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런 것은 교장선생님에게 맡겨 두고, 우선 불탄 자리를 치워놓고 볼 일이었다.
물론 나중에 가선 사람을 사야 하겠지만, 당장 우리들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눈 앞에 놓여 있지 않으냐 말이다. 아이들은 이것을 직각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삽, 괭이, 멍석들까지도 제각기 집에서 들고 나왔다. 집이 먼 아이는 점심을 싸 가지고 왔다. 실증이 나면 중간에서 팽개치고 가도 무방했으나, 그러는 아이는 드물었다.
큰 산을 무느려는 개미떼의 노력과 흡사했으나, 아무도 그것을 비웃지는 않았다. 말리는 부모도 없었다.
비웃기 커녕, 말리기는커녕, 하루이틀 지나는 사이에, 동네 어른들까지도 아이들과 함께 출동하게 되었다.
시키지도 않았지만, 시켜서는 안될 일이었다.
(4)
또약볕 아래서, 이건 사뭇 중노동이다. 모두들 얼굴이 시커떻게 탔다.
학교 재건문제가 어떻게 진전되어 가는지, 화약을 폭발시킨 범인이 누군지, 그런 것은 아이들이 알 바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할 일이 있는 것이다.
"종호야."
아침만 먹고 나면 의레 밖에서 부르는 아이가 있다. 갑주다.
"그래애!"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삽을 둘러메고 종호가 뛰어나왔다.
둘이서 나란히 걸어, 태진이 집으로 향한다.
"태진아아."
"그래애!"
"안가니이?"
"가만 있어, 좀 기다려, 나 뒤깐에 있어어."
태진이 어머니의 깔깔깔 웃으시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들 오너라. 뒤 오래 보기루 유명한 녀석, 언제 나올 지 아니?"
종호와 갑주도 한참동안 허리를 펴지 못한다. 갑주가 간신히 배를 움켜쥐고 안에다 대고 외친다.
"운봉이 집에 댕겨 오께, 기다려."
"응."
뒤 보느라고 힘주는 소린지, 대답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이래서 한 패, 끼리끼리 모여서 또 다른 한 괘, 거짓말 보태서 운동장이 까맣게 덮일 지경이다.
고기잡이도, 등산도 아이들은 말짱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다른 놀이와는 통 담을 쌓고, 아이들은 오로지 이 사업에만 열중했다.
그 중에서도 갑주가 제일 열심이었다. 갑주는 아주 이 사업에 홀린 사람 같았다.
갑주가 이 일에 자기 전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이래로, 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