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너 하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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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있는 것은
광영 하나뿐이고,
정녕 굴욕이란 없는가?
있어도 없는 것인가?
만일 싸움만 없다면…….

그러나 싸움이 없다면,
둘이 다 없는 것,
싸움이야말로
광영과 굴욕의 어머니,
모든 것 가운데 모든 것.

패배의 피가
승리의 포도주를 빚는 것도,
굴욕이
광영의 향료를 끄어내는 것도,
모두 다 싸움의 넓은 바다.

바다는
넓이도 깊이도 없어,
승리가 실컨
제 즐거움의 진주를 떠내고,
패배이 죽도록
제 아픔의 고귀한 값을 알아내는 곳.

회복될 수 없는
굴욕의
―제군은 이 말의 의미를 아는가?
아프고 아픈 상처가,
붉은 피가
장미 떨기처럼 피어나는 곳.

아아! 너 하나, 너 하나 때문에,
굴욕마저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