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KAIST 교수 시국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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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고 국민과 역사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이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식민 지배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우리의 앞 세대들은 척박하고 협소한 이 땅에서, 이역만리 탄광과 열사(熱沙)의 땅에서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흘렸던가. 기나긴 세월, 온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피와 땀과 눈물로 일으킨 대한민국이 채 반석에 오르기도 전에 무능한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비선실세들의 농단에 의해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정권 3년 8개월 동안 헌법은 유린당하고, 민주주의는 후퇴했으며, 원칙과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하여 이제는,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은 민주적 가치를 숭상하고, 거짓과 미신, 불의를 배격하고 진실과 합리성을 존중하며, 정의가 승리하는 자랑스러운 조국이라고 가르치기도 낯 부끄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방향을 잃고 휘청거리는 대한민국을 다시 본래의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먼저 박근혜 대통령부터 국민과 역사 앞에 한 점 거짓도 없이 진실을 밝히고 그동안의 과오를 사죄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거짓과 모략으로 국정을 농단하고, 민생을 파탄시킨 세력들은 지금 당장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로 덮으려는 헛된 시도를 그만두고 역사와 국민 앞에 권력 핵심부에서 은밀히 자행된 모든 불법 행위를 털어놓고 법에 따라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어떠한 공직에도 선출되거나 임명된 적이 없는 최순실이라는 사인에게 임의로 양도함으로써 헌법을 유린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선서했다. 헌법을 준수하지도 않고, 최순실이라는 사인에게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일부 혹은 대부분을 양도함으로써 자신에게 부여된 숭고한 사명을 스스로 저버린 대통령을 국민들이 어떻게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있겠는가.

둘째, 박근혜 대통령은 권력을 사유화하여 비선실세들의 국정 농단을 묵인하거나 조장했다. 비선실세들의 전횡에 맞선 정의롭고 올곧은 공직자들은 공직에서 추방되거나 좌천되었고, 그들에게 아첨하고 부정을 저지른 자들은 도리어 “진실한 사람”으로 간주되며 국가의 핵심 요직에 등용되었다. 국민의 복지와 국가의 안보, 미래의 도전에 대비하는 데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국민의 세금은 비선실세들과 그들에게 협력한 세력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유용되었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과 측근의 불법과 비리를 연이은 거짓말로 덮으려 함으로써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할 검찰이 오히려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려는 듯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민은 비선실세들의 국정 농단 그 자체보다 그 사실을 덮으려는 일련의 음모와 거짓말에 더 크게 분노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비선실세들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 당장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헛된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

평범한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이 자행한 경악스러운 권력 남용과 특권적 전횡에 크나큰 상실감과 허탈감을 겪으며 분노하면서도, 최소한 대한민국이 좌초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충정에서,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직분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작금의 혼란을 딛고 다시 일어나 전진해야 하며, 그를 위한 첫걸음은 박근혜 정권 3년 8개월 동안 권력의 핵심부에서 자행된 갖가지 불법 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지위고하를 막론한 책임자 처벌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 293명의 카이스트 교수들은 시대적 양심에 따라 촉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즉시 국정에서 손을 떼고 국민과 국회가 요구하는 절차에 따라 한 점 의혹도 없이 진실을 밝히고, 그에 따른 법적, 정치적, 역사적 책임을 지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첨단과학기술 개발의 전 세계적인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만 대통령이 야기한 사회적 혼란과 정쟁에 발이 묶여 뒷걸음질 치고만 있을 수 없다. 우리 293명의 카이스트 교수들이 실험실로 돌아가 오직 교육과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대통령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즉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16년 11월 11일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카이스트 교수 293명 일동

시국선언 서명자 명단

강명수, 강석조, 강석태, 강창원, 고동환, 고인영, 공승현, 곽도영, 곽병진, 곽시종, 곽주현, 권대갑, 권순식, 권인소, 금동석, 김갑진, 김경웅, 김광조, 김광준, 김규태, 김기응, 김남일, 김도경, 김동섭, 김동수, 김동주, 김문철, 김미영, 김민기, 김범준, 김병윤, 김석희, 김성진, 김성호, 김소영, 김순태, 김신현, 김영철, 김영희, 김용관, 김용대, 김용현, 김우연, 김유천, 김은경, 김은성, 김이섭, 김재경, 김재광, 김재훈, 김정, 김정원, 김정호, 김정훈, 김종환, 김주호, 김준, 김지희, 김진용, 김진우, 김찬혁, 김창익, 김천곤, 김필남, 김필한, 김하일, 김학성, 김현우, 김형명, 김형석, 김혜진, 김희탁, 나석주, 남주한, 남택진, 노용만, 노준용, 노희천, 류석영, 류승탁, 류충렬, 맹승렬, 명로훈, 명현, 문건우, 문수복, 문은국, 문일철, 문재균, 민범기, 민홍기, 박건수, 박경수, 박기수, 박기영, 박명철, 박범순, 박상희, 박수경, 박수형, 박영진, 박용근, 박우석, 박인철, 박제균, 박주용, 박진현, 박철순, 박현석, 박형순, 박효훈, 박희성, 방효충, 배병수, 배석형, 배성한, 배현민, 백경욱, 백상훈, 백종문, 변재형, 변혜령, 서동엽, 서민교, 서연수, 서창호, 석현정, 손종우, 송익호, 송찬후, 송태호, 송현준, 스티브 박, 시정곤, 신민철, 신의철, 신인식, 신종화, 신진우, 안성태, 안재명, 양은호, 양재석, 엄상일, 엄지용, 여화수, 예종철, 오병하, 오왕열, 오일권, 오혜연, 우운택, 원광연, 유승협, 유승화, 유신, 유종원, 유형준, 윤석환, 윤완철, 윤정로, 윤종일, 윤준보, 이경면, 이귀로, 이균민, 이기혁, 이대길, 이대엽, 이덕희, 이동만, 이병주, 이봉재, 이상경, 이상국, 이상민, 이상완, 이성희, 이수진, 이수현, 이순복, 이승래, 이승섭, 이승욱, 이승효, 이승희, 이용남, 이우훈, 이윤준, 이융, 이의진, 이익진, 이인무, 이정률, 이정용, 이정익, 이주영, 이지오, 이지운, 이지환, 이진환, 이찬진, 이창희, 이채영, 이태식, 이필승, 이행기, 이현주, 이흥규, 이희승, 임대식, 임미경, 임세영, 임윤경, 장대준, 장민석, 장석복, 장영재, 장인권, 장창희, 전봉관, 전상용, 전성윤, 전원주, 전치형, 정기훈, 정민환, 정세영, 정송, 정연승, 정연식, 정용, 정용원, 정원석, 정인경, 정재민, 정재승, 정재용, 정하웅, 정학진, 정현, 정현정, 제민규, 조경옥, 조계춘, 조규성, 조병관, 조성오, 조성호, 조성환, 조승룡, 조애리, 조영호, 조용훈, 조은애, 조항정, 조현정, 조훈, 주영석, 진교택, 차상길, 채수찬, 최경철, 최광무, 최광욱, 최문정, 최민기, 최벽파, 최성민, 최성율, 최성희, 최세범, 최시영, 최양규, 최완, 최원호, 최정균, 최철희, 최한림, 최형순, 한동수, 한명준, 한상근, 한상우, 한순규, 한순흥, 한승헌, 한재흥, 허재혁, 현순주, 홍명순, 홍성철, 홍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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