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염사/평강 처녀와 청의 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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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康 (평강) 處女 (처녀)靑衣 (청의) 童子 (동자)

—平康 蔡氏沼의 傳說—

사람이 못(沼)에 빠져 죽었다면 그리 이상한 일이라고는 하지 않겠지마는 그와 반대로 사람이 못에서 처음 생겨 나왔다면 누구나 더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강원도 평강군 유진면 유진리(江原道 平康郡 楡津面 楡津里)에는 마암소(馬巖沼)라는 큰 소(沼)가 있으니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그 소는 평강채씨(平康 蔡氏)의 생겨나온 소라고 한다.

그 전설을 들으면 대개 이러하다. 지금으로부터 몇백 년 전이다. 그 동리에는 어떤 집 처녀가 있었는데 그 처녀는 아무 까닭도 모르게 아이를 배었다. 그의 부모가 크게 놀라고 괴상하게 생각하여 그 처녀를 불러놓고 엄절히 책망하고 그 사실을 힐문한즉 그녀는 대답하기를 자기도 역시 아무 까닭을 알 수 없고 다만 의심나는 일은 밤중이면 어떤 이상한 청의 동자(靑衣 童子) 하나가 와서 자고 가는 일이 있는데 그역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고 하였다. 그의 부모는 더욱 괴이하게 생각하여 바늘과 당사 실을 그 처녀에게 주고 당부하되 오늘 밤이라도 만일 그 동자가 또 오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비밀하게 그 동자의 옷에 꽂으라고 하였다. 그 처녀는 자기 부모의 말과 같이 바늘과 실을 품속에 감추어 두었다가 그 동자의 옷에다 비밀히 꽂아두었다. 그 이튿날 아침에 그의 부모들은 그 실 끝을 쫓아서 동자의 종적을 살피니 과연 그 끝이 마암소(馬巖沼)로 들어가 있었다. 그의 부모는 점점 이상히 생각하고 그 실 끝을 마치 낚시질하는 사람의 낚시줄 잡아 다리듯이 슬금슬금 잡아 다리니 천만뜻밖에 큰 거북(大龜)이 달려 나왔다. 그의 부모는 그 처녀의 수태한 것이 영물의 소위라 하고 그 거북을 조금도 다치지 않게 고히 고히 다시 그 소에 던져넣었다. 그 뒤에 그 처녀는 일개 기남자(奇男子)를 낳으므로 인하여 성을 채씨(蔡)라 하고 본을 평강으로 하였으니 이것이 곧 조선에 있는 평강 채씨의 시조(平康蔡氏 始祖)라고 한다—채(蔡)는 원래 자의(字義)가 큰거북(大龜) 챗자이므로 그리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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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마는 평강 이야기를 하는 끝에 기괴한 이야기를 또 하나 하겠다. 지금 평면에는 용전(龍田)이라 하는 곳이 있으니 본 이름은 범등랑(凡等朗)이다.

이조 숙종조(肅宗朝) 때에 이희조(李喜朝)란 사람이 그곳 군수로 있었는데 때마침 어떤 사람이 읍내 서편 파산정리(邑內 西 巴山享里)에 있는 큰못(大池)에서 보기에도 징글징글하게 큰 잉어(鯉魚) 한 마리를 잡아서 관수(官需)에 바치었다. 그날 밤에 이 군수는 꿈을 꾼즉 어떤 청의 동자 하나가 와서 절을 하고

『我本靑山騎馬客, 一朝命盡今喜朝 = 나는 본래 푸른 산에 나귀 탄 손이더니 일조에 이희조에게 목숨이 끊어진다—』

이러한 시(詩) 한 구를 주었다. 이씨는 놀라 깬 후에 혼자 이상하게 생각하고 이것은 그리 심상한 꿈이 아니라 하고 하인을 불러서 관주(官廚)에 생물이 있는 여부를 물었더니 과연 큰 잉어가 산채로 그대로 있었다.

이씨는 즉시 그 잉어를 가져다가 본래 있던 연못에다 놓아 주었더니 얼마 아니하여 그 못이 스사로 말라버리고 범등랑(凡等朗)에 물이 쏟아져 나와서 큰 못이 새로 되어 일반이 모두 말하기를 그것은 용잉어(龍鯉)의 소위로 그리 되었다 하고 인하여 범등랑을 용전으로 고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