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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거리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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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눈밤에 얼어 죽은 줄 알았던
늙은 거지가 쓰레기통 곁에 살아 앉았네.
허리를 펴며 먼산(山)을 바라다보는 저 눈초리!
봄이 비최는구나 봄빛이 떠도는구나!

원망스러워도 정(情)든 고토(故土)에 찾어드는 봄을
한번이라도 저 눈으로 더 보고 싶어서
무쇠도 얼어 붙는 그 치운 겨울에
잇발을 앙물고 살아 왔구나
죽지만 않으면 팔다리 뻗어볼 시절이 올 것을
점(占)쳐 아는 늙은 거지여 그대는 이 땅의 선지자(先知者)로다.

사랑하는 젊은 벗이여,
그대의 눈에 미지근한 눈물을 걷우라!
그대의 가슴을 헤치고 헛된 탄식(嘆息)의 뿌리를 뽑아 버리라!
저 늙은 거지도 기를 쓰고 살아 왔거늘
그 봄도 우리의 봄도, 눈앞에 오고야 말 것을
아아, 어찌 하여 그대들은 믿지 않는가?

1929.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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