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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소학생 74호.pdf/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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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은 행동도 침착했고 말도 없었다.

☆ 지금까지의 대강 이야기 ☆

서울이라고는 하지만 시골같은 문밖 동네 어느 여름날 국민 학교 마당에서 영화를 놀리게 되자 어른 어린이 남자 여자 할것 없이 넓은 운동장에 들어서서 재미있게 구경하기 시작한지 5 분이 채 못되어 별안간 산이 무너지는 것 같은 요란한 소리가 나고 잇대어 하늘을 찌를 듯한 검 연기가 치밀어 학교에서 큰 불이 일어났다.

이 바람에 구경갔던 희봉이는 그만 어린 몸이 여러 어른에 밀러다가 쓰러져 뭇 발길에 책이고 밟히어 정신을 잃었다. 희봉이 아버지와 같이 구경간 오빠 운봉이가 애들 태우고 찾고 있는데, 마침 희봉이가 쓰러진 걸 업어다가 자기 집에서 정신을 차리게한 희봉이의 한반 동무 최수의 아버지가 집으로 얻어다 줘서 희봉이 식구는 죽었던 자식을 만난것처럼 반가워한다. 한편 다리를 다친 희봉이를 문병한답시고 태진이 종호 갑주 옥순이 철수들이 찾아와서 태진이 얘기로 학교에서 터진건 일본놈이 파뭇고 간 폭발탄이 터진 까닭임을 알게되었는데 아직도 누가 불을 붙였는지는 모른다고한다. 그 말 끝에 아무래도 아이들이 수상스러우니 그날 구경간 애들은 다 파출소에서 조사해 봐야한다고 하며 창수보고 너도 구경 갔었지? 하고 묻자 창수는 발끈 성을 내며, 갔으니 어쩔테냐! 하고 대선다.

종호가 앞장을 섰다. 학교 성적은 좋지 못해도 반죽이 좋고, 용기가 있어, 이런 때면 의례 종호를 내세운다. 종호는 또 그것이 은근한 자랑인 것이다.

(2)

종호 패가 선생님 곁으로 다가가는 것을 보자, 이구석 저구석에서 아이들 떼가 소리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종호가 허리를 꾸뻑했다. 다른 아이들도 뒤에서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들은 고개만 잠간 까딱하고 나서, 말이 없다.

숙기 좋은 종호지만 오늘만은 좀 거북하다. 하는 수 없이, 거기서 걸음을 멈추고, 멀쑥해서 멍하니 서있을 뿐이다.

무엇인지 소군소군 이야기하시던 교장 선생님이, 한참만에 아이들 쪽으로 돌아 서시었다.

종호는 또 한 번 허리를 꾸벅했다. 교장 선생님은 여러 아이들 얼굴을 주욱 한번 훑어보신 후,

"어저께 밤에, 여기 구경 왔던 사람, 손들어!"

다른 때보다 더 무서워 보인다.

아이들은 얼굴 빚을 변했다. 얼른 손을 드는 아이가 없다.

구경 왔던 아이들을 하나씩 블러다 조사한다는 소문이 어느 틈에 쫙 아이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다.

"왜들 손 안드는거냐? 어저께 밤에 여기 구경 왔던 사람 손 들어!"

아까보다 좀 더 높은 음성으로 교장 선생님은 되풀이 하신다.

도리 없다. 종호가 먼저 번쩍 손을 쳐들었다. 그러니까, 연달아 여기 저기서 손이 올라온다.

"손 든 사람, 앞으로 나와."

풀이 죽어 앞으로 나왔다.

"너희들 중에서, 다친사람 있으면 손 들어봐."

서너 아이가 손을 들었다.

"어디를 다쳤나?"

맨 앞에 섰던 아이가 울상을 하고 대답했다.

"너머져서 무르팍이 베껴졌에요."

"또, 그 다음은?"

"저두요."

"또?"

"저두요."

세째 아이가 대답하자, 아이들 속에서

"킥!" 하고 웃음 소리가 터졌다. 그러자, 그것을 기다렸던 듯이 까르르 일제히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선생님들도 입가에 빙그레 웃음을 띄우셨다.

"여기 오지 않은 사람 중에서 다친 사람은 없나?"

가만히 형세를 보니까, 구경왔다고 꾸짖으시거나 문초를 하거나 하시는 것은 아닌상 싶다. 그런 줄 알고 보니까, 마음이 턱 놓여, 종호가 선뜩 앞으로 나섰다.

"회봉이가 아주 많이 다쳤읍니다."

"희봉이?"

"네 3 학년 2 반, 윤 희봉이 말입니다."

교장선생님이 채 무엇이라 말씀하시기 전에, 그 대답을 듣고 희봉이 단임선생 선생님이 놀란 얼굴로 한 걸음 나서시며

"많이 다치다니?"

"어디를 어떻게 다쳤니?"

다급하게 물으셨다.

다른 선생님들도 일제히 종호 앞으로 다가 오셨다. 아이들의 시선도 일제히 종호 한테로 집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