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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생명의 한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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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음악가(音樂家)가 된다면
가느다란 줄이나 뜯는
제금가(提琴家)는 아니 되려오.
Higth C까지 목청을 끌어 올리는
「카루소」같은 성악가(聲樂家)가 되거나
「ᄉힲᆯ랴핀」만치나 우렁찬 베이스로,
내 설음과 우리의 설음을 버무려
목구멍에 피를 끓이며 영탄(咏嘆) 노래를 부르고 싶소.

창자(腸子) 끝이 묻어나도록 성량(聲量)껏 내뽑다가
설음이 복받쳐 몸둘 곳이 없으면
몇만(萬) 청중(聽衆) 앞에서 거꾸러져도 좋겠소.

내가 화가(畫家)가 된다면
「피아드리」처럼 고리삭고
「미레이」처럼 유한(悠閑)한 그림은 마음이 간지러워서 못 그리겠소.
뭉툭하고 굵다란 선(線)이 살아서
구름속 용(龍)같이 꿈틀거리는
「반•고호」의 필력(筆力)을 빌어
나와 내 친구의 얼굴을 그리고 싶소.

꺼멓고 싯붉은 원색(原色)만 써서
우리의 사는 꼴을 그려는 보아도,
대대손손(代代孫孫)이 전(傳)하여 보여주고 싶지는 않소.
그 그림은 한칼로 찢어버리기를 바라는 까닭에......

무엇이 되든지 내 생명(生命)의 한 토막을
짧고 굵다랗게 태워버리고 싶소!

193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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