니다.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던 한달 소년이,

“아저씨! 지금 저기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저 별이 무슨 별입니까”

고 물었습니다. 별 박사도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그것은 지구성을 싸고 있는 위성(달)이란다. 화성이나 지구성 같은 유성들은 모두 태양성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기 때문에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것이고 위성은 그 위성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기 때문에 위성의 주위를 공전하는 것이다. 지구성에 부속한 달이 저렇게 가까워졌으니 인제는 얼마 안 해서 지구성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자! 기쁜 소식을 화성에 라디오로 기별해라. 이제는 아무 위험이 없이 성공하게 되었다.”

고 감격한 듯이 말했습니다. 한달 소년은 얼른 라디오를 방송하고 나자 별 박사에게,

“그러면 위성은 태양의 아들이고 유성은 위성의 아들입니다그려! 결국 유성은 태양 할아버지의 손자별이군요. 또 천왕성, 화성, 지구성 들은 형제이고요! 그런데 태양의 아버지는 누굽니까?”

고 물었습니다.

“태양의 아버지는 성무(혹은 성운)이다. 태양은 본래 성운이 자체 중심으로 회전해서 엉키어진 용액(쇠 녹은 물) 비슷한 것이고 그것이 회전하는 중에 개체의 중심과 중심의 중심(무게의 중심)이 서로 어긋나서 떨어져 나온 것이 천왕성, 해왕성 같은 위성이며 유성은 위성에서 또 그렇게 떨어진 것이다. 그릇에 물을 가득하게 담아서 바르게 놓으면 개체의 중심과 중심의 중심이 한결같아서 물이 쏟아지지 않지만 그릇을 기울어지게 하면 그 물이 쏟아지는 것은 개체의 중심과 무게의 중심이 서로 어긋나는 까닭이다. 그리고 성운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면 전에 화성에 있을 때 밤이면 잘 보이던 은하수를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것은 아직 태양과 같이 완전히 덩어리를 이루지 못한 성운이 무수히 얼려 있는 것이란다. 말하자면 그 역시 태양과 같은 항성들이다.”

“항성은 모두 광채가 빛나며 또는 뜨거운데 은하는 어째서 광채도 희미하고 열도 없습니까?”

“그것이야 너무도 먼 곳에 있기 때문이지! 또는 같은 성운이라도 긴밀하게 엉키어서 완전한 항성이 되면 자체 중심으로 회전하는 속도가 급하기 때문에 열이 더욱 나서 불덩이가 되지만 완전히 엉켜서 항성이 되기 전에는 회전하는 속도가 비교적 느리기 때문에 열도 적은 것이 아니냐. 그래서 태양은 몹시 뜨겁기도 하고 광채도 뚜렷한 것이다. 그리고 태양에서 갈라진 위성은 태양보다 덩어리가 작기 때문에 열이 식어서 생물이 살기에 알맞은 것이고, 유성은 덩어리가 더욱 작기 때문에 아주 식어서 어름덩이같이 차디차게 된 것이다. 똑같은 더운물을 큰 그릇과 작은 그릇에 떠 놓으면 적은 물은 먼저 식지 않더냐?”

“예! 알겠습니다. 그래서 자체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는 별에도 지진이 있고 화산도 있는 것이군요!”

“옳지! 옳지! 참 잘 생각했다. 자체에서 빛을 발하는 항성은 전체가 불덩이니까 말할 것도 없고 자체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태양 광선이 발산되어 빛나는 별 중에서도 덩어리가 훨씬 작아서 아주 어름장이 되어 버린 유성을 제한 외에 위성은 모두 마치 그릇에 떠 놓은 죽이 식으면 껍질이 생기는 것과 같이 표면은 흙과 물이 덮여 있지만 그 중심은 화씨 한란계로 칠천 도라는 놀라운 열을 가진 불덩이란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에도 비행기는 그냥 날아서 처음에는 쟁반 만하게 보이던 달이 한아름되어 보이더니 이제는 커다란 호수같이 보였습니다. 두 사람은 망원경을 통하여 달의 주위와 표면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그 표면의 삼분의 이는 전부가 얼음인 것을 보아 오래 전에는 물이 있던 줄을 알고 거뭇거뭇해 보이는 것은 전부가 사화산인 것을 보아 오래 전에는 화산이었던 줄도 알았습니다.

비행기는 점점 지구성을 향하여 날았습니다. 그러나 지구성도 가만히 있지 않고 두 사람이 타고 있는 비행기보다도 더 급한 속력으로 태양의 주의를 공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뒤를 따라서는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구가 공전하는 궤도를 세밀하게 측량하고 지구의 속력과 비행기의 속력을 계산하여 일정한 곳까지 가면 꼭 만나게 되도록 비행기는 지름길로 날았습니다.

이번에는 지구성이 차츰차츰 커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맨 처음 화성 나라에서 쳐다보면 돈 잎만하던 것이 벌써 끝이 잘 보이지 않게 커 보입니다.

그와 반대로 몇천 몇십만 리가 되는 화성을 쳐다보면 금으로 만든 돈 잎같이 조그맣게 반짝입니다.

한달 소년은 경이의 눈을 반짝이며 이 모든 천체의 현상을 정신 없이 살피고 있을 때 별 박사가 소리질렀습니다.

“야! 이제는 벌써 지구권 내에 들어왔다. 세 시간만 더 있으면 육안으로라도 지구의 표면이 보일 것이다. 보아라! 비행기의 속력이 점점 느려진다. 참말로 지구성은 중력이 강하구나!”

“지구성에 닿으면 아무런 곳에든지 비행기를 착륙하시겠습니까?”

한달 소년도 감격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아니, 지구의 표면에서 오천 미터쯤 되는 공중에 떠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모든 것을 자세히 살펴보고 제일 좋은 곳에 착륙을 할 터이다.”

별 박사는 망원경에 눈을 대인 대로 대답했습니다.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지구 위의 모든 것이 낱낱이 두 사람의 눈에 보였습니다.

“아! 저기 지구성의 사람들이 보입니다. 저것 보세요! 참말로 머리가 작고 날씬하게 생겼군요. 모두 누런 옷을 입고 머리에는 둥그런 모자를 쓰고 손에 손에 연장을 들었군요! 저것이 무엇일까요! 저 몽둥이 같은 것이”

한달 소년이 놀라움을 못 이겨 부르짖자 별 박사도,

“참말이다. 그것이 무엇이냐? 몽둥이 끝에는 서릿발 같은 칼이 달렸구나! 아 저것 보아라! 그것과 똑같은 사람이 저기도 수두룩하고 저기도 수두룩하구나! 몇 만명인지 수를 알 수가 없구나!”

이렇게 서로 놀라워하는 동안에 비행기는 좀 더 얕게 떴습니다.

망원경을 뚫어지도록 들여다보고 있던 한달 소년은 별안간 온몸에 진저리를 치며,

“아이고! 저것 보아요, 끔찍끔찍하기도 합니다. 저희끼리 서로 찔러 죽이는군요 아하 그 몽둥이 ! ! 같은 것이 몽둥이가 아니고 곰 사냥할 때 쓰는 총이군요. 에이쿠, 무서워라! 총으로 사람 사람끼리 서로 쏘아 죽이다니!”

“응! 그렇구나, 그리고 저것을 보아라! 저 커다란 총을, 저것을 한 방 터뜨리면 몇백 명 사람이 한꺼번에 죽겠구나! 저런 짓을 할 때에는 지구성 사람은 아직도 좋은 생활을 못하겠다. 흡사 칠백여 년 전 화성 인류와 같구나!”

별 박사는 탄식하듯이 대답했습니다.

“그럼 옛날에는 우리 화성의 사람들도 저렇게 끔찍끔찍한 짓을 했습니까?”

“그러면, 그 때에는 같은 화성 나라의 사람끼리 서로 네 나라이라, 내 나라이라는 편을 갈라 가지고 전쟁을 하였단다. 임금을 위해서 또는 돈 많은 사람을 위해서 돈 없이 일 잘하는 백성은 모두 뽑혀 나가서 피를 흘리고 죽곤 하였다. 지금 저 지구성 사람들은 그 전쟁을 하는구나!”

“전쟁! 전쟁! 싸움이란 말이군요. 그런데, 돈이란 무엇입니까? 임금이란 무엇입니까”

평생에 그런 말을 처음 듣는 한달 소년은 재차 물었습니다.

그 때 입니다. 지구 위에서 서로 싸우던 병정들은 공중에 이상한 비행기가 떠도는 것을 보고 적국의 경찰기로만 여겨 고사포의 조준을 정하여 가지고 쏘았습니다.

별 박사의 비행기는 대포알에 날갯죽지를 맞아 핑글핑글 돌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