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탄/월하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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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
두 시.

삐걱! 뱃전이 울었다.

물결이 높지요!
달이 밝습니다.

바다가 설레를 쳤다.

얼마나 왔을까요?
반 넘어 왔습니다.

아직 조선반도는 안 보였다.

아버님이……
아니요, 조선이, 세상이,

달이 구름 속에 숨었다.

무서워요,
바다가?……

청년은 여자를 끌어안았다.

아아! 당신을……
나도 당신을……
둘이 함께 “인생도 없습니다.”

물결이 질겁을 해 물러섰다.

그 다음
여자가 어찌했는지,
청년이 어찌했는지,

본 이가 없으니, 울 이도 웃을 이도 없고,
나란히 놓인
남녀의 구두가 한 쌍,

갑판 위엔 유명한 춘화(春畫)가 한 폭 남았다.

―일봉이 좋기사 좋습디더
―아모덴 와? 없어 병이구마

삼등선실 밑엔 남도 사투리가 한창 곤하다.

어느 해 여름 현해탄 위,
새벽도 멀고,
마스트 위엔 등불이 자꾸만 껌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