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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선생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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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몹시도 춥습니다.
방속에서 떠다 놓은 숭늉이 얼구요,
오늘밤엔 영하(零下)로도 이십도나 된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속에서 오직이나 추우시리까?
얼음장 같이 차디찬 마루방우에
담요 자락으로 노쇠(老衰)한 몸을 둘르신
선생님의 그 모양 뵈옵는 듯합니다.

석탄(石炭)을 한아궁이나 지펴넣은 온돌(溫突)우에서
홀로 딩굴며 생각하는 제 마음 속에
오싹오싹 소름이 돋습니다그려.
아아 무엇을 망사리고 진작 따르지 못했을까요?
남아 있어 저 한몸은 편하고 부드러워도
가슴 속엔 성애가 슬고 눈물이 고드름 됩니다.

선생님 저희는 선생님보다 나이가 젊은데요
어째서 벌써 혈관(血管)의 피가 말랐을까요?
이 한밤엔 창(窓) 밖에 고구마 장사의 외치는 소리도
떨리다가는 길 바닥에 얼어 붙고
제 마음은 선생님의 신변(身邊)에 엉기어 붙습니다.
그 마음이 스러져가는 火爐(화로) 속에 깜박거리는
한 덩이 숯(木炭) 만치나 더웠으면 합니다.

19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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