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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소학생 74호.pdf/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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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이름 없는 별들 (5)

정 인택 • 그림 정 현웅

제4장 아이들의 세계(1)

불탄 자리 같이 쓸쓸한 곳은 없다.

이들 사흘 지나, 구경조차 모여들지 않게 되면, 구슬프기까지 하다.

남이 보아 그렇거늘, 하물며 당사자나 연고자들의 마음은 어떠하랴. 그것은……

그러나, 여기서 그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지금 운동장 한옆에 모여서서 물끄러미 불탄 자리를 바라보고 있는 교장 이하 선생님 들의 표정을 보아도 그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아니, 선생님들과는 뚝 떨어져서 옹기종기 떼를 지어 서 있는 아이들의 표정만 보아도 그것은 알 일이다.

교실 하나는 폭풍(爆風)에 아주 날아가 버렸는지 형체조차 없고, 그 다음 교실과 직원실은 겨우 주추돌만 남아 있을 뿐 타 다 남은 기둥과, 몇개 남지 않은 책상들과, 산산이 깨어진 기왓장들이 아직도 그대로 물에 젖은 채 산덤이 같이 쌓여 있다. 유리창이 엿 같이 녹아, 오색이 영롱하게 빛나면서 군데군데 홀어져 있는 것도 처량하다.

개울이 가까웠고, 바람이 반대쪽으로 불었으니까 망정이지, 그렇지만 않았다면 이 독조 단층 교사는 모조리 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교실 세 개가 성한 채 남았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높다란 하늘에는 구름만이 무심히 떠돌고 있다.

아이들의 떼는 한 걸음, 두질음, 선생님들 쪽으로 다가간다. 선생님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계신지, 그것도 궁금했지만, 무 엇보다도 자기네들 머리 위를 꽉 누르고 있는 듯 싶은, 무거운 침묵이 견디기 어려웠다.

하나씩 둘씩, 어느 틈에 모여들었는지 아이들 수효는 백 명도 훨씬 넘어 보였다. 다른 때 같으면 운동장이 떠나가도록 왁자지껄할 것이나, 모두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