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다4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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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편집]

[1] 금융실명제하에서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 방법, 예금명의자가 아닌 제3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 및 그 인정 방법

[2] 갑이 배우자인 을을 대리하여 금융기관과 을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을 명의의 예금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갑과 을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불과한 자금 출연경위, 거래인감 및 비밀번호의 등록·관리, 예금의 인출 상황 등의 사정만으로, 금융기관과 갑 간에 예금명의자 을이 아닌 출연자 갑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체결되었다고 보아 갑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편집]

[1] [다수의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 등의 제3자(이하 ‘출연자 등’이라 한다)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대법관 박시환의 별개의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실명확인 절차를 거칠 것을 예금계약의 효력요건으로 규정한 것이고, 위 규정의 취지에 반하는 예금계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강행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하면서, 금융기관과의 합의하에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별도로 약정한 경우 등에는, 그 별도의 약정에 관하여 당사자들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남겨 두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러한 별도의 약정 자체는 강행규정인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이러한 경우에는 금융기관과 예금명의자 사이의 예금계약만이 유효하게 성립할 뿐이어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예금명의자이다.

[2] 갑이 배우자인 을을 대리하여 금융기관과 을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을 명의의 예금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갑과 을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불과한 자금 출연경위, 거래인감 및 비밀번호의 등록·관리, 예금의 인출 상황 등의 사정만으로, 금융기관과 갑 사이에 예금명의자 을이 아닌 출연자 갑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체결되었다고 보아 갑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편집]

[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1조, 제2조 제4호, 제3조 제1항, 제7조, 제8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조 제1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의4, 민법 제105조 [2]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민법 제105조

【참조판례】[편집]

[1]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7031 판결(공2000상, 948)(변경)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다29244 판결(변경)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1다38463 판결(변경)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52364 판결(변경)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4다29989, 29996 판결(변경)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12551 판결(변경)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7877 판결(공2005하, 1262)(변경)

【전 문】[편집]

【원고, 상고인】원고(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준화)

【피고, 피상고인】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수현)

【원심판결】서울중앙지법 2008. 6. 4. 선고 2007나3791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금융기관과 예금계약을 체결하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금융기관에 대한 관계에서 그 예금계약의 당사자, 즉 예금주가 누구인지가 문제된다.

가. 일반적으로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그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에 해당한다. 의사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그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그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대법원 1995. 6. 20. 선고 94다51222 판결,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다23482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3다39873 판결 등 참조).

나. 뿐만 아니라, 대량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예금계약과 같은 금융거래는 금융기관에 의하여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예금계약에 기한 예금반환청구권 등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를 명확히 하여 금융거래를 투명하게 함으로써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제정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고 한다)은 예금계약에 기한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주 등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실명확인 절차를 마련하였고, 그에 따라 예금계약의 체결에 앞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게 되었으므로, 예금계약에 의하여 발생되는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주가 누구인지는 실명확인 절차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확인된 당사자의 의사에 기초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즉, 금융실명법은 실지명의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기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그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으로서( 제1조), 실명을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명의로 정의하고 있으며( 제2조 제4호),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여 금융거래를 하여야 하고( 제3조 제1항),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지 아니하고 거래하는 경우 그 임직원 및 금융기관 등에게 과태료를 과하도록 하고 있다( 제7조, 제8조). 나아가 위 법 시행규칙에서 개인과 법인 그리고 법인이 아닌 단체 등으로 구분하여 실명거래의 확인방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예컨대 개인의 경우 주민등록증, 주민등록증에 의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교육법에 의한 학교의 장이 발급한 것으로서 실명확인이 가능한 증표 또는 주민등록표등본과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다( 위 법 시행규칙 제3조 제1호).

1993. 8. 12.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에 의하여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가 의무화된 이래, 위와 같이 금융실명법이 제정·시행됨에 따라 금융실명법이 정하는 일부 소액송금 등의 예외적인 경우( 제3조 제2항)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거래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정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널리 인식되어 왔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예금계약 관련 기본약관에서는 금융기관뿐 아니라 고객에게 실명거래의무와 함께 실명확인증표 등의 제출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여 왔고, 이제 예금거래에서는 예금계좌 개설시마다 실명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 원본에 의하여 예금명의자의 실명을 확인한 다음 거래원장, 예금거래신청서, 예금계약서 등에 ‘실명확인필’을 표시하고 확인자가 날인 또는 서명하는 실무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예금명의자가 직접 금융기관에 출석하지 아니하고 대리인에 의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본인 및 대리인 모두에 관하여 실명확인증표를 받고 있다.

또한, 2005. 1. 17.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금융기관 등의 고객주의의무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여, 금융기관 등이 금융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합당한 주의로서 고객이 계좌를 신규로 개설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으로 일회성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 거래당사자의 신원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고, 실제 거래당사자 여부가 의심되는 등 고객이 자금세탁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경우 실제 당사자 여부 및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는데( 제5조의2), 위 법 시행령의 규정에 따르면 금융실명법이 정하는 실명 이외에 주소와 연락처 등도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위 법 시행령 제10조의4) 금융실무에서 고객을 확인하는 절차 등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예금계약과 같은 금융거래 계약의 경우에는 다른 계약의 경우보다 훨씬 더 실명확인 절차를 통하여 객관적으로 표시된 예금명의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에 기초하여 예금계약의 당사자, 즉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주를 정하여야 한다.

다. 특히,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당시의 거래실정이나 금융거래 관행상 예금을 하고자 하는 자는 물론 금융기관도 예금명의에 대하여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고 예금명의자가 누구인지 등을 조사하지도 않았으므로,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주의 명의 여하를 묻지 않고 실제로 자금을 출연하고 예금을 지배하는 자와 예금계약을 체결하려는 의사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었고, 예금명의에 대한 금융기관의 신뢰는 보호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민등록증 등을 통하여 실명확인을 한 예금명의자가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거래자’로서 금융기관과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또한 대량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예금거래를 신속하고 정형적으로 처리하여야 하는 금융기관으로서도, 출연자가 누구인지 여부 및 출연자와 예금명의자의 내부관계가 어떠한지에 구애받음이 없이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실명확인을 통하여 계약체결 의사를 표시한 예금명의자를 계약당사자로 받아들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와 같이 합치된 쌍방의 의사 및 그에 관한 금융기관의 신뢰는 존중되어야 한다.

라. 결국, 위에서 본 처분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와 아울러 투명한 금융거래를 추구하는 금융실명제 관련 법령의 규정과 입법 취지, 예금계약 관련 기본약관, 금융실무의 관행, 예금거래의 특수성, 예금명의자와 금융기관의 의사 및 신뢰보호의 필요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 등의 제3자(이하 ‘출연자 등’이라 한다)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마.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본 바와 달리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즉, 금융실명법에 의한 실명확인 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한편, 정형적으로 신속하게 예금거래를 처리할 필요가 있는 금융기관이 스스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본인인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취급하여 놓고도 이와 달리 대리인으로 온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다른 합의를 한 것이라고 해석하려면, 금융기관 및 그 담당직원이 금융실명법 위반에 따른 행정상 제재와 향후 예금주 확정을 둘러싼 분쟁 발생의 위험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그와 같은 합의를 하기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금융기관이 굳이 위와 같은 불이익과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그와 같은 합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금융기관이 예금계약 체결 당시, 실명확인 절차와 마찬가지로 출연자 등의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출연자 등이 예금계약서 작성 등에 의하여 표시된 예금명의자의 의사를 배제하고 예금반환청구권을 출연자 등에게 귀속시키는 예금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정을 명확히 알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금융기관이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대리인의 자격으로 예금계약서 등을 작성함에 불과한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쉽게 인정할 수 없다. 이는 금융기관이 이러한 사정을 명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본인이 아닌 대리인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전적으로 귀속시키는 예금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는 것이어서 경험법칙에 명백히 반하기 때문이다.

또한, 예금계약의 체결 후에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에게 예금통장 및 거래 인감도장 등을 교부하지 않고 이를 소지하며 예금의 이자나 원금 등을 인출하여 왔다는 사정은, 예금계약 체결 당시 금융기관으로서는 명확히 알 수 없었던 사정이므로 이를 가지고 예금계약 체결 당시 금융기관이 그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뿐만 아니라, 설령 금융기관이 예금계약 체결 당시 위와 같은 사정 등을 알았다 하더라도, 출연자 등은 금융기관과의 관계에서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이 예금명의자에게 귀속됨을 전제로 하면서도 예금명의자로부터 위임을 받아 그 대리인으로서 예금통장과 도장 등을 소지하여 예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예금의 반환을 수령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므로(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다40074 판결 등 참조),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 사이에,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즉, 예금계약 체결 후의 예금통장과 도장 및 비밀번호의 관리와 예금의 인출 및 인출된 자금의 관리에 관한 사정은 예금명의자와 출연자 등 사이의 내부적인 법률관계에 따라서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을 예금계약 당사자 해석에 관한 근거자료로 삼는 것은 예금명의자와 출연자 등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를 섣불리 그와 별개인 금융기관과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 관계에 반영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금융실명법의 입법 취지 및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에 객관적으로 표시된 예금명의자와 금융기관의 의사에 반하여 예금계약의 당사자를 정하려는 것이므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1다78256 판결,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1다73183 판결 등 참조).

바. 이와 달리, 금융실명법에 의하여 예금명의자에 대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서 등을 작성함으로써 그의 명의로 예금계약이 이루어진 사안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 사이에서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하고, 그에 이르지 아니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에 의하여서도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7031 판결,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다29244 판결,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1다38463 판결,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52364 판결,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4다29989, 29996 판결,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12551 판결,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7877 판결과 그 밖에 이 판결의 견해와 다른 대법원판결들은 모두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2.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남편인 소외인이 2006. 2. 13. 원고를 대리하여 주식회사 좋은상호저축은행(이하 ‘소외 저축은행’이라 한다)에서 원고 명의로 신규 정기예금 계좌(이하 ‘이 사건 예금계좌’라 한다)를 개설하고 4,200만 원을 예치하였는데, 이 사건 예금계좌 개설 당시 작성된 예금거래신청서의 신청인란에는 원고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고 원고의 주민등록증 사본이 붙어 있으며, 위 예금거래신청서의 실명확인란에는 담당자와 책임자의 확인 도장이 날인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예금계좌의 통장 등은 원고 명의로 발급되었고, 소외 저축은행의 거래내역 현황에는 원고를 이 사건 예금계좌의 권리자로 기재하고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앞에서 본 예금계약의 당사자 해석에 관한 법리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소외인은 원고를 대리하여 소외 저축은행의 담당직원에게 원고 명의의 예금거래신청서를 작성·제출함과 아울러 실명확인 절차에 필요한 증표로서 원고의 주민등록증을 제출하여 원고를 예금명의자로 하는 예금계좌의 개설을 신청하였고, 소외 저축은행의 담당직원은 이러한 신청을 받아들여 원고 명의의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고 그 취지를 위 예금거래신청서에 기재하는 등으로 원고와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시하였으므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위 예금거래신청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그 당시 소외 저축은행과 소외인 사이에서 원고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원고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소외인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소외인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원고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위 4,200만 원은 소외인 명의로 다른 금융기관에 개설된 다른 예금계좌에서 인출되어 이 사건 예금계좌에 입금된 것이고, 위 예금거래신청서는 소외인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소외인의 도장이 거래인감으로 등록·사용되고 이 사건 예금계좌의 비밀번호가 소외인 명의의 다른 정기예금계좌의 비밀번호와 동일하며, 이 사건 예금계좌의 이자가 매월 소외인 명의의 다른 은행 예금계좌로 자동이체되도록 신청되어 있는 사정 등을 참작하여, 소외 저축은행과 소외인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위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예금명의자로 기재된 원고가 아닌 소외인을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체결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원심이 위와 같이 이 사건 예금계좌의 개설 당시 소외 저축은행이 명확히 알기 어렵거나 소외 저축은행과의 예금계약과는 별개인 원고와 소외인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불과한 자금 출연경위, 거래인감 및 비밀번호의 등록·관리와 예금의 인출 상황 등의 사정만으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위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예금명의자로 기재된 원고가 아닌 소외인을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판단한 데에는, 금융실명제 아래에서의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 및 확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박시환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고, 대법관 차한성, 대법관 양창수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박시환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이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고 한다)의 입법 취지 등을 존중하여, 출연자 등이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배후에 숨어서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인정받는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금융실명제 아래에서 누구를 예금주로 확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의사표시 해석에 관한 일반 법리에 따라 해결하려고 하는 다수의견의 접근방법에는 찬성할 수 없다. 금융실명제하에서의 예금주 확정의 문제는 의사해석의 문제라기보다는 금융실명법 등으로 법제화된 현행 금융제도하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명의자 이외의 자에게 예금주로서의 지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접근하여야 할 것이다.

다수의견은 계약 체결에 있어서의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일반적인 법리 등에 터 잡아 금융실명제 아래에서의 예금주 확정의 문제를 해결하려 함으로써,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명의자 명의로 예금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로 합의하에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약정하여 그에 관한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남겨두는 등 금융실명법 위반행위를 계획적으로 한 경우에는 오히려 그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인정하여 법령을 위반한 자를 보호해 주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러므로 다수의견의 견해와는 달리, 금융실명제 아래에서의 예금주 확정의 문제는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을 강행규정으로 보는 데에서 출발하여야 하고, 그렇게 하여야만 금융실명법의 입법 목적을 충실하게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나. 금융실명법은 실지명의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기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그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으로서( 제1조),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여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조 제1항). 자신의 실명을 감춘 채 이루어지는 비실명 금융거래는 음성적인 자금거래를 확대시키고 경제구조를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불건전한 자금 행태, 비자금 조성,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사회 부조리·부패의 근원으로 작용하며, 금융소득종합과세의 회피나 상속세·법인세 등의 조세포탈, 각종 범죄수익금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등에 이용될 수 있는 등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폐해가 심대하므로 이를 엄격히 규제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를 대리하여 예금명의자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하면서 금융기관과의 합의하에 출연자 등을 예금주로 하기로 약정하고 그에 관한 증거를 명확히 남겨둘 경우 등에는 그 출연자 등이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를 정착시킴으로써 금융거래를 정상화하여 그동안 만연하던 각종 부조리와 부패, 탈세, 탈법, 불법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금융거래를 정상화하여 경제정의가 정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이루려는 금융실명법의 입법 목적은 크게 훼손된다. 위와 같이 금융실명법을 위반하여 금융기관과의 합의하에 자신의 실명을 감추고 타인 명의로 예금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을 예금주로 삼기로 약정하는 자는, 필시 불건전한 자금 수수, 비자금 조성, 탈세 및 각종 범죄수익금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등 탈법적·불법적인 목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행위는 명백히 금융실명법이 규제하려는 유형의 행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반사회적인 행위라고 아니 할 수 없다.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은 바로 이러한 행위를 적절히 규제하고 금융실명법 제1조가 밝힌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수단으로서 실명확인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반사회적인 행위를 규제하고 금융실명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수단인 실명확인 절차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임직원이나 금융기관에게 금융실명법 제7조, 제8조에 의한 과태료를 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993. 8. 12.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이 시행되고 그 뒤 금융실명법이 제정·시행된 지 상당히 오래 기간이 경과하였음에도 최근까지도 타인 명의의 예금계좌를 이용한 각종 비자금 조성, 불건전한 자금 수수, 조세포탈 등의 탈법·불법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을 단속규정으로 해석하는 데에서 오는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출연자 등이 금융기관과의 합의하에 실명확인 절차 없이 가명 등으로 예금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을 예금주로 하기로 하는 약정은 물론이고,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하면서도 금융기관과 사이에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계약을 무력화하고 배후에 있는 출연자 등을 예금주로 하기로 하는 약정 등 역시 금융실명법 제1조의 입법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법상 약정의 실현에는 결코 법원이 협조하여서는 아니 된다.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은 이러한 취지에서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지명의(이하 ‘실명’이라 한다)에 의하여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실명확인 절차를 거칠 것을 예금계약의 효력요건으로 규정한 것이고, 위 규정의 취지에 반하는 예금계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강행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하면서, 금융기관과의 합의하에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별도로 약정한 경우 등에는, 그 별도의 약정에 관하여 당사자들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남겨 두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러한 별도의 약정 자체는 강행규정인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되어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별도의 약정이 효력이 없다고 보는 이상, 그러한 약정의 존재는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를 대리하거나 또는 예금명의자가 직접 참석하여 예금명의자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체결한 금융기관과 예금명의자 사이의 예금계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출연자와 예금명의자, 금융기관 등 관련 당사자들의 내심의 의사도 출연자 등을 예금주로 하는 예금계약이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에는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는 예금계약이라도 형성시키려는 의사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므로, 결국 이러한 경우에는 금융기관과 예금명의자 사이의 예금계약만이 유효하게 성립할 뿐이어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예금명의자라고 할 것이다. 한편,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로부터 대리권한을 수여받지 않고 예금명의자 명의로 예금계약을 한 경우(명의 도용의 경우)에는 예금명의자 명의의 예금계약은 무권대리에 해당하게 되어 효력이 없고, 결국 그 경우에는 예금명의자와 출연자 등 양측 모두 예금계약이 효력을 발생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다만,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을 강행규정으로 보고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예금계약을 무효로 하는 입장을 관철하게 되면,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 이름으로 예금계약을 체결하면서 금융기관과 사이에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별도의 약정을 하기는 하였으나 그 예금명의자에 대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는 않은 경우, 또는 예금명의자와 출연자 등이 일치되는 통상의 예금계약 체결에서 예금명의자에 대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 이를 모두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로 보게 되어, 전자의 경우 출연자 등은 물론 예금명의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예금계약이 무효로 되고, 후자의 경우 그 예금명의자의 예금 역시 무효로 되어 유효한 예금계약이 전혀 없게 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을 위와 같이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강행규정으로 적용하여,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모든 예금명의자 명의의 예금계약을 무효로 하고 예금으로 입금한 돈은 부당이득 반환 등의 법리에 의하여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검토해 볼 여지가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그 점에까지 나아가 판단하지는 않기로 한다(이와 같은 경우에는 실제 예금주의 명의로 예금계약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는 금융실명법 제1조의 입법 목적을 훼손하거나 같은 법 제3조 제1항의 규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반되지 않는다고 볼 측면도 있으므로 그와 같은 경우에까지 위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보아 그 예금계약 전부를 무효로 볼 필요까지는 없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반면에 이 사건과 같이 예금명의자의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까지 마쳐지고 그 명의로 예금계약이 체결되어 금융실명법이 요구하는 요건을 갖춘 예금계약의 외관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자 외의 다른 사람을 예금주로 하는 예금계약을 인정하는 것은 금융실명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최소한 그와 같은 경우에는 위 금융실명법의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적용하여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명의자 이외의 예금계약은 이를 유효한 예금계약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 다수의견은, 대량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예금계약과 같은 금융거래는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취급되어야 하며, 예금계약의 당사자 확정을 둘러싼 분쟁을 방지하고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금융거래를 투명하게 할 필요성의 측면에서도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위와 같은 기준에 의하더라도 금융거래에서 요구되는 정형성, 신속성, 명확성, 투명성이 쉽게 확보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기준 자체가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예금계약의 관계자는 물론 금융기관이나 제3자 등이 그 기준의 충족 여부를 외형상 쉽게 확인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나아가 한 가지 더 문제점으로 제기할 것은, 다수의견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여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는 예금계약이 체결된 것이 아니라 출연자 등을 예금주로 하는 예금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는 외관상 존재하는 예금계약을 유효한 것으로 전제하여 그 예금반환채권을 압류하는 등 이해관계를 맺은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는 외관상의 예금계약은 통정허위표시가 되어 원칙적으로는 무효가 될 것이지만, 민법 제108조 제2항에 따라 그 제3자가 선의일 때에는 그 자에 대하여는 무효를 주장하지 못하게 될 것인데, 그 제3자가 어느 정도의 사정을 알고 있었을 때 통정허위표시에 대한 악의라고 인정할 것인지 하는 문제이다. 예를 들자면 그 예금이 출연자 등의 자금으로 입금되었다는 사실, 예금명의자를 제쳐두고 출연자 등이 예금통장과 인장 등을 보관하면서 입·출금을 해 왔다는 사실, 출연자 등과 금융기관 사이에 예금명의자의 예금계약 체결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의 예금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약정이 구두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그와 같은 약정이 서면으로 작성되었다는 사실 등 중에서 어디까지를 제3자가 알고 있을 때 그 제3자를 통정허위표시에 대한 악의라고 인정할 것인지가 쉽게 판명될 것 같지 않다.

결국,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법리는 다수의견이 추구하는 금융거래의 정형성, 신속성 등의 효과를 달성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법률적 분쟁을 방지하고 법률관계를 단순·명확히 한다는 목적 달성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 위와 같이 출연자 등과 금융기관 사이에 예금명의자로 드러나지 아니한 출연자 등에게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은 강행규정인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되어 그 효력이 부정되어야 할 것인데도 이러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 유효하게 성립할 수 있고 그 경우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를 법리로 판시한 대법원판결들은 위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를 대리하여 예금명의자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고 예금명의자 명의로 예금계약을 체결하면서 출연자 등을 예금주로 하기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을 한 사안에 관하여 다수의견이 판례변경의 대상으로 판시한 대법원판결들 및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지 않거나 예금명의자 명의의 실명확인 절차 없이 예금명의자 명의로 예금계약을 체결한 사안에서 금융기관과의 합의하에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을 갖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별도의 약정이 가능하다고 본 대법원 2002. 5. 14. 선고 2001다75660 판결,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다14765 판결,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13056 판결 등과 그 밖에 위에서 밝힌 견해와 다른 대법원판결들이 모두 해당한다.

마.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설령 원심판시와 같이 원고의 남편 소외인이 예금명의자인 원고를 대리하여 소외 저축은행과 사이에 원고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예금계약을 부정하고 자신을 예금계약상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묵시적 약정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별도의 묵시적 약정은 강행규정인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에 반하는 것이므로 그 약정 자체의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와 같은 별도의 묵시적 약정의 효력이 부정되는 이상, 원고를 대리한 소외인과 소외 저축은행이 원고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한 예금거래신청서 등에 표시된 의사대로 예금명의자인 원고와의 예금계약만이 유효하게 성립할 뿐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원고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소외 저축은행과 소외인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예금명의자인 원고가 아닌 소외인을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보고, 소외인을 이 사건 예금계좌의 예금반환청구권이 귀속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되어 원심법원으로 환송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이 파기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같지만,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유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 하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 둔다.

5. 대법관 차한성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계약의 자유는 사적 자치가 실현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서, 이는 계약체결의 자유·상대방 선택의 자유·방식의 자유·계약의 변경 또는 해소의 자유를 포함한다. 다만, 이러한 계약의 자유는 공동체의 전체 질서와의 관계에서 제약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헌법 제2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재산권 행사의 내용에 포함될 수 있는 계약의 자유 역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규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고 한다)은 그 제1조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실명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기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여 제정된 법으로서, 예금계약과 같은 금융거래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실명법의 규정들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그 입법 목적과 입법 취지를 충분히 존중할 필요가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본래의 입법 목적과 입법 취지를 벗어나 공익적 목적을 이유로 법률적 근거 없이 국민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당하지 않도록 해석하는 것 역시 중요하고,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의 원칙을 천명한 헌법 제23조 제1항의 규정에 합치하며 실질적 법치주의의 이념에도 부합한다.

나.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은 금융기관은 거래자의 실명에 의하여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위 규정을 위반한 금융거래의 효력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그 제7조, 제8조에서 금융기관의 임직원 및 금융기관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과하도록 할 뿐이다. 이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고 한다)이 그 제1조에서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면서, 그 제3조 제1항에서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그 제4조 제1항에서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며, 그 제5조 제1항 제1호에서 위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그 제6조 제2항, 제1항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은 자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하에 다시 2차례에 걸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하며, 그 제7조에서 위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그 교사자, 방조자를 각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예금거래와 같은 금융거래는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대량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만일 금융실명법에 위반한 예금거래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할 경우에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재산권 행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만일 입법자가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예금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부정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 중대성과 파급효를 고려하여 당연히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과 같이 그 사법적 효력을 부정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었을 것이라고 봄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금융실명법은 같은 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행위의 사법적 효력을 부정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은 입법자가 위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의도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잘 나타낸다.

다. 한편, 실명에 의하지 아니한 금융거래가 정치자금 수수, 비자금 조성, 탈세 및 각종 범죄수익금의 은닉, 자금세탁행위 등 탈법·불법 등의 행위에 이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규제하기 위하여 금융실명법이 제정되었다는 별개의견의 견해에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실명에 의하지 아니한 예금계약을 그 구체적·개별적 동기, 경위 및 목적 등을 살피지 아니한 채 그 자체로 무효로 하지 않으면 아니 될 정도의 반사회성을 띠고 있는 행위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예금계약의 반사회성 여부를 판단하면서 출연자 등의 동기나 목적 등만을 참작하고 그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의 인식이나 관여의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그 예금계약을 일률적으로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효로 보는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예금계약을 반사회적 행위라고 보아 그 사법적 효력을 부정하는 입법례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만일 금융실명법이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출연자 등과 금융기관의 예금계약이 그 자체로 반사회성을 현저히 띠는 행위라고 전제하였다면, 금융기관의 임직원 및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그러한 행위를 한 출연자 등도 강력하게 제재하는 규정을 두었을 것이라고 봄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은 실명확인 절차를 이행할 주체로서 금융기관만을 규정하면서 위 조항을 위반한 금융기관 임직원 및 금융기관에 대하여 과태료의 제재를 가할 뿐, 출연자 등에 대하여는 그와 같은 행정적 제재나 형사처벌을 가하지 않고 있다. 이는 명의신탁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여 그 사법상 효력을 부정하고, 명의신탁자 및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하도록 한 부동산실명법과 명확히 대비된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금융실명법의 입법 취지가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예금계약을 무조건 반사회성을 가진 행위로 취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실명에 의하지 아니한 예금계약의 사법적 효력을 부정하는 명문의 효력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일률적으로 반사회적 행위라고 단정하여 그 사법적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하여야 한다는 해석론은, 입법론으로서는 고려할 수 있을지 몰라도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을 천명한 헌법 제23조 제1항의 규정 취지나 실질적 법치주의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해석론으로서 가능한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견이 결코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예금계약의 사법적 효력을 언제든지 유효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 사이의 예금계약이 범죄수익금 등의 은닉·보관이나 뇌물 등의 제공을 위하여 체결된 경우 등에는, 이러한 개별 예금계약의 동기, 목적, 경위 및 내용과 금융기관의 인식 및 관여 정도 등을 따져서 당해 예금계약을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수의견은 법률적 근거 없이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만을 근거로 하여 당해 예금계약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하는 해석론을 채용할 수 없다는 입장일 뿐,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예금계약이 반사회성을 띤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를 적용하여 무효로 할 수 있음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라. 결국,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을 강행규정이라고 해석하면서, 이에 위반한 예금계약을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보는 별개의견의 견해는, 금융실명법 제1조의 입법 목적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금융실명법의 입법 목적과 입법 취지를 벗어나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고 헌법 제23조의 제1항의 규정 취지나 실질적 법치주의의 이념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다수의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해석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

마. 한편, 별개의견은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를 대리하여 예금명의자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하면서, 금융기관과의 합의하에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약정한 경우,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이상 그 약정을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예금명의자 명의의 예금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이 출연자 등과 금융기관 사이에서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면, 그 반면으로 예금명의자와 금융기관 사이에서는 예금계약의 성립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없었다고 보거나, 적어도 출연자 등과 금융기관 사이에서 그 예금계약의 효력을 부정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별개의견과 같이 예금명의자와 금융기관 사이에서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의 합치와 출연자 등과 금융기관 사이에서 예금계약을 체결할 의사의 합치가 병존하고 있다고 보면서, 후자의 효력이 부정되면 전자가 유효하게 성립된다는 해석론은 일반적인 계약당사자의 해석 및 확정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해석론이다.

따라서 출연자 등이 예금명의자를 대리하여 예금명의자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하면서, 금융기관과의 합의하에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명확히 약정을 하였다면, 별개의견과 같이 출연자 등과 금융기관 사이의 예금계약이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로 된다고 볼 것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예금명의자와 금융기관 사이의 예금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할 수 없는 것이고, 그리하여 출연자 등과 예금명의자 모두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게 된다면, 출연자 등의 예금행위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출연자 등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예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위와 같이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한 약정이 별개의견에 따라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 위반으로 무효가 된다 한들 어차피 그 출연자 등이 예금액 상당의 반환청구권을 갖는 결과가 되므로, 과연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별개의견과 같이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하여 그 출연자 등과 금융기관 사이의 예금계약을 무효로 할 필요성이 있는지 및 그 실효성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바. 별개의견은,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예금계약의 당사자 해석 및 확정에 관한 기준이 추상적이고, 예금계약의 관계자는 물론 금융기관이나 제3자 등이 그 기준의 충족 여부를 외형상 쉽게 확인하기 어려우며, 금융거래의 정형성, 신속성 등의 효과를 달성하기도 어렵고, 법률적 분쟁을 방지하고 법률관계를 단순·명확히 한다는 목적 달성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아니한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별개의견의 견해는,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을 강행규정으로 보아야 하고 예금계약을 체결한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예금명의자 명의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외형을 중시하여 획일적으로 그러한 예금명의자만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아야만 법률적 분쟁을 방지하고 법률관계를 단순·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별개의견의 이러한 전제들이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또한, 과연 다수의견과 같은 견해를 취한다고 하여 별개의견이 지적하는 사항들이 실제로 문제된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다수의견에 의하면,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가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게 된다. 따라서 예금계약 체결 당시 금융기관이 명확히 알 수 없는 사정들이나, 자금의 출연 경위, 예금통장과 도장 및 비밀번호의 관리와 예금의 인출 및 인출된 자금의 관리에 관한 사정 등 예금명의자와 출연자 등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를 중시하여 예금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하였던 종래의 일부 대법원판결들과는 달리, 위와 같은 다수의견에 의하면, 예금명의자, 출연자 등 및 금융기관 사이에서 누가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되는지가 명확해지고, 이로써 법률적 분쟁을 방지하고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게 된다. 별개의견이 어떠한 경우를 상정하고 다수의견을 비판하는지 알기 어렵지만, 만일 다수의견이 위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인정하는 것을 가리켜 법률적 분쟁의 방지나 법률관계의 명확화에 장애가 발생한다고 지적하는 것이라면 그 비판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고 그 비판 자체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법률상 허용될 수 있는 해석론의 범위를 넘어선 입장에 기초한 것이어서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6. 대법관 양창수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은 예금명의인이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인정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제한되어야 함을 대체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이라고 한다)의 취지를 강조하여 정당화하고 있다. 이 보충의견은 그 결론에 찬성하면서도, 그 이유에 관하여는 의사표시 해석에 관한 일반적 법기준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고 또 그 관점이 보다 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하에서 주로 이 점을 보충하고자 한다.

논의에 앞서서 여기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정확하게 말하면 예금의 입출금 등 개별적인 예금거래가 아니라 그 기초를 이루는 예금계좌개설계약이라는 것, 그리고 계약당사자의 확정은 계약상대방이 갑인 줄 알았더니 그가 실제로는 갑이 아니었다는 당사자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의 문제와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미리 지적해 둔다.

나. 다수의견이 말하는 대로,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가의 문제는 그 계약의 체결과정에 이른바 명의의 차용이 행하여진 경우에도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정하여진다. 의사표시의 해석은 일반적으로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작업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객관적인 의미’라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다. 논의를 이 사건에서 문제된 계약에서와 같이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의 경우에 한정하면, 그것은 요컨대 어떠한 표현행위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를 탐색하는 작업이다. 의사표시도 사람의 모든 표현행위 내지 의사소통행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어떤 표현이 객관적으로는, 즉 일반의 제3자에게 두루 ‘위(상)’로 이해되더라도, 표의자와 상대방 사이에서는 ‘아래(하)’로 이해된다면, 그 의사표시는 ‘아래’로 해석되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의사표시 해석은 표시행위가 당사자들 사이에서 주관적으로 가지는 의미를 탐색한다고 말할 수 있다(이른바 오표시 무해의 원칙을 채택한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2629 판결, 대법원 1996. 8. 20. 선고 96다19581 판결도 그러한 입장에서 비로소 설명될 수 있다. 나아가 예를 들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은 약관이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정하는데, 이는 통상 ‘약관의 객관적 해석의 원칙’이라고 불린다. 그 규정은 본문에서 말한 의사표시 해석에서의 ‘주관적 해석’의 일반적 원칙에 대하여 특별히 예외를 정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의사표시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앞서 말한 바의 원칙은, 예를 들면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가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 예를 들면 표의자가 ‘위’를 말하기 위하여 표시한 것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볼 때 ‘아래’라고 이해되어야 하고 또 실제로 상대방이 ‘아래’라고 이해한 경우에, 그 의사표시는 ‘아래’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귀결로 이어진다.

다.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도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이나, 이 경우가 그 외의 경우와 다른 점은 위와 같은 주관적 해석의 기준이 되는 당사자 자체를 의사표시 해석에 의하여 밝혀야 한다는 것에 있다.

이에 관하여 재판실무는 이른바 명의의 차용이 개입한 계약에서 명의인을 계약의 당사자로 본 경우도 없지 않았다. 예를 들면 대법원 1980. 7. 8. 선고 80다639 판결은 “학교법인이 사립학교법상의 제한규정 때문에 그 학교의 교직원인 소외인들의 명의를 빌어서 피고로부터 금전을 차용한 경우에 피고 역시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소외인들의 의사는 위 금전의 대차에 관하여 그들이 주채무자로서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를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런데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55385 판결은 “계약의 당사자가 타인의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여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서 확정하여야 하지만,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내용·목적·체결경위 등 그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한 다음, 그 당사자 사이의 계약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는 전에 없던 판단을 제시하였다. 위 판결은 그 판시에서도 보는 것처럼 ‘타인의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이른바 명의모용의 사안에 대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인용한 그 판시부분은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당사자 확정방법”이라는 표제 아래 정리되어(위 판결이 같은 문제를 다룬 재판례로서는 드물게 「대법원판례집」에 수록된 것도 심상하게 볼 것이 아니다), 그 후로 명의인이 그 명의의 사용에 동의하였는지를 불문하고 무수히 많은 재판례에 그대로 인용되어 재판실무에서의 일반적인 해석준칙이 되었다. 여기서는 최근의 예로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4059 판결만을 들어둔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 준칙은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적용되었다. 그리하여 많은 재판례는 행위자, 즉 명의를 빌어 예금을 하고자 하는 사람과 그 상대방, 즉 은행 등 금융기관 사이에서만 실제의 출연자 등 행위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으면 그 행위자가 예금주가 된다고 하고, 나아가 그러한 의사 합치는 그야말로 일반원칙에 좇아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가 없고 묵시적으로도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을 쉽사리 수긍하기에 이르렀다. 이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폐기하는 많은 판결들의 태도는 위의 해석준칙을 그대로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

라. 위 대법원 94다55385 판결 이래의 해석준칙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계약당사자의 확정에 관한 의사표시 해석에서 그 기준이 되는 ‘당사자’를 행위자(즉 명의차용인)와 상대방의 두 사람으로 제한하고, 명의인은 아예 거기서 배제된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를 명의도용이 아니라 명의대여의 경우에 한정한다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을 알면서 그 이름으로 계약이 체결되도록 허락하였음에도 그를 배제하고 그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당해 계약의 당사자가 정하여진다고 할 것인지 지극히 의문이다. 상법 제24조, 제332조 제2항 등과 같이 법률이 달리 정하지 아니하는 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보면, 예를 들면 숙박계약이나 현실매매에서와 같이 통상 당사자가 누구인지가 별다른 의미가 없고 말하자면 ‘그 현장(현장)의 사람’만을 당사자로 보아야 하는 경우 또는 반대로 일반적으로 고용·조합·임대차·도급에서와 같이 당사자의 인적 성질이 그 계약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 자신이 본인과 직접 교섭을 하는 등으로 그 인적 성질을 전제로 하여서만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등이 아닌 한, 위와 같이 그 이름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을 용인한 명의인을 계약의 당사자로부터 쉽사리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 단서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즉 부동산매매 등 채권계약)의 당사자가 됨을 전제로 규율하는 것도 그러한 입장을 뒷받침하여 준다.

특히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대로 예금계약과 같이 대량적·반복적으로 행하여지는 금융거래는 금융기관에 의하여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또 예금계약에 기한 예금반환청구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에 관하여 예금의 반환이라는 대량의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물론이고, 예금이 우리 국민이 흔히 가지는 재산이라는 관점에서 채권자나 그것을 담보로 하여 신용을 제공하려는 사람 등 그 귀속 여하에 이해관계를 가지거나 가지려는 사람이 다수에 이르므로, 예금의 귀속이 대외적으로 명확하게 제시되어 법률관계의 안정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무겁게 고려되어야 한다. 거기다가 금융기관을 대리하여 그 임직원이 실명확인절차를 거친 명의인이 아닌 사람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합의하였다고 해석되더라도 그것은 그의 금융기관에 대한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서(우선 금융실명법 제8조 참조), 그 행위의 법률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는 것을 저지하는 대리권의 남용에 관한 법리 그 자체는 아니라도 그 법리의 배후에 있는 대리행위에서의 위험 분배에 관한 사고가 이에 유비(유비)될 수 있다는 사정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예금계약의 당사자는 무엇보다도 그 명의에 좇아 정하여져야 하고, 그 경우 실제로 금융기관에서 예금계좌의 개설을 신청하는 사람은 통상적으로 그의 대리인 또는 사자로서 행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민법의 근간인 법률행위 제도에 기한 법률관계 형성의 자유를 구사하여 지극히 다양한 당사자들의 상황, 이해관계, 성향 또는 기호 등에 맞추어 그 예외에 합의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전혀 상정할 수 없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것은 극히 엄격한 기준 아래서만 인정된다고 하여야 한다. 요컨대 그것이 의사표시 해석의 일반적 기준인 상대방의 입장에서의 ‘합리적 이해’의 요청에 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마. 결론적으로 이 보충의견은 예금명의인이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인정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제한되어야 하고 이와 견해를 달리하는 종전 재판례들의 태도를 그 한도에서 폐기하는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물론 찬성한다. 그러나 올바른 문제해결의 순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앞서 본 대법원 94다55385 판결 및 이에 따르는 재판례들에서의 일반적 해석준칙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다음에 그 결과를 개별적으로 예금계약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그 계약에 적용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위 대법원 94다55385 판결 등의 해석준칙을 그대로 둔다면, 앞으로 계약당사자의 확정과 관련하여 예금계약과 다른 계약들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생기게 될 것이다.

대법원장 이용훈(재판장) 대법관 김영란 양승태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차한성(주심) 양창수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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