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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세계 대백과사전/세계사상/서양의 사상/현대의 사상/프래그머티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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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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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그머티즘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에 걸쳐 미국에서 발생하고 성장한 미국의 독자적인 철학사상이다. 식민시대 이래 19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사상계는 주로 독일 관념론에 의해서 지배되어 왔다. 그러나 남북전쟁 이후에 급속한 발전을 본 미국의 자본주의는 정치나 경제뿐만 아니라 사상면에서도 유럽으로부터 벗어나 미국의 독자성을 확립하게 하였다. 프래그머티즘의 발생 동기는 자본주의의 근대과학적 사고방식과 미국의 전통적 퓨리터니즘과의 조화를 꾀하려는 일군의 학자들(메타피지컬 클럽)에게 귀착된다. 그들 가운데는 철학자를 비롯해서 자연과학, 법학, 역사학, 신학, 심리학 등 여러 전문분야의 인사들이 있었다. 그러므로 프래그머티즘은 어떤 일개인의 노력이나 재능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당시의 미국적 현실에서 결실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래그머티즘이라고 해서 유럽의 전통적 사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그것은 유럽의 새로운 경험론이나 과학주의의 흐름을 따르면서도 그것에 머무름이 없이 종래의 추상적·관념적인 철학상의 여러 논쟁을 지양하려는 데에 독자적인 성격이 있는 것이다. 프래그머티즘이란 용어는 희랍어의 '프라그마(pragma)'에서 유래한 것이다. 퍼스는 이 용어를 실천이성의 명령을 프래그티슈(praktisch), 프래그매티슈(pragmatisch)로 나누어 전자를 선험적(先驗的) 또는 정언적(定言的), 후자를 경험적 또는 가언적(假言的) 의미로 사용한 칸트의 용법에 따라서 채용하였다. 퍼스의 이론은 '의미의 이론'이라고 불리는데, 그에 의하면 사물에 관한 명확한 관념은 필연적으로 실제상의 결과나 가능성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관념을 명석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 관념의 실제적 결과나 가능성을 고찰하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관념이나 사고활동은 회의를 해소하고 확고한 행동을 가능케 하는 신념을 확립하는 데 있다. 신념이란 곧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인가를 지시해 주는 것이다. 이것이 퍼스의 원리이며 또 프래그머티즘의 근본원리인 것이다. 이러한 퍼스의 '의미의 이론'에 더욱더 행동적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프래그머티즘을 '진리의 이론'으로 전개한 사람은 제임스이다. 퍼스의 이론에 있어서는 대상에 관한 우리의 사고가 명확한 판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다만 우리의 사고 안에 일정한 신념을 확립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제임스에 의하면 우리의 관념이 참이냐 거짓이냐 하는 문제는 그것이 우리의 실생활에 있어서 어떠한 실천적 차이를 나타내는가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어떤 관념의 진위는 그 자체로서는 결정되지 않으며, 다만 그것이 사실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보아서 결과가 유효하다고 검증(檢證)된다면 그것은 참(verity)인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공간을 초월한 절대적 진리는 없으며 진리의 기준은 오로지 우리의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리는 상대적이며 변화하는 것이다. 프래그머티즘은 듀이에 의해서 그 행동적 요소가 더욱 강조되었고 개인적 관심에서 사회적 관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듀이의 철학은 보통 '도구주의(instrumentalism)' 또는 '실험주의(experimentalism)'라고 불린다. 우리의 모든 관념이나 사상은 우리의 현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은 생물(organism)의 일종인 까닭에 환경과의 상호작용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경험이란 곧 이러한 상호작용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의 경험이 순탄하지 못할 때 그것을 타개하기 위한 기능이 다름아닌 사고작용인 것이다. 생활경험의 한 가지 기능으로서 발달하여 장래를 예상할 수 있는 지성을 특히 창조적 지성(creative intelligence)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결국 인간이 장래에 더 잘살기 위한 불가결의 방법이며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대체로 말해서 프래그머티즘은 생활의 철학이요, 상식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진리를 실생활에 있어서의 유용성에 의해 결정하는 점에서 공리주의적이며, 진리는 경험에 의해서 검증되고 변화한다고 보는 점에서 경험주의적이며, 지식보다는 행동을 중시하는 점에서 반주지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金 永 喆>

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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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Sanders Peirce (1839-1914)

미국의 철학자.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 졸업 후 미국 연안측량부(沿岸測量部)의 기사가 되고, 한편 7-8명의 동지와 '형이상학 클럽'을 만들어 철학을 연구했다.

회원들에게 공통된 사상을 그는 '프래그머티즘'이라 명명하고 그 사상 내용을 두 개의 논문으로 나누어 잡지에 발표했다. <신념을 확정하는 방법>(월간 <통속과학>, 1877년 11월)과 <어떻게 우리들의 관념(觀念)을 명석하게 만드는가>(同誌, 1878년 1월)가 그것이다.

우리가 신념을 확정하는 방법에는 고집의 방법, 권위의 방법, 선험적(先驗的) 방법, 과학적 방법의 네 가지가 있는데 과학적 방법만이 바른 것이다. 과학적 방법에 의해 얻어지는 신념은 연구자간에 공개되어 최종적으로 전원의 의견일치를 보았을 때에만 진리로서 승인된다. 철학의 과제는 애매한 관념이나 언어의 의미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명석하게 하는 데 있다. 그런데 관념을 표현하는 언어는 하나의 기호이므로 퍼스의 철학은 기호의 의미를 확실히 정하고, 기호체계를 분석하는 기호론(記號論) 및 기호논리학이 본질적 구성 부분이다. 퍼스는 현대 분석철학 및 기호논리학의 뛰어난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퍼스의 저작은 그가 죽은 후 하버드 대학에서 출판된 <전집>(8권, 1931-58)에 거의 전부가 수록되어 있다.

어떻게 우리들의 관념을 명석하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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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8)퍼스가 형이상학 클럽 회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을 정리한 논문의 하나로서 월간 <통속과학> 1878년 1월호에 발표된 것.

습관화된 생활에 의문이 생길 때 인간의 사고는 시작되고, 새로운 신념이 확립될 때 사고는 멈춘다. 신념의 본질은 새로운 행동관습을 수립하는 데 있다. 따라서 신념이 다르면 거기서 생기는 행동도 다르다. 만일 두 사람의 행동이 동일하다면, 가령 두 사람의 신념이 다른 말로 표현되었다 할지라도 실은 동일한 신념인 것이다. 신념의 의미 내용은 신념의 결과로 생기는 행동에 의해서만 명백해진다.

신념의 의미 내용은 관념이다. 따라서 관념을 명석히 하려면 그 관념이 지시하고 있는 대상이 일으키는 행동 결과를 고려하면 된다. "어떤 대상이 어떠한 실제상의 결과를 발생시키는가를 생각하라. 그러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결과의 집합이 그 대상에 관한 관념의 의미 내용이다." 이것이 퍼스의 '프래그머티즘의 격언(格言)'이다.

예컨대 '술'의 관념을 명백히 하려면 원료·제조방법·성분·가격 등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실제로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키포인트이다. 이와 같이 프래그머티즘은 "해보지 않고서는 알지 못한다"는 우리의 일상적 경험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이론인 것이다.

프래그머티즘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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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

잡지 <모니스트>에 발표된 퍼스의 논문.

당시 프래그머티즘이라는 명칭이 제임스의 이름과 너무 밀접히 관련되어 세간에 유포된 것에 저항을 느낀 퍼스는, 이 논문에서는 자기의 입장을 일부러 '프래그머티즘'이라고 하였다. 이 논문에서 퍼스가 주장한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⑴ 프래그머티즘의 존재이유. 프래그머티즘은 덮어놓고 형이상학을 경멸하지 않고 형이상학으로부터 귀중한 교훈을 이끌어내서 우주론(宇宙論)이나 물리학에 생명과 빛을 줄 수 있다. 또 프래그머티즘은 도덕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유효한 작용을 미칠 수 있다.

⑵ 개개의 실험은 결코 고립된 것이 아니라 전체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연관성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가 머리로 생각하는 판단 내용(명제)은 일련의 실험의 최후 결과에 의해 비로소 구체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모든 명제의 합리적 의미는 미래에 성립한다."

⑶ 어떠한 과학 이론(관념)에서도 그것이 한갓 점(占)이 아닌 이상 미래의 사건에 의하여 완전히 논증되는 진리일 수는 없다. 반드시 어느 정도의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오류를 수정하면서 절대적 진리에 접근할 수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최고선(最高善)은 개개의 행동에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부단한 연속을 통해서 인간이 진화(進化)해 가는 무한한 과정 속에 있는 것이다.

이 논문은 퍼스의 프래그머티즘에 있어서의 실험주의적(實驗主義的) 특징과 관념론적 경향의 공존·결합을 보여주는 것이며, 또한 현실의 인생을 실험적 탐구의 연속이라고 보는 점은 훗날 듀이의 '탐구는 이론'의 원형이 되는 것이다.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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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James (1842-1910)

미국의 심리학자·철학자.

뉴욕시의 종교적 분위기가 풍부한 가정에서 태어나 가끔 유럽을 여행했다. 유명한 작가 헨리 제임스는 그의 동생. 하버드 대학 의학부 졸업. 학생시대에 브라질 생물탐험대에 참가. 몸이 약해서 요양중 프랑스의 철학자 르누비에의 자유의지에 관한 논문을 읽고 감격, 생명에의 힘을 얻었다. 1872년 하버드 대학 생리학 강사, 이후 생리학·심리학·철학 조교수·교수를 역임했다.

제임스는 생리학자로 출발하여 처녀작인 대저 <심리학원리> 2권에 의해 심리학을 사변적 철학으로부터 해방하고 실험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확립하기 위한 기초를 세우는 등, 자연과학적인 학풍을 갖추고 있었으나, 그의 인품에는 생가를 둘러싼 종교적·도덕적 분위기가 짙게 깃들여 있었다. 그의 철학 과제는 이 세계에서 무미건조한 실험과학의 대상이 되는 '사실(事實)'과 신중하고 은근하며 향기높은 종교적·도덕적인 '정신'을 어떻게 조화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는 퍼스의 논리적 엄밀성을 따라갈 수 없었고, 또한 과학의 관념들을 설명·분석하는 것을 보조할 뿐인 논리적 원리에 멈추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그 자신 및 동(同)시대의 정신적 동란을 해소시킬 수 있는 사상을 구했던 것이다. 종교·도덕·우주 등에 관한 저작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심리학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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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理學原理 (1890)

1875년 심리학 강의를 시작한 제임스는 1875년에 출판사와 심리학 서적의 출판을 약속했으나, 개별적으로 발표한 논문에 가필하고 체계를 세워 2권, 약 1,400페이지의 서적을 발표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이 책의 중요 부분은 강의 진행과정에서 착상된 것이었으나 실제 집필은 순조롭게 진척되지 않아 참담한 고투가 계속되었던 것이다.

실험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처음 개척한 분트가 의식을 단순감각(單純感覺)·단순감정이라는 요소의 복합체로 보고 요소심리학(要素心理學)을 주장한 데 대해 제임스는, 의식은 끊임없이 유동·변화하는 것으로 그 '의식의 흐름'의 기능을 밝히는 것이 심리학이라는 기능심리학(機能心理學)의 입장을 확립했다. 제임스 심리학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그 정서설(情緖說)에 있다. 그에 의하면 사람은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퍼지는 것이며, 우스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우스워지는 것이다. 곧 어떤 사태의 인식에 의해 슬픈 정서가 발생한 다음에 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태에 접해서 생기는 신체의 반사적(反射的)·생리적 변화(예컨대 눈물이 나오는 것)가 의식에 반영되어 슬픈 정서가 된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의사 랑게(1828-75)도 같은 이론을 발표하였으므로 이를 '제임스·랑게의 정서설(情緖說)'이라고 한다.

<심리학원론>을 요약해서 대학의 텍스트용으로 정리한 것이 <심리학요론(心理學要論)>(1892)이다.

프래그머티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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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

제임스가 1906년 11월-12월 보스턴 로웰 학회에서 한 강의와 1907년 1월 컬럼비아 대학에서 한 강의를 토대로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 이 책은 그에게 처음으로 프래그머틱한 마음의 넓이를 가르쳐 준 사람인 존 스튜어트 밀에게 바쳤다.

제임스에 의하면 프래그머티즘은 합리론(合理論)과 경험론(經驗論)의 조정자이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형이상학 논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이며, 그 자체가 하나의 구체적인 세계관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에 관념이 진리가 되는 것은 그것이 우리 생활에 유용한 작용을 하는 경우이다. 신의 존재를 관념으로 갖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의 평정(平靜)에 유용하다면, 신의 존재의 관념은 진리이다. 이와 같이 제임스는 퍼스의 '관념의 의미를 명석하게 만드는 방법'으로서의 프래그머티즘을 유용성에 의해 '관념의 진리성(眞理性)을 판정하는 방법'으로 변형시키고 프래그머티즘을 논리 세계에서 실용 세계로 도입하였다.

이 우주는 불완전하다. 그러나 인간의 부단한 협력 밑에 우주는 개선되고 인간의 구제는 가능하게 된다. 인간은 도덕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악과는 철저히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도덕주의적 인간에 의한 우주개선(宇宙改善)의 기대가 인간에게 사는 보람을 주는 것이다.

철학의 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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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學-諸問題 (1911)

젊을 때 르누비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제임스는 그때의 감격을 일생동안 간직하였으며, 생애의 마지막 수년간 다원적 우주론(多元的宇宙論)에 입각하는 철학입문 같은 것을 쓸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는 초고를 남겨놓고 죽었는데 동생 헨리가 이 초고를 정리하여 출판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형이상학이 우주의 참된 존재를 파악하는 것은 개념에 의해서이다. 개념은 ①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조종하고, ② 지각적(知覺的) 생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의지를 고무하여, ③ 영원한 진리의 세계 지도를 그린다. 세계는 한 사람이 지배하는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다원적인 실재(實在)로 된 개방적인 공간이다. 이 세계에 있어서만 자유의지의 행사는 가능하며 신기한 것이 창조된다. 우리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바로 문명을 결정하는 원인인 것이다.

제임스는 스피노자, 피히테, 헤겔, 로이스 등의 절대적 관념론(絶對的觀念論)의 일원적 우주관(一元的宇宙觀)을 운명적인 것이라 비판하고, 다원적 우주관이 보다 과학적이며 인간의 풍부한 도덕적·극적(劇的)인 함축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고 말한다.

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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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Dewey (1859-1952)

프래그머티즘의 이론을집대성한 미국의 20세기 최대 철학자.

버몬트주 벌링턴에서 태어났다. 버몬트 대학 졸업. 존스 홉킨스 대학 대학원에서 철학을 연구. 미시간 대학 강사로 출발하여 미네소타·미시간·시카고·컬럼비아 각 대학에서 철학교수 역임. 유럽 제국과 일본·중국·터키·멕시코·소련을 방문. 1930년 컬럼비아 대학 퇴직. 뉴딜 정책을 지지하였으며, 트로츠키 사문(査問)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아메리카 평화위원회의 일원으로서 세계에 전쟁 종식을 호소하는 등 많은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듀이의 많은 저작은 대별하여 다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⑴ 철학일반-전통적 철학의 문제인 궁극적 실재나 절대적 확실성은 선험적(先驗的)인 존재가 아니라 경험적 지성에 의해 탐구되어야 할 유한하고 상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분류에 속하는 것은 <철학의 개조(改造)>(1920), <경험과 자연>(1925), <확실성의 탐구>(1929), <경험으로서의 예술>(1934), <백만인의 신앙>(1934)이다.

⑵ 윤리학-인간을 생물의 차원으로 끌어내리고 심리나 윤리(도덕)를 자연·사회·문화적 환경과의 상호관계에서 파악한다. 제임스·타프츠(1862-1942)와의 공저 <윤리학>(1908, 1932) 및 <인간성과 행위>(1922) 등.

⑶ 교육학-듀이는 철학의 이론적 타당성은 실천적인 교육의 장(場)에서 검증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시카고 대학 교수 시절에 부속 시험학교를 창설하였다. <학교와 사회>(1899)는 그 성과 가운데 하나이다. <민주주의와 교육>(1916)은 그의 교육철학의 결정판. 그 밖에 <나의 교육 신조>(1897), <내일의 학교>(1915, 장녀 에버린과 공저) 등.

⑷ 사회철학-민주주의의 철학자였던 듀이는 60-70세 무렵 사회주의에 상당히 동정적이었으나 결국 자유 민주주의자로서의 입장을 일관했다. 개인과 사회에 대한 듀이의 사상은 <독일 철학과 정치>(1915), <공중(公衆)과 그 문제>(1927), <신구(新舊)의 개인주의>(1930), <자유주의와 사회적 행위>(1935) 등에서 볼 수 있다.

⑸ 논리학-듀이의 철학 전체에 일관되는 백보운은 문제 해결의 논리이다. 퍼스 및 제임스의 인생을 부단한 탐구 과정으로 보는 사상은 듀이의 <논리학-탐구의 이론>(1938)에서 솜씨있게 체계화되었다. 그 밖에 <사고의 방법>(1910), <실험적 논리학 논집>(1916), <평가(評價)이론>(1938) 등이 있다.

민주주의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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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

듀이는 1904년에 시카고 대학을 그만두고 컬럼비아 대학으로 옮겨갔다. 이 책은 시카고 대학 부속 실험학교에서의 산 경험을 토대로, 컬럼비아의 새로운 철학적 분위기 속에서 쓴, 그의 교육 철학을 전문적으로 체계화한 책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을 포함해서 생명있는 유기체가 살아간다는 것은 그 유기체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사회·문화적 환경에 대해 작용하는 행위를 통해서 자기를 끊임없이 새롭게 개조해 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의 자기개조(自己改造)에는 풍습·신앙·이상·행복감 등의 갱신이 포함된다. 인간은 자기 개조에 의해서 자기의 사회적 경험을 지속시키고 이를 새로운 세대에 전달한다. 교육은 이러한 지속과 전달을 위해 사회에 본래 갖추어져 있는 사회 자신의 기능이다.

교육이라는 사회기능의 목적은 민주사회의 실현에 있다. 민주사회는 모든 성원이 평등한 조건 밑에서 사회의 행복 실현에 참가할 수 있고, 또한 다른 사회에 대해 폐쇄되지 않고 서로 배움으로써 자기의 여러 제도를 개조할 수 있는 사회이다. 교육은 스스로 민주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며, 교육 이외의 어떠한 외적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것이다.

철학의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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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學-改造 (1920)

듀이는 1915년 봄 일본을 방문하고 동경에서 8회에 걸친 연속 강연을 했다. 그 원고를 토대로 쓴 것이 이 책이다.

철학의 역사는 어느 시대의 세계상(世界像)·가치관이 그 시대의 철학의 특징을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새로운 세계상과 이에 따르는 가치관이 형성되면 그것은 낡은 것과 충돌을 일으키고 위기의식에 빠진 인간은 새로운 철학을 요구하게 된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논리적 사고기능에 대한 반성, 기타 역사와 함께 변화하는 모든 사정이 철학의 개조를 요구하는 것이다. 현대의 철학은 자유로운 민주적 사회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의 제 조건을 탐구하는 것으로 개조되어야 한다.

민주적 사회의 이상은 일거에 얻어질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이상에 도달하는 도상의 하나하나의 상황을 이상 달성에 적합한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골인으로서의 완전성이 아니라, 그것을 향해서 성장하는 것이 사는 목표이다. 인간성의 성장이 일체의 가치평가의 기준이다.

듀이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대상황(大狀況)을 망각하고 소상황에 매몰하는 것을 정당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에서 유리된 공염불적인 이론에 정문(頂門)의 일침을 가하는 가치는 충분히 갖고 있다.

인간성과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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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間性-行爲 (1922)

1918년 봄 스탠포드 단기(短期) 대학에 초빙되어 행한 듀이의 3회에 걸친 연속 강연을 기초로 쓴 책.

부제가 '사회심리학서설'로 되어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듀이는 이 책에서 그가 인간성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은 '습관'의 여러 양식을 이해하는 것이 사회심리학으로의 길이라는 것, 정신은 생물로서의 인간과 사회·문화 환경과의 상호 규정 작용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 이 두 가지 점을 강조하려고 하였다.

인간 주체는 보통 습관적 상황에 매몰되어 있다. 그러나 습관이 동요하고, 주체와 환경의 관계가 불안정하게 되면, 안정 회복의 충동이 일어나고 지성이 발동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탐구를 시작한다. 지성은 종래의 습관을 반성하고 배치를 바꾸며, 새로운 습관을 수립하는 도구이다. 도구적인 지성은 환경을 분석하고, 목적 달성을 위한 여러 수단을 비교 고찰하고, 가장 유효하다고 생각되는 수단을 선택한다. 비교 고찰은 사실판단(事實判斷)이며 선택은 가치판단이다. 이 두 판단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지성과 행동에 있어서 하나로 결합되어 있다.

도덕적 행위도 행동일반과 별개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로운 지성의 숙려(熟慮)를 바탕으로 양심이 명하는 바에 따라 행해진다. 양심은 사회의 소산이며 거꾸로 사회개조의 추축(樞軸)이다. 이러한 지성도구주의(知性道具主義)의 입장에 입각하여 개인의 습관개조를 기초로 삼고 사회의 개조를 전망하는 듀이에 있어서 습관의 개조를 임무로 하는 교육이 기본적으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경험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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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폴 케라스라는 출판업자를 기념하여 설치된 학술 자금에 의한 강좌에서 듀이는 형이상의 문제들에 대해 강연을 했다. 이 책은 이 강연 내용을 출판한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실재론적(實在論的) 분위기에서 자기의 철학을 다시 다듬고 있던 듀이답게 이 책은 그의 수많은 책 중에서 가장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밀착하여 살며, 경험적 지식을 획득하는데 자연은 그 비밀의 전부를 인간에게 결코 공개하지 않는다. 경험 이외의 미지의 불투명한 자연 영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자연의 존재는 그것이 인간에게 미지의 것이라는 이유로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곧 인간의 의식활동과는 독립하여 의식 밖에 자연은 실재한다. 그러나 이 자연도 인간의 경험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미래의 경험을 하나하나 기지(旣知)의 것으로 만들어서 그 문호를 개방할 수 있다.

경험과 자연은 일단 구별되지만 탐구 활동을 매개로 연결이 가능해진다. 철학은 탐구 활동으로서의 경험을 인도하고, 언제나 명석 판명한 관념을 만들어 내는 지성의 작용인 것이다. 듀이의 경험주의는 단지 현재에 있어서의 경험을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경험의 가능성도 논리적으로 포섭하는 실험적 경험론이다.

확실성의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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確實性-探究 (1929)

1929년, 듀이는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기포드 강좌 강연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간한 것이 이 책으로 '지식과 행동에 대한 연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은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듀이 자신의 '확실성' 탐구 성과를 발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대 그리스 이래의 전통적 철학이 인간의 경험을 초월한 선험적 세계에서 절대적이며 확실한 진리를 찾으려 한 것은 잘못된 철학적 태도라고 비판한 것이다. 인간이 영고성쇠의 속세에 사는 이상, 자기의 행동 가치를 부여하는 절대적인 무엇을 구하고 그것에 의지하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가치를 부동의 절대자로부터 끌어내는 전통적인 관념론도, 과거의 경험만이 가치의 원천이라고 하는 낡은 감각적 경험론도, 또 가치는 단지 인간의 정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현대의 논리실증주의도 모두 행동에 의해서 열리는 새로운 지식과 가치 세계를 정당하게 평가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듀이는 '지성의 조작(操作)' 또는 '조작적 사고(思考)'에 의해서 가치를 천상에서가 아니라 지상의 생활 자체 속에서 실현시키려고 한다. 경제적·정치적·종교적 제도들의 개조를 통제하는 것이 가치의 기능이다. 가치는 말하자면 동사적(動詞的)·부사적(副詞的)으로 작용하고 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명사적(名詞的)인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존 듀이는 실체로서의 절대자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한 것은 탐구적 행동에 있어서 기능적으로만 현상화(現象化)되는 것이다.

논리학-탐구의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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倫理學-探究-理論 (1938)듀이 만년의 대저로서 듀이 철학의 전체에 일관되는 사고방법을 이론적으로 추출하고 구성한 것이다.

탐구란 주체와 환경 사이의 습관화된 균형상태가 깨져서 양자의 관계가 불안정해졌을 때 주체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 안정을 회복시키고자 상황에 대해 분석·판단·작용·조작을 하여 새로운 안정 상태에 도달하는 의식과 행동의 과정이다. 그것은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탐구에는 상식적 탐구와 과학적 탐구가 있는데 본질적으로는 양자 모두 동일한 과정·구조·기능을 갖는다.

탐구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행해진다.

⑴ 불안정한 상황―예컨대 수학 시험이 시작되려고 하는 상황. 탐구 개시의 단계.

⑵ 문제의 설정―문제의 문장을 읽고 요구되어 있는 과제가 평면기하(平面幾何)의 증명 문제임을 안 단계. 문제의 의미 확인.

⑶ 가설을 세운다―삼각형의 합동관계로써 증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착상하는 단계. 말하자면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보는 단계.

⑷ 추론(推論)―하나의 아이디어에 의거해서 두 점을 이을 것인가, 수직선을 내려그을 것인가 등 여러가지로 궁리해 보고 전도를 생각해 보는 단계.

⑸ 실행(실험)―추론에 의거해서 실제로 작업을 하는 단계.

⑹ 안정상황―추론대로 증명을 완료하고 안심하는 단계. 물론 만일 추론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가설을 다시 세우고 재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달된 안정상황이라 하더라도, 결코 탐구의 절대적 종료(終了)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무한한 탐구의 연속이며 보다 높은 '개연성(蓋然性)'만이 탐구의 결과로서 기대될 뿐이다. 이 사상은 퍼스, 제임스, 듀이에게 일관되고 있다. 그러나 의식의 심리적 과정을 그대로 논리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점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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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dinand Canniny Scott Schiller (1864-1937)

영국(독일 태생)의 철학자·프래그머티스트.

처음에는 미국 코넬 대학의 논리학·형이상학 강사. 이어 옥스퍼드 대학에서 가르치고 1930년부터 남캘리포니아 대학 교수. 유물론적 진화론·관념론적 형이상학의 양쪽 모두에 반대. 1902년에 친구들과 논문집 <인격적 이상주의(人格的理想主義)>를 발표. 이 내용 중 실러의 '요청(要請)으로서의 공리(公理)'가 영국 프래그머티즘의 기점이 되었다.

가치는 자유로운 인격으로서의 인간이 그 행동을 통해서 창조하는 것으로서 선험적인 절대자로부터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적 가치의 대소는 그것이 인간의 목적·요구에 적합한 정도에 의해 측정된다. 실러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라고 한 옛날의 프로타고라스로 돌아가라고 주장하고, 자기의 프래그머틱한 사상을 '인간중심주의(휴머니즘)'라고 불렀다.

휴머니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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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

<휴머니즘>(1903)과 함께 실러의 인간중심주의의 입장에서 씌어진 주저의 하나. 휴머니즘은 실러가 스승으로 받드는 제임스 및 실러 자신의 철학인 프래그머티즘에 붙인 명칭. 실러는 자신을 '프로타고라스의 제자'라고 부르고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라 한 말에 다시금 주의하라고 한다.

진리는 프로타고라스가 말하는 것처럼 각 개인에 대한 진리이며, 이러한 의미에서는 개개인의 인간이 '우주의 참된 창작자'라고 할 수도 있다. 타인의 판단을 진리로 용인하는 것은 단지 그렇게 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인 것이다.

진리를 살아 있는 구체적인 인간으로부터 격리시켜 몰인격화(沒人格化)·비인간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실러의 인간중심주의는 철저하다. 그는 용감하게 진리상대설(眞理相對說)을 주장하였다.

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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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Herbert Mead (1863-1931)

미국의 철학자.

매사추세츠주 사우스 하드리에서 태어났다. 시카고 대학 교수. 듀이의 동료로서 이른바 '시카고 학파'의 일원이며, 특히 인간 본성의 사회 심리학적 연구에서 듀이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생전에는 저서가 없고 사후에 강의안과 노트 등을 참고로 한 4권의 저서가 출판되었다. 그중 <정신·자아·사회>(1934)가 가장 중요하다.

사회 이전에 자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도 자아도 모두 사회적 행동으로서의 의지·감정·사상의 상호 전달(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형성된다. 그리고 행동은 정신에 의해 지성적·도덕적으로 인도되고 하나의 사회적 조화를 지향하게 된다고 말한다. 미드는 개인주의적 프래그머티즘에 사회적 관점을 도입한 점에서 공적을 남겼다.

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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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William Morris (1901-1979)

미국의 철학자.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났다. 시카고 대학에서 공부하고 스승 미드의 사후에 그 유고를 편집하여 출판. 시카고 대학 교수를 거쳐 플로리다 대학 교수를 지냈다.

두 번의 세계대전 사이에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빈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빈 학단의 논리실증주의(論理實證主義) 및 기호론(記號論)의 영향을 받아 여기에 프래그머티즘의 사상을 접목하여 새로운 기호론을 수립하였다. 이 기호의 의미는 '의미론(意味論=세만틱스)', 기호간의 논리적 관계는 '구문론(構文論=신택스)', 기호의 용법은 '어용론(語用論=프래그머틱스)'으로서 각기 연구된다. '어용론'은 프래그머티즘의 정신으로 기호와 인간의 관계를 분석한다. 모리스는 그 밖에 인간의 여러가지 생활형태나 가치 유형에 대해서도 흥미있는 연구를 하였다.

로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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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iah Royce (1855-1916)

미국의 철학자. 하버드 대학 교수로 네바다주에서 출생.

영국의 토머스 힐 그린과 비슷한 헤겔류의 객관적 관념론 입장을 취하고, 논리·심리·윤리·역사·실재 등에 대하여 폭넓은 고찰을 가했으며, 자기의 철학을 '절대적 프래그머티즘'이라고 불렀다.

관념이 인간 의지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이며, 이러한 점에서만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점에서는 프래그머티즘에 가까우나, 실러에게서 볼 수 있는 극단적인 주관적 상대주의를 피하기 때문에 로이스는 세계 전체를 둘러싸는 절대의지(絶對意志)의 존재를 인정하고 인간의 개별적 의지는 그것이 나타난 것이며, 인간은 절대의지를 의식함으로써 절대적 존재를 파악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사회적으로 바르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일종의 '절대적 관념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