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해동염사/강릉의 미인 연화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江陵 (강릉)美人 (미인)蓮花 (연화)

—養魚池의 傳說—

앞으로 만리일벽(萬里一碧)의 창해(滄海)를 임하고 뒤로 웅준수려(雄峻秀麗)한 오대산(五臺山)을 등저서 한송정(寒松亭) 경포대(鏡浦臺)의 명소를 형성하고 창해역사(滄海力士)며 이율곡(李栗谷), 최원정(崔猿亭) 같은 위인달사를 산출한 관동(關東)의 성지 강릉(江陵)에는 자래로 미인이 또한 많았다. 그중에서 제일 미인으로 향기러운 이야기꺼리를 많이 전한 사람은 옛날 신라 진평왕(新羅 眞平王) 시대에 유명하던 연화(蓮花)라는 여자이다. 그때 신라에는 무월랑(無月郞)이란 풍류남자가 있어서 강릉 고을에 벼슬을 살러 갔다가 이 연화와 우연한 기회에 서로 알게 되어 하루 이틀 서로 교제를 하는 동안에 피차간 사랑이 생겨서 남유달리 친밀하게 지냈었다. 그러나 진소위 호사다마로 얼마 아니하여 무월랑이 벼슬이 갈리어, 신라의 서울로 돌아가게 되니 두 사람의 안타까운 이별은 참으로 형언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인정상 참아 놀 수 없는 손을 잡고 단장의 이별곡을 부르며 후일에 다시 만나 백년의 부부가 되기로 굳은 약속을 하였다.

× ×

이 이별에 애가 타오른 연화는 그날부터 자기 마음을 부칠 곳이 없어서 날마다 날마다 자기 집 북창 앞에 있는 연당(蓮塘)에 가서 꽃 구경하기와 고기밥 주기로 일을 삼으며 고적한 세월을 보냈다. 그렇게 여러 달을 두고 고기밥을 주니 고기들까지도 그와 아주 정이 들어서 아침저녁으로 그의 붉은 치마빛이 연당에 비치기만 하면 수백 수천의 고기떼들이 입을 한데 모아 가지고 뛰어 나와서 밥주기를 기다렸다. 그중에도 한 쌍의 고기는 이상하게도 어여쁘고 활발하여 그 처녀가 특별히 사랑하고 밥도 특히 많이 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기지마는 그 여자가 그렇게 사랑하니까 역시 다른 고기보다 특별한 정이 있는 것 같아서 그가 밥을 줄 때면 다른 고기보다 먼저 뛰어나와 그의 앞에 춤추듯이 한참 활발하게 뛰어 놀고 밥을 먹고 갈 때에도 다른 고기 모양으로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한바탕을 뛰어논 다음에 감사하다는 듯이 머리를 꾸벅꾸벅하며 갔다.

× ×

그렇게 몇 해를 지내던 중 그 여자의 부모들은 그 여자를 어떤 곳으로 시집을 보내려고 혼설을 내었다. 그것을 아는 연화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다만 자기의 애인인 무월랑의 있는 신라의 남쪽 하늘을 바라보고 혼자 애처로운 눈물만 흘릴 따름이었다. 하루는 연화가 편지 한 장을 써 가지고 연당에 가서 고기밥을 주며 무심히 혼자 하는 말이

『고기야 고기야 너는 인정이 있거든 저 멀고 먼 남쪽 나라에서 나의 사랑하는 무월랑에게 편지나 한 장 전해 주려무나 나도 잘못하여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게 된다면 네 주던 밥도 또 주지 못하게 될까 보다………』 라고 하였다. 그 고기는 여자의 말을 알아듣는 듯이 두 귀가 불뚝불뚝 하더니 또 머리를 꾸벅꾸벅하며 대답하는 것 같았다. 연화는 그 고기의 행동이 다른 때와 다른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실험적으로 그 고기에게 편지를 던저 주니 고기는 그 편지를 물고 어디로인지 가고 말았다. 그런지 三日이 되도록 그 고기는 그림자도 볼 수 없더니 사일 만에 그 고기는 뜻밖에 무월랑의 답장편지 한 장을 물어다 주었다. 그것은 그 고기가 그동안에 동해(東海)를 거쳐서 무월랑의 집 근처 어떤 물에서 놀다가 무월랑의 낚시질하는 낚시에 짐짓 걸리어서 무월랑으로 하여금 그 고기를 잡아 입에 물은 편지를 받아보게 하고 또 무월랑에게서 주는 답장을 물고 온 것이었다. 연화는 그 편지를 보고 크게 기뻐할 뿐 아니라 무월랑도 그 편지의 전한 것을 이상히 여기고 또 연화가 자기와 약속한 것을 저버리지 않고 그와 같이 지성스럽게 하는 것을 크게 감사히 생각하여 그 답장을 한 지 얼마 아니하여 연화를 데려다가 결혼하고 자미스러운 부부의 생활을 하였다. 그리하여 그 뒷사람들이 그 연못을 이름하여 양어지(養魚池) 또는 서출지(書出池)라 하였으니 지금 강릉군 남대천(郡 南大川) 남편에 있는 연화봉(蓮花峯) 밑이 바로 옛날 그 연못 터라고 한다. 나는 몇 해 전에 그곳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옛말을 생각하고 변변ㅎ지 못하나마 한시(漢詩) 한 수를 지은 일이 있었다. 지금에 이 글을 쓰는 끝에 기념 삼아 그것을 기록한다.

蓮花峯下水盈塘, 潑溂遊魚吹細浪.
時有佳人來浣錦, 恰如當日寄書娘.
연화봉 밑 연못에 물 가득한데
펄펄 노는 고기 떼 물껼을 뿜네
때마침 미인 와서 빨래질 하니
옛날에 편지하던 그 처녀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