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아도 석가탑의 그림자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는데, 실망한 그의 안해는 남편의 이름을 부르며, 고만 못 가운대에 몸을 던진 까닭이다。 그는 망연히 물 얼굴을 바라보며, 몇번이나 안해의 이름을 불렀으랴。 그러나, 찰랑찰랑하는 물 소리만 귓가를 스칠뿐。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이슬 나리는 새벽, 달빛 솟는 저녁에도, 그는 못 가를 돌고 또 돌며 사랑하는 안해를 그리며 찾았다。
새봄
가람
1
산머리 바위 틈에
잦아진 눈어름이
별 알에 반짝어려
예서제서 비쳐오고
다스한 실바람 결이
소매 안에 안기네。
2
얼든 흙덩어리
부슬부슬 다 녹이고
햇살은 따듯하여
스물스물 수며들어
풀마다 새로운 움이
다시 살아 나오네。
3
가개 머리마다
달래와 낭이 뿌리
어항에 금붕어 놀고
새들은 장에 울어
이 거리 저 거리에도
봄이 벌서 움지기네。
4
흙 속에 버레들과
잠들든 개구리며
바람도 몬지도
일어라 다 일어라
푸르는 뫼와 언덕도
같이 일어 뛰어라。
◇
오늘도 못 가를 볼 때에, 그는 문득 못 옆 물가에 사람의 그림자가 알연히 나타낫다。
『아, 저기 잇구나』
하며 그는 이 그림자를 향해 뛰어 달려 들엇다。 그러나, 벌린 그의 팔 안에 안긴 것은, 안해가 아니요, 사람이 아니요, 사람만한 바위 덩이다。 그는 바위를 잡은 찰나에 문득 제 눈 앞에 나타난 안해의 모양을 길이길이 잊지 않으려고, 그 바위를 사기기 시작하엿다。 제 환상(幻想)에 떠오른 사랑하는 안해의 모양은, 다시금 거룩한 부터님의 모양으로 변하엿다。 그는 제 예술로, 죽은 안해를 살리고, 아울러 부텨님에게까지 천도(薦度)하려한 것이다。
◇
이 조각이 완성되면서, 자기 역시 못 가운데 몸을 던지어 안해의 뒤를 따랏다。
-◁文藝讀本 上卷에서▷-
우리 회원 李康來씨의 아버님께서 사월 열일헷날에 궃기시엇다。
조선어학회 사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