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부산대학교 교수 시국 선언
우리는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계기로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서울 시청 광장에서도,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도 그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또, 자유로운 여론의 형성에 필수적인 언론과 방송의 독립성을 뒤흔드는 여러 조치들이 지속되었다. 노 대통령의 서거라는 비극을 낳은 검찰 수사는 그 공정성과 중립성이라는 근본 원칙을 상실한 채 정치적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되었고, 법원조차 재판의 독립성을 지키고 있는가에 대해서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거듭된 독주와 일방통행으로 인해서 사회 갈등의 조정과 통합 기제는 이제 작동을 멈추었다. 지난해 전국의 도심을 밝힌 촛불집회는 권력의 일방통행을 용납할 수 없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표출된 것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촛불집회로부터 민주주의의 원칙인 소통과 통합의 중요성을 배우지 못하고, 오히려 더 후퇴하였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는 그 정책 목표와 수단에 대해서 전문가와 환경 단체들이 많은 문제점을 제기해왔지만, 여전히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 철거민, 실직 청년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와 요구는 이제 기존 제도 안에서는 그 출구를 찾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 사회는 용산 참사로 희생된 주검들에 대해서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이름뿐 오히려 수도권 집중 현상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한반도에는 다시 군사적 대결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남북 간의 평화와 협력이라는 목표는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다.
민주주의는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념이자, 또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루어내는 장치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후퇴가 한국 사회 전체를 커다란 혼란과 위기로 몰아가고 있음을 직시하고자 한다. 현재의 경제위기와 한반도의 안보위기도 민주주의의 후퇴에서 비롯된 현재의 위기를 은폐할 수 없으며, 민주주의의 회복 없이는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도 온전하게 극복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후퇴와 총체적 사회 위기라는 지금의 사태를 낳은 가장 커다란 원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층이 소통과 대화를 거부하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개발독재 시기의 권위주의적 관행을 답습해 온 데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후퇴가 거듭되어 사회 혼란과 위기가 증폭될 때, 한국 사회가 직면하게 될 파국적 상황은 생각하기조차 두렵다. 이에 우리 대학교수들은 현 정부의 뼈저린 반성과 참회, 그리고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이러한 사태를 이끈 책임자로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현 내각은 사퇴하라.
1.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을 보장하라.
1. 용산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을 포함하여 비정규직 노동자와 해고노동자 등 우리 사회에서 다수를 이루는 소외계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라.
2009년 6월 9일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부산대학교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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