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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소학생 74호.pdf/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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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애니 중뿔나게 나섰다고 종호는 금방 뉘우쳤다. 그러니까 점점 자기 처지가 난처해졌다.

"저어……전 잘 몰라요, 여기 운봉이 와 있으니 운봉이 한테 물어보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꽁무니를 뺐다.

또 한 번 운동장 안이 웃음바탕이 되고 말았다.

(3)

누가 처음 발설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을 알 필요는 없다. 무조건하고 협력하는 아이가 하나라도 더 많으면 되었다.

직원실 탄 자리를 선생님들이 파헤치시는 것을 보고, 누가 생각해 냈는지도 모른다. 혹은 학교 처에 사는 아이들이 놀 자리를 만드려고 궁리해낸 일인 것도 같다.

이튿날부터 의논이나 한 듯이 여러 아이들이 학교로 모여 와서, 불탄 교실 자리를 정리하기 시직했던 것이다.

홀딱서 재가 되고 만줄만 알았는데, 막상 걷어치우려니까 수월치가 않다. 타다 남은 재목이며 책상이며 의자 나부랭이가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폭발로 인해서 흙이 덮여, 그 흙 파내기가 여간 힘 드는 일이 아니다.

우선 쓸 것, 못쓸 것,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기로 하였다.

쓸 것이래야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타다 남은 나무는 장작이라도 될 수 있다. 교원실 자리에서는 책과 종이가 무척 많 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안탄 교실에다 갖다 쌓았다.

흙 파내기도 힘들었지만 기왓장 고르기도 용이한 일은 아니었다. 몇십 명이 달려들어 진종일 파내고 고르고 하여도, 밤낮 그대로 있는상부르다. 그 뿐 아니라, 그것을 운동장 한모퉁이까지 날라가는 일이 더 큰 일이다. 이것만은 하급생을 시킬 수 없어, 5, 6학년 남자반 아이들이 도맡아 했다.

별안간에 당한 일이라, 선생님들도 채 여기까지는 생각지 못하고 있던 터다.

아이들이 자진해서 먼저 시작한 것을 보고, 도리어 선생님들이 당황할 지경이었다.

어떻게 해서 학교를 다시 세우느냐ㅡㅡ 그것이 가장 중대한 문제였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들어앉아 궁리만 했댔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