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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오면/태양의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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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겨누고 눈을 흘긴다.
아침과 저녁, 너의 그림자가 살아질 때까지
「태양(太陽)이여, 네게는 운명(殞命)할 때가 돌아오지 않는가」하고.

억만년(億萬年)이나 꾸준히 우주(宇宙)를 밭갈고 있는
무서운 힘과 의지(意志)를 가지고도 너는 눈이 멀었다

사람은 뒷간 속에 구데기만도 못한 대접을 받고
정의(正義)의 심장(心臟)은 미친 개의 잇발에 물려 뜯기되
못본체하고 세기(世紀)와 세기(世紀)를 밟고 지나가는 너의 발자최!

너는 ○억만(億萬) 촉광(燭光)의
엄청난 빛을 무심(無心)한 공간(空間)에 발사(發射)하면서
백주(白晝)에 캄캄한 지옥(地獄) 속에서 울부짖는 무리에게는
반딧불 만한 편광(片光)조차 아끼는 인색(吝嗇)한 놈이다.

네 얼굴에 여드름이 돋으면 지각(地殼)에 화산(火山)이 터지고
네 한번 진노(震怒)하면 문명(文明)을 자랑하던 도시(都市)도
하루 아침에 핥아버리는 몇만도(萬度)의
잠열(潛熱)을 지배(支配)하는 위력(偉力)을 땅속에 감추어 두고도
한 자루의 총칼을 녹일 만한 작은 힘조차
우리 젊은 사람에게 빌려주고저 하지않는다.

해여 태양(太陽)이여!
대륙(大陸)에 매어달린 조그만 이 반도(半島)가
네 눈에는 쓸 데 없는 맹장(盲腸)과 같이 보이는가?
우주(宇宙)를 창조(創造)하신 하나님도
이다지도 이다지도 짓밟혀만 살라고
악착한 운명(運命)의 부작(符爵)을 붙여서
우리의 시조(始祖)부터 흙으로 빚엇더란 말이냐?

오오 위대(偉大)한 항성(恒星)이여,
일분(一分) 동안만 네 궤도(軌道)를 미끄러져
한 걸음만 가까이 지구(地球)로 다가오라!
그러면 우리는 모조리 타죽고나 말리라.
그도 못하겠거던 한 걸음 뒤로 물러서라……
북극(北極)의 흰 곰들이나 우리의 시체(屍體)우에서
즐거이 뛰놀며 자유(自由)롭게 살리라.

나는 너를 겨누고 눈을 흘긴다.
아침과 저녁 네가 지평선(地平線)을 넘은 뒤까지도
「차라리 너의 임종(臨終) 때가 돌아오지나 않는가」하고……

19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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