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상륙
전차도 커지고,
자동차도 새로워지고,
삼층 사층 양실들이 곱다란
이 넓은 길이 어디로 통하는가?
정신을 차려라……
클랙슨이 먼지를 풍기며 노호(怒呼)한다.
인제 부산도 옛 포구가 아니다.
트럭이 지냈는가 하면,
자동차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스톱! 하늘엔 여객기의 통과다.
정녕 나는 연락선에서 들고 내린,
묵은 가방을 털어보아야 할까보다.
몇 해 전 가지고 건너갔던
때 묻은 선입견이 남은 모양이다.
부두의 딸가닥 소리가 사람들을 놀랜 것은 벌써 옛 목가(牧歌)로구나.
내가 입고 자란 옷,
주절대고 큰 말소린
하나도 찾을 길이 없다.
나는 고향에 돌아온 것 같지도 않고,
아, 고향아!
너는 그 동안 자랐느냐? 늙었느냐?
외방 말과 새로운 맵시는 어느 때 익혔느냐?
벌렸다 다물고, 다물었다 벌리는,
강철 개폐교(開閉橋) 이빨 새에
낡은 포구의 이야기와 꿈은,
이미 깨어진 지 오래리라만,
그렇다고 나는 저 산 위 올망졸망한,
오막들의 고달픈 신음 속에,
구태여 옛 노래를 듣자 원하진 않는다.
나의 귀는 신음과 슬픈 노래에 너무나 찌들었다.
비록 오는 날,
나의 조상들의 외로운 혼령이
잠시 머무를 한낱 돌이나 나무가 없고,
늘비한 굴뚝이 토하는 연기와 그을음에,
흰 모래밭과 맑은 하늘이
기름걸레처럼 더러워진다 해도,
아아, 나는 새 시대의 맥박이 높이 뛰는 이 하늘 아래 살고 싶다.
연기들은 바람에 날리면서도,
끝내 위로 높이만 오르는
저 하늘 한복판에,
나는 오는 날의 큰 별을 바라본다.
행인들아!
그대들은 이 포구의 흰 모래가
시커멓게 변한 위대한 내력을 아는가?
나는 제군들 모두의 손을 잡고,
아, 친애의 정을 베풀고 싶다.
일찍이 저 시커먼 큰 건물들은,
제군들의 운명을 고쳤으나,
이내 제군들이 아름다운 항만의 운명을 개척할 새 심장이,
또한 저 자욱한 건물들 속에서 만들어짐은 즐거웁지 않으냐.
나의 고향은 이제야, 대륙의 명예를 이을 미더운 아들을 낳았구나.
바다에는 기폭으로 아로새긴 만국지도,
거리엔 새 시대의 왕자 금속들의 비비대는 소리.
목도(牧島) 앞뒤엔 여명이 활개를 치고 일어나는 고동 소리,
이따금 현해 바다가 멀리서
사자처럼 고함치며 달려오고……
바야흐로 신세기의 화려한 축제다.
누가 이 새 고향의 찬미가를 부를 것이냐?
교향악의 새 곡조를 익힌 악기는 어느 곳에 준비되었는가?
대양, 대양, 대양,
실로 대양의 파도만이 새 시대가 걸어가는
장엄한 발자취에 행진곡을 맞추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