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가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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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데,
무에라고 네 마음은 종이 풍지처럼 떨고 있니?
나는 서글프구나 해맑은 유리창아!
그렇게 단단하고 차디찬 네 몸,
어느 구석에 우리 누나처럼 슬픈 마음이 들어있니?

참말로 누가 오라고나 했나?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달아 와서,
그리 마다는 나뭇잎새를 훑어놓고,
내 아끼는 유리창을 울리며 인사를 하게.

너는 그렇게 정말 매몰하냐?
그렇지만 나는,
영리한 바람아, 네가 정답다.
재작년, 그러고 더 그 전해에도, 가을이 올 적마다,
곁눈 하나 안 떠보고, 내가 청년의 길에 충성되었을 때,
내 머리칼을 날리던 너는, 우렁찬 전진의 음악이었다.
앞으로! 앞으로! 누구가 퇴각이란 것을 꿈에나 생각했던가?
눈보라가 하늘에 닿은 거칠은 벌판도 승리에의 꽃밭이었다.

오늘……
오래된 집은 허물어져 옛 동간 들은 찬 마루판 위에 얽매어 있고,
비열한들은 이상과 진리를 죽그릇과 바꾸어,
가을비가 낙엽 위에 찬데,
부지런한 너는 다시 그때와 같이 내게로 왔구나!

정답고 영리한 바람아!
너는 내 마음이 속삭이는 말귀를 들을 줄 아니, 왜 말이 없느냐?
필연코 길가에서 비열한들의 군색한 푸념을 듣고 온 게로구나!
입이 없는 유리창이라도 두드리니깐 울지 않니?
마음 없는 낙엽조차 떨어지면서, 제 슬픔을 속이지는 않는다.

짓밟히고 걷어채이면서도, 웃으며 아첨할 것을 잊지 않는 비열한들을,
보아라! 영리한 바람아, 저 참말로 미운 인간들이,
땅에 내던지는 한 그릇 죽을 주린 개처럼 쫓지 않니?

불어라, 바람아! 모질고 싸늘한 서릿바람아, 무엇을 거리끼고 생각할까?
너는 내 가슴에 괴어 있는 슬픈 생각에도 대답지 말아라.
곧장 이 평양성(平壤城)의 자욱한 집들의 용마루를 넘어,
숲들이 흐득이고 강물이 추위에 우[鳴]는 겨울 벌판으로……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