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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염사/신숙주 부인 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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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二編 名婦人·名妾[제2편. 명부인, 명첩]
申叔舟 (신숙주) 夫人 (부인) 尹氏 (윤씨)

생명욕이란 인생으로서 무엇보담 가장 큰 욕망이었다. 온갖 고생 갖은 천대와 싸우면 서도 백세를 살지 못하여 애를 태우는 것이 인정의 상도이지만 남편은 정난공신(靖難功臣)이 되어 전도부귀가 한량이 없고 용과 봉 같은 아들을 여덟이나 두었고 자기도 오십이 채 넘지 못하여 한참 재미로운 생활 한참 호강하는 생활을 할 행운을 당한 이가 죽음 중에도 몸서리칠 음약자살(飮藥自殺)로 최후를 맞고 모든 인간이 끝없이 부러워하는 부귀도 헌신짝 같이 버린 여자는 단종(端宗)사변에 중대 관계를 가졌던 인물 신숙주(申叔舟)의 부인 윤씨(尹氏)이다.

단종의 애사와 세조(世祖) 등극의 이면에 가지가지로 쌓인 사실은 이미 세상이 아는 바이라 더 말할 필요가 없거니와 신숙주가 집현전 학사(集賢殿 學士)로 세종대왕(世宗大王)의 지우를 지극히 받아 단종이 탄생하셨을 때 경회루(慶會樓) 하례하는 잔치에서 태산 같이 무거운 부탁을 받고 감격한 눈물을 흘린 것도 이 윤부인은 알았고 문종대왕(文宗大王)이 당신의 병환을 설어하시고 세자의 어리심을 근심하시며 여러 대군(大君)들의 강성함을 걱정하자 부왕(父王) 때부터 심복고평으로 밀어 오던 사육신(死六臣)과 신숙주 이외 몇 인물을 편전(便殿)으로 부르사 술을 주시고 세자를 부탁하실 때 신숙주가 술이 취하여 지척천폐(天陛)에서 방자히 잠든 것을 죄주지 않으시고 도리어 그의 치움을 염려하자 입으셨던 털두루마기로 덮어 주신 일까지 이 윤부인은 알기 때문에 자기 남편이 나라 일에 국궁진취하기를 항상 권하였고 자기의 잡은 의리의 마음도 남편인 신숙주보담 더 한층 굳었었다.

단종이 선위하고 세조가 등극할 때에도 신숙주의 행동이 다른 사람과 달라 한명회와 권남(韓明澮•權擥)의 무리에게 붙은 흔적이 있어 자기들의 의심이 없지 않음을 알고 이 윤부인은 항상 자기 남편을 나무라기도 하고 독려도 하여 왔다.

세조 등극한지 二년 병자(丙子) 유월에 사육신 등이 단종의 복위를 도모할 적에 성삼문(成三問)은 신숙주와 남유달은 사생휴척을 같이 할 정분도 있고 세종이나 문종에게 지우를 받음이 똑같은 까닭으로 신숙주에게 흥망사생이 재차일거한 중대한 이야기를 서로 통하여 왔다. 아무리 규중에 있는 윤부인이지마는 원래 의리에 범연ㅎ게 않고 성삼문의 잡은 마음을 아는 터이라 이번 일에는 자기 남편도 성삼문과 한 가지 되면 되고 망하면 망할 줄을 철석같이 믿었고 신숙주 자신도 자기 부인과 사불여의 하거든 죽으라는 맹서까지 하였다.

쇠를 녹일 듯한 유월 염천에 세조를 해내려는 계획이 미연에 발각되어 성삼문 이하 육신들을 모조리 악형하고 그 집까지 적몰한다는 소문이 윤부인 귀에 들리었다. 의리의 잡은 마음이 없이 이해로만 끌리는 이 같으면 창황망조한 빚도 띠일 것이지마는 대의를 앞세우고 흥망을 관계ㅎ지 않는 윤부인이라 그날 일이 그렇게 되는 것을 도리어 당연으로 알아 그야말로 자기 남편도 다른 사람과 같이 죽을 것을 영화로 알았기 때문에 태연자약하게 아들들을 불러 세우고 대의를 들어 안한한 태도로 훈시하고 군자(君子)가 사생의 경우에 구차하지 않아야 할 것을 훈시하였다. 이때 이 부인은 도리어 웃음을 띄웠다. 자기네 집이 유방백세(遺芳百世)할 것을 질겼든 까닭이다. 무지개 뻗치 듯한 정성 서리같이 찬 생각으로 금부나졸이 올 것을 기다리던 그 부인은 의외에도 남편이 호화롭게 살아 돌아오는 것을 보고서 웃던 얼굴에 분한 빛이 떠오르고 안한하던 생각이 다시금 어수선하여

『대감 어찌 살아 나오슈』 하고 의심스러운 눈치로 치어다보며 물었다. 이 물음을 듣는 신숙주의 생각도 그때는 찔렸으리라. 아까 평생지기 성삼문의 악형 받는 것을 목도해 보고 지금 자기 아내에게 청천벽력 같은 질문을 받는 그 찰라의 마음…… 신숙주는 고개를 숙이고

『팔룡 때문에 어찌 하오』 가만히 대답하였으니 자기 아들 팔형제가 불쌍하다는 정을 끌어 자기 아내에게도 모자의 정을 자아내어 그의 분노를 끄려던 수단이다. 그러나 이 윤부인이 그 수단에 넘어갈리 있으랴. 자기 남편이 하는 말을 듣고 더욱 분심이 생겨서 그의 얼굴에다 침을 탁 뱉고 미리 준비하였던 약을 마시고 종용히 오른 길을 밟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