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목구멍에는 여자의 비녀가 걸려 있음을 보았읍니다. 중은 무서운 가운데서도 생각하기를 이 호랑이가 나보고 그 비녀를 빼어달라는가보다 하고 손을 호왕이의 입 안에 넣어 비녀를 빼내어 주었읍니다. 그랬더니 호랑이는 그제야 좋다고 가로 뛰고 세로 뛰고 하여 고맙다는 듯이 머리를 땅에 몇 번이나 대이고는 어디로인지 가버리고 말았읍니다.
윤 석중
옛날 중국 땅에, 이광이라는 활 잘 쏘는 장수가 있었는데, 한번은 캄캄한 밤중에 깊은 산속에서 호랑이와 딱 마주쳤더란다. 자아, 어찌 되겠는가. 내뺄 수도 없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꼼짝 없이 집혀 먹히게 되었는데, 이광이는 속으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판이니, 넨장할거, 활로 한번 쏘아보기나 하자" 고, 정신을 바짝 차리어, 활로 쏘았다. 다행도 해라, 그가 쏘은 화살은 보기좋게 호랑이를 드리맞춰, 호랑이는 그 자리에 픽 쓰러져버리더란다.
이광이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다가가서 죽어자빠진 호랑이를 자세 드려다 보니, 이건 천만 뜻밖에 호랑이가 아 니고, 시꺼먼 바윗덩어리더란다.
그는 얼떨 김에 바위를 호랑이로 잘못 보았고, 정신을 차려 쏘은 화살은, 그 단단한 바위를 꿰뚫은 것이었다. "내 힘이 이렇게도 세던가" 하고 그는 다시 한번 활을 당기어 쏘아 보았으나, 이번 화살은 바위에 맞자 힘 없이 땅으로 떨어지더란다.
어찌 중국 땅 이광이뿐이랴. 자동차가 무서워 피하다가 전차에 치는 사람, 불 붙은 집속에서 옷을 챙겨 입노라고 동동거리다가 이내 살아 나오지 못한 사람, 눈구덩이에서 발버둥질 치다가 더 깊이 빠진 사람, 이런 사람들은 다 허둥대다가 낭패를 본이들이니,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랬다고, 큰 일을 당할수록 더욱 정신을 가다듬어 살아 날 도리를 마련해야 하는 법이다.
그 이튿날, 중은 전날과 같이 법당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었는데, 전날 나타났던 그 호랑이가 들어와서는 자기 등에 타라는 시늉을 자꾸 하므로, 중은 이상하게 생각하고서 호랑이의 등에 올라 타니, 쏜살같이 달아나더니 어느 숲속에 내려 놓았읍니다. 보니까 그 곳에는 웬 젊은 여자 한 사람이 기절하여 누워있었읍니다. 중은 호랑이를 보고 "이게 무슨 못된 짓이냐?" 고 꾸짖으니, 호랑이는 고개를 숙으리고 어디로인지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리하여 중은 그 여자를 업고 절로 와서 방에 누이고 간호를 하니, 그제야. 그 여자는 긴 잠에서 깨어난 사람 같이 눈을 뜨며 여기가 어디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읍니다. 중은 이렇게 된 시종을 이야기하니, 그 여자는 자기는 공주 사는 임(林)씬데 혼인하는 날 밤, 뒷간에 나간 후의 일은 모르겠다고 말하므로 중은 그러면 친가에 기별을 하겠다고 하니, 그 여자는 굳이 이를 거절하며, "나를 구해준 이는 스님이시니 나도 스님과 같이 중이 되어 불도(佛道)를 닦으며 스님을 도와드리겠읍니다" 고 눈물을 흘리면서 결심을 표하므로, 중도 하는 수 없어 그 여자와 결의 남매를 맺고 불도를 닦으면서 깨끗하게 지냈다고 하는데, 이를 기념하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