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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나의 강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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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올라 이 땅을 굽어 보니
큰 봉오리와 작은 뫼뿌리의 어여쁨이여.
아지랑이 속으로 시선(視線)이 녹아드는 곳까지
오똑오똑 솟았다가는 굽이쳐 달리는 그 산(山)줄기
네 품에 안켜 딩굴고 싶도록 아름답고나.

소나무 감송감송 목멱(木覓)의 등어리는
젖 물고 어루만지던 어머니의 허리와 같고
삼각산(三角山)은 적(敵)의 앞에 뽑아든 칼끝처럼
한번만 찔르면 먹장구름 쏟아질듯이
아직도 네 기상(氣象)이 늠늠(凜凜)하구나.

에워싼 것이 바다로되 물결이 성내지 않고
샘과 시내로 가늘게 수(繡) 놓았건만
그 물이 맑고 그 바다 푸르러서,
한목음 마시면 한백년(限百年)이나 수(壽)를 할듯
퐁퐁퐁 솟아서는 넘쳐넘쳐 흐르는구나.

할아버지 주무시는 저 산기슭에
할미꽃이 졸고 뻐꾹새는 울어예네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도 돌아만 가면
저 언덕 위에 편안히 묻어 드리고
그 발치에 나도 누워 깊은 설음 잊으오리다.

바가지 쪽 걸머지고 집 떠난 형제(兄弟),
거칠은 벌판에 강냉이 이삭을 줍는 자매(姉妹)여
부디부디 백골(白骨)이나마 이 흙속에 돌아와 묻히소서,
오오 바라다볼쑤록 아름다운 나의 강산이여!

19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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