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칠단의 비밀/14
14. 맞닥뜨린 불행
중학동 354번지 외삼촌 댁 안방에서, 지옥에서 극락으로 나온 것같이 마음을 놓고 있는 순자와 상호는, 외삼촌댁 아주머니가(서로 말도 못 통하니까 역시 한기호라는 학생이 통역을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장 속에서 내어준 사진을 보고 있었습니다.
사진은 상호와 순자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서 박힌 상호의 집 가족사진이었습니다. 상호는 그래도 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서, 의젓하게 박혔는데 순자는 걸상에 앉으신 어머니 무릎 위에서 네 활개를 내뻗치고 입을 벌리고, 울면서 박혀 있었습니다.
기억도 없는 부모의 얼굴을 열여섯, 열네 살에 처음 보는 설움! 불쌍한 오누이의 눈에서는 굵다란 눈물이 낙숫물같이 뚝뚝 사진 위에 떨어졌습니다.
그 모양을 보는 외삼촌과 아주머니도 늙으신 눈에 눈물이 고여 넘었습니다.
“원수를 갚아야 한다! 원수를 갚아야 한다. 너의 어머니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그러나 너희 아버지를 찾아가야 한다. 중국으로 가셨는지, 미국으로 가셨는지, 도무지 소식을 모르는 외롭게 헤매는 너의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 너희 아버지도 지금쯤은 차차 늙기를 시작할 텐데……. 너희들 생사도 모르고, 지금 어디서 편히나 계신지. 하루 바삐 너의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
말씀하는 외삼촌 노인도 울음에 떨리는 소리거니와, 듣고 있는 두 오뉘의 눈에서는 그대로 눈물이 비 오듯 하였습니다.
“오냐. 이 원수는 죽어도 갚고야 죽는다.”
하고, 상호가 속으로 맹세하느라고, 비 오듯 하는 눈물에 젖은 입술을 단단히 깨물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아, 바로 그때에 대문을 박차는 소리가 나더니 내다 볼 사이도 없이 마당 앞에 우뚝우뚝 양복 입은 험상궂은 사람이 세 사람이나 들어섰습니다.
《어린이》 4권 9호 (192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