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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너에게 무엇을 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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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무엇을 주랴
맥(脈)이 각각(刻刻)으로 끊어지고
마지막 숨을 가쁘게 드리모는
사랑하는 너에게 무엇을 주랴

눈물도 소매를 쥐어짜도록 흘려 보았다.
한숨도 땅이 꺼지도록 쉬어 보았다.
그래도 내 숨소리는 더욱 가늘어만 가고
시방은 신음(呻吟)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눈물도 한숨도 소용(所用)이 없다.
「죽음」이란 엄숙(嚴肅)한 사실(事實) 앞에는
경(經) 읽거나 무꾸리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당장에 숨이 끊어지는 너를
손끝맺고 드려다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너에게 딸린 생명(生命)이 하나요 둘도 아닌 것을…………

오직 한가지 길이 남았을 뿐이다.
손가락을 깨물어 따끈한 피를
그 입속에 방울방울 떨어뜨리자!
우리는 반드시 소생(蘇生)할 것을 굳게 믿는다.
마지막으로 붉은 정성(精誠)을 다하여
산 제물(祭物)로 우리의 몸을 너에게 바칠뿐이다!

19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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