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오오, 조선의 남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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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이 오면
-- 백림(伯林)[1] 마라톤에 우승(優勝)한 손(孫), 남(南) 양군[2]에게
그대들의 첩보(捷報)를 전(傳)하는 호외(號外) 뒷등에(첩보(捷報))
붓을 달리는 이 손은 형용(形容) 못할 감격(感激)에 떨린다!
이역(異域)의 하늘 아래서 그대들의 심장(心臟) 속에 용솟음치던 피가
이천삼백만(二千三百萬)의 한 사람인 내 혈관(血管) 속을 달리기 때문이다.
○ ○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鼓膜)은
깊은 밤 전승(戰勝)의 방울 소리에 터질듯 찢어질듯.
침울(沈鬱)한 어둠 속에 짓눌렀던 고토(故土)의 하늘도
올림픽 거화(炬火)를 켜든 것처럼 화다닥 밝으려 하는구나!
○ ○
오늘 밤 그대들은 꿈속에서 조국(祖國)의 전승(戰勝)을 전(傳)하고자
마라손 험(險)한 길을 달리다가 절명(絶命)한 「아데네」의 병사(兵士)를 만나 보리라
그보다도 더 용감(勇敢)하였던 선조(先祖)들의 정령(精靈)이 가호(加護)하였음에
두 용사(勇士) 서로 껴안고 느껴느껴 울었으리라.
○ ○
오오, 나는 웨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세계(全世界)의 인류(人類)를 향해서 웨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弱)한 족속(族屬)이라고 부를터이냐!」
- 1936.8.10 새벽 신문(新聞)호외(號外) 이면(裏面)에 쓴 절필(絶筆).[3]
주석
[편집]- ↑ 베를린
- ↑ 손기정, 남승룡
- ↑ 1936년 9월에 심훈이 사망하면서 이 시가 마지막 시가 되었다. 신문 이면에 쓴 원본 부분에는 4연이 없으나, '조선중앙일보' 게재본에 추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