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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장/3권/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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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군과 소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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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오]반 반장인 가와노 오장은 영민을 무척 못 살게 굴었다. 훈련을 할 때에는 후세카다(엎디는 법)가 나쁘다 하여 구둣발로 엉덩이를 걷어 차기가 일수였으며 모자를 약간 삐뚤게 썼다고 뺨따구를 후려 갈겼다. 차를 따르래서 차를 따르면 차 찌꺼기가 많다고 찻종지를 영민의 종아리를 향하여 내던졌고 구두에 솔질을 하래서 솔질을 하면 윤택이 안난다고 짜증을 냈다.

그러던 어떤 날, 저녁을 치루고 식당을 나서려니까 가와노가 소대장실 쪽에서 걸어 오다가

「오이, 시로(白)!」

하고 불렀다. 「시로」는 백 영민의 「백」을 일어로 「하꾸」라고 부르기가 귀찮다 해서 「시로, 시로」하고, 마치 개 이름을 부르듯이 가와노는 불렀다. 일본인은 개에게 「구로」라던가 「시로」라던가 하는 이름을 흔히 썼다.

「내 성은 시로가 아니고 하꾸입니다.」

하고 영민은 항변을 하였으나

「응 난다또? 시로모·하꾸모·온나지·꼿쟈!(응 뭐라고? 시로나 하꾸나 마찬가지야)...」

하였다. 사실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는 성을 음(音)으로 부릅니다.」

하고 영민은 재차 항의를 제출하였을 때, 가와노는

「응?…… 시로 가·손나니·이야 나라·시로 무라 데모·시로 가와 데모·이이·나가·이꾸라 데모·아루 가네. (응?……시로가 그처럼 싫으면 시로 무라라든가 시로가와든가, 좋은 이름이 얼마든지 있을텐데.)...」

하였다.

그러한 가와노가 지금 소대장실에서 의기양양하여 뛰쳐 나오면서

「오이, 시로!」

하고 부른 것이다. 영민은 영민 대로 지극히 불유쾌하였으나 이 못난이와 승강이를 할 흥미를 전혀 잃었던 까닭에 감정을 꾹 참고

「핫! (네)...」

하고 대답할 수 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소대장께서 시로를 불러. 빨리 들어 가 봐!」

하였다.

「핫!」

영민은 부동의 자세를 취하며 경례를 하였다.

중대장의 명령으로 약 二[이]주일 전에 연락장교의 임무를 띠고 상구(商邱) 여단 본부에 가 있던 소대장이 사흘 전에 돌아 왔다는 소식을 영민도 듣고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학병들은 아직 소대장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한 소대장이 영민을 불렀다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까 가와노 반장과 식당에서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때 연락원이 와서 가와노를 불러 갔었는데 그것이 영민 자신에 관한 일 때문인 줄은 전혀 짐작도 못했던 일이 아닌가.

「이건 필경 창씨를 하지 않은 때문이다.」

하였다. 이 부대에 배속된 여섯 명 가운데서 창씨를 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영민 한 사람 뿐이었다.

영민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제하면서 소대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아, 선생님!」

문을 닫치고 경례를 할려고 손을 들던 순간이었다.

야마모도 선생의 웃는 얼굴이 테이블 저편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센세이데와·나이! 쇼오다이쬬·도노쟈! (선생이 아니고 소대장님이야!) ...」

야마모도 소대장은 반가이 맞으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핫, 쇼오다이쬬·도노·히사시·부리데·아리마스! (아, 소대장님, 오래간만입니다)...」

영민은 진심으로 울어나오는 존경과 반가움의 경례를 하였다.

「참으로 오랫만이다. 자아, 악수나 한번 하여 보세.」

야마모도 소대장은 손을 내밀었다.

「소대장님, 반갑습니다! 정말로 꿈 같습니다!」

영민은 두 손으로 소대장의 손을 덥썩 잡았다.

「정말로 꿈 같은 일이네. 군이 대일본 제국의 군인이 되어 내 부하가 될 줄은 정말로 뜻밖의 일이 아닌가!」

「아, 소대장님!」

「선생님이라고 그래도 좋아. 오늘의 회견은 공무가 아니고 사제지간의 푸라이베이트·인터뷰우니까.」

「선생님!」

영민은 눈물이 글썽글썽 했다. 왜 그런지 모른다. 다사로운 정이 영민의 황량(荒凉)한 마음을 무섭게 스치고 지나갔다.

「앉아요.」

야마모도 소대장은 그렇게 권하면서 자기도 앉았다. 그러나 영민은 감히 앉지를 못하고 여전히 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앉아도 좋아요.」

「괜찮습니다, 선생님!」

「앉아요. 소대장의 명령을 거역해서는 안되니까.」

「네, 앉겠읍니다.」

영민은 조심스럽게 의자에 걸터앉았다. 걸터앉으면서 영민은 비로소 야마모도 선생의 견장을 보았다. 일 년 전 신막 역 차창에서 본 선생의 견장은 분명히 군조였었다. 그것이 지금에는 소위의 견장으로 변해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천천히 하고……」

그러면서 야마모도 선생은 담배를 꺼내 권하면서

「시로꿍, 마아·이뿌구·야리·타마에! (시로군, 한 대 피워!)...」

하며

「하하하하……」

하고 유쾌히 웃었다.

「하하하하……」

영민도 따라 웃었다.

「어째 그리도 반장에게 미움을 샀나?」

「자세히는 모르지만 제가 아마 창씨를 하지 않은 때문 같습니다.」

「하하하하……실은 오늘 군이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어. 그래 아까 반장을 불러 군의 이야기를 물었더니 시로는 철저한 민족주의자라고 그러질 않겠나. 그래서 게시 카랑·시로 오·욘 데·고이!(괘씸하다. 시로를 불러 오라!) ... 하고 군을 부른 것이야. 하하하하……」

야마모도 선생은 진심으로 유쾌한 모양이다.

「그러나 밑바닥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과히 감정을 상하지 않아도 좋아. 하하하하……」

야마모도 소대장은 또 한번 웃었다.

「그래 군대 생활이 어떤가?」

「………」

영민은 대답을 피했다.

「선생님은 어떠십니까?」

「응, 생각하던 것보다는 괜찮어.」

「………」

영민은 또 대답을 안하고 있다가

「저 선생님, 하세가와 상의 소식은 아십니까?」

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하세가와?……아, 나미에 말인가?」

「네에. 작년 초여름에 하세가와 상을 만나 봤읍니다.」

「어디서?」

「은좌서 만나서 술을 얻어 먹었읍니다.」

「야츠와·기미니·스꼬시·호레데·이따까라네.(그는 자네에게 약간 반하고 있었으니까)...」

「………」

「그래 무얼 한대?」

「북경서 애국을 한다고요.」

「애국을 한다고?」

「나라를 사랑한다는 말 모르세요?」

나미에의 말씨를 똑같이 본받아 했다.

「북경서 무얼 하기에?……」

「용궁이라는 카바레에서 마담 노릇을 한다고요. 무슨 특무기관에 관계하고 있는 모양이야요.」

「음, 나미에가……」

야마모도 선생은 지나간 날을 회상이나 하는 듯이 눈을 감고 팔짱을 꼈다.

아침에는 제대로 입고 나갔던 즈로스가 저녁에 돌아 올 땐 뒤집혀 지던 나미에 의 생활을 야마모도 선생은 생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