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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조선어학회 한글 (1권 3호).pdf/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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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하여 「앓브」로, 「飢」를, 「곯다」의 語根에서 온 것이라 하여 「곯브] 쓴다면, 이 역시 音理上 모순이다。 곧 「슳브」를 「슬프」로 發音할 때에, 「앓브」 「곯브」가 「알프」 「골프」로 發音될 것이요, ㄹ받침이 略된다 하여, 「앓브」 「곯브」를 「아프」「고프」로 發音된다면, 「슳브」가 「스프」로 發音될 것인가。 이것이 무론 語源 表示로는 좋으나, 語音으로는 그러한 모순이 잇어서, 배우는 자에게 막대한 곤난을 주게 될 것이다。 만일 語源 表示로만 주장을 삼는다면, 갇옷(皮衣), 솜씨(手巧), 무게(重量), 빨리(迅速), 멀리(遼), 즐기다(娛), 재우다(使寢), 세우다(使立)와 같은 말도 가죽옷, 씨, 무겁이, 빠르이, 이, 즐겁이다, 이우다, 이우다로 써서, 각기 그 말의 語源을 꼭꼭 表示할 것인가。 또 極端으로 수물(二十), 설흔(三十), 마흔(四十), 쉰(五十)… 이란 말들을 다 페지하고, 둘열, 셋열, 넷열, 다섯열…… 이란 말을 지어 쓸 수 잇을가。

또 본연히 不規則인 줄 알면서도, 아쉰대로 그 一部나마 規則에 맞게 쓰자는 것이 있으니, 「따르다」(隨)란 말을 다른 토를 달아 쓸 때 「딸으니」 「딸아서」로 쓰고, 「아프다」를 「앞아서」 「앞으니」로 쓰며, 또 오르다(登)를 「오ᇐ아서」, 「흐르다」(流)를 「흐ᇐ어서」로 쓰는 따위다。 만일 이와 같이 一部의 不規則을 면하기로 한다면, 「깃브다」(喜), 「밧브다」(忙),「궂브다」(食慾) 「낮브다」(卑) 「믿브다」(可信)와 같은 말들도 다 「기ᇪ으니」, 「바ᇪ으니」,「구ퟷ으니」, 「나ퟷ으니」, 「미ퟏ으니」로 써야만 될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지저분한 짓이냐。 우에 것이나 아레 것이나 다 마찬가지의 一部 不規則일진대, 우에 것은 그리 쓸 수 있고 아레 것은 그리 못 쓴다는 무슨 理由도 없을 것이다。 그런즉, 이러한 말들은 一部이고 全部이고 물을것 없이 모두 不規則으로 몰아 넣어서, 다만 表音式으로 적는 것이 가장 合理한 처리라 한다。

이제 우리 말의 不規則 變格活用의 例를 벌이어 적으면 아래와 같다.

(ㄱ) ㄹ의 줄은

줄지 않는것 주는 것
갈다(耕) 갈고 갈아서 가니 간 가오
길다(長) 길고 길어서 기니 긴 기오
놀다(遊) 놀고 놀아서 노니 논 노오
달다(甘) 달고 달아서 다니 단 다오
덜다(減) 덜고 덜어서 더니 던 더오
말다(勿) 말고 말아서 마니 만 마오
멀다(遠) 멀고 멀어서 머니 먼 머오
불다(吹) 불고 불어서 부니 분 부오
살다(生) 살고 살아서 사니 산 사오
알다(知) 알고 알아서 아니 안 아오
얼다(凍) 얼고 얼어서 어니 언 어오
울다(鳴) 울고 울어서 우니 운 우오
잘다(小) 잘고 잘아서 자니 잔 자오
졸다(眠) 졸고 졸아서 조니 존 조오
줄다(縮) 줄고 줄어서 주니 준 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