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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라디오 드라마〔개설〕
[편집]外國-radio drama〔槪說〕세계 최초의 방송국인 미국의 KDKA가 개국한 지 3∼4년 후인 1923년을 전후하여 시작된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의 라디오 드라마는 활발하게 이론이 전개되었던 1930년대와, 많은 명작들이 방송되었고 난숙기라 할 1940년대를 거쳐 텔레비전 방송이 본격화한 2차대전 후부터는 드라마의 청취자를 텔레비전 드라마에 빼앗기고 오락방송으로서의 라디오 드라마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는 라디오 독특의 기능을 살린 예술성 높은 드라마만이 주로 공영방송(예를 들면 B.B.C.의 제3방송)에 의해 제작되고 있을 뿐이며, 이 점에서 아직도 상당히 높은 청취율을 보유하고, 각 방송국이 하루 2∼3개의 연속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극히 대조적이다.
영국의 라디오 드라마
[편집]英國-radio drama
초기에는 약간의 수정을 가한 무대용 희곡이 방송되었으나 1924년에 처음으로 라디오를 위해 집필된 작품이 방송되었다. 리처드 휴즈(Richard Hughes)의 <위험(Danger)>이 바로 그것인데, 이 작품의 방송이 계기가 되어 라디오 드라마의 연구가 시작되었고 고돈 리(Gordon Lea), 두가르데 피치(Du Garde Peach), 타이런 거스리(Tyrone Guthrie), 길구드(Val Gielque) 등도 잇따라 라디오 드라마론(論)을 발표하였는데, 이들은 그 이론을 실천에 옮긴 라디오 드라마도 창작했다. 이들에 이어서 랜스 시브킹(Lance Sieveking)은 영화기법을 도입한 복잡한 기교를 가진 라디오 드라마를 썼다. 영국에는 시극형식(詩劇形式)의 라디오 드라마가 상당히 발표되었는데, 그 중에서 B.B.C.의 연출가이며 시인이기도 한 루이스 매크니스는 여러 편의 방송 시극을 썼으며 또 연출했다.
2차대전 이후는 텔레비전 방송이 본격화된 것도 한 원인이 되어 오락방송으로서의 라디오 플레이는 자취를 감추고, 수준 높은 교양 프로를 방송하는 B.B.C.의 제3방송에 의해 본격 라디오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미국의 라디오 드라마
[편집]美國-radio drama
미국의 방송은 상업방송으로 발달하였으므로 우수한 예술적인 라디오 드라마는 많지 않다. 그러나 C.B.S.·N.B.C. 등의 네트워크에 문예적 드라마를 방송하는 프로도 있어서 순수문예드라마 작가도 많이 생겨났다. 아취볼드 매크리쉬는 1937년 컬럼비아 실험극장을 통해 <도시의 함락(The Fall of the City)>을 방송하여 라디오 작가의 제일인자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이 작품은 전체주의의 공포를 묘사한 것으로 미국 최초의 예술적 라디오 드라마라 일컬어진다. 그의 작품의 특색은 테마로 사회 일반, 인간 전체의 폭넓은 문제를 다룬 점인데, 1944년에는 10회 연속으로된 <미국 이야기(The American Story)>란 제목의 다큐멘터리 라디오 드라마를 N.B.C.에서 방송하였다. 또 노먼 커윈(Norman Corwin)은 <포에틱 라이센스(Poetic License)>란 연속방송극으로 인정을 받았으며, 1941년 컬럼비아 실험극장 프로를 통해 <이 벌레 10만 달러(My Clien Curley)>를 발표했다. 이것은 공상과 비유와 풍자를 아울러서 가진 시정(詩情) 넘치는 작품이면서 라디오가 가진 온갖 기능을 충분히 활용한 것이었으며, 미국의 라디오 드라마를 예술의 경지에까지 이끌어 올린 뛰어난 드라마란 평을 받았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운율성을 가진 대사에 있다고 하겠으며 1941년에는 <우리들이 가진 진리(We Hold Three Truths)>란 대통령의 연설을 삽입한 라디오 드라마를 발표하여 전 미국의 청취자를 감동시켰다. 1945년 독일이 항복했을 때는 <승리의 기록(On A Note Triumph)>을 그 자신의 연출로 방송하여 시사문제를 다룬 드라마에서도 뛰어난 솜씨를 과시했다. 또 한 사람의 우수한 작가 아치 오벌러(Arch Oboler)가 컬럼비아 실험극장과 같은 순수문예드라마를 방송할 프로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 그것이 받아들여지자 N.B.C. 전속으로 순수문예작품을 집필하면서 한편으로는 상업 프로로서의 멜로 드라마·스릴러작품 등을 썼는데 그의 작품의 특색은 뛰어난 모놀로그 수법의 활용이며, <세계에서 가장 못생긴 사나이(The gliestman in the World)>는 그의 대표작이다.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미국의 경우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는 텔레비전 드라마에 밀려 라디오 드라마는 사양의 길을 걸었고 따라서 특기할 만한 작품도 별로 생산되지 않았다.
프랑스의 라디오 드라마
[편집]France-radio drama
프랑스에서는 1924년 가브리엘 제르미네에 의해, 난파선(難波船)을 다룬 란 작품과 <고민>이란 작품이 방송되었는데 이것이 프랑스에서의 최초의 본격적 라디오 드라마였다. 제르미네는 역시 방송작가인 피에르 큐지(Pierre Cusy)와 공저로 <방송연극(Theatre radiophonique)>이란 라디오 드라마론(論)을 간행하였다. 제르미네는 이 책 가운데서 무대극과 라디오 드라마는 전혀 다른 분야라는 것, 소리의 배경(음향효과:decor sonore)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 대화는 짧고 템포가 있어야 한다는 것, 리얼리즘을 초월한 새로운 세계의 창조가 가능하다는 등 4가지 점을 주장하였는데 이 주장은 오늘날의 프랑스 라디오 드라마에 의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1930년대에는 시인들도 라디오 드라마를 썼으며, 2차대전 이후에는 콕토, 코래트, 지드, 뒤아멜, 클로델, 모리악 등의 일류작가들도 라디오 드라마에 손을 대었다.
독일의 라디오 드라마
[편집]獨逸-radio drama
독일에 있어서는 1925년에 방송된 <유령(Spuk)>이란 작품이 최초의 본격적 라디오 드라마로서 기록된다. 히틀러시대의 국영방송에서는 국민을 단일체제로 묶는 데에 중점을 두어 예술적 작품이 별로 없었으나, 2차대전 이후에는 우수한 작가가 많이 베출되었고, 아이히(Gunter Eich), 비케르트(Erwin Wickert), 후버(Heinz Huber)와 같은 작가가 가작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히르헤(Peter Hirche), 아이젠라이히(H.Eisenreich) 등의 신인들이 계속 등장했다. 독일 라디오 드라마의 특징은 대사 중심이며, 언어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데에 중점이 두어진다. 독일에 있어서의 라디오 드라마 청취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며, 이 점에 있어 2차대전 이후 사양의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유럽국가나 미국의 경우와는 대조적이다.
일본의 라디오 드라마
[편집]日本-radio drama
일본에 있어서도 초기 라디오 드라마의 과제는 연극과 영화란 기성예술을 어떻게 라디오화하는가에 있었으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라디오 예술로서의 라디오 드라마는 창조되어 갔다. 그러나 본격적인 라디오 작품을 창작함으로써 라디오 드라마를 본궤도에 올려 놓았던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 방송된 최초의 본격 작품은 영국의 리처드 휴즈의 <탄갱(Danger)>을 번역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1925년의 일이었다. 다음 해에 기쿠치(菊池寬)의 희곡 <아버지 돌아오다>를 각색한 것이 크게 호평을 받자 당시의 일류작가 12인에게 위촉하여 라디오 드라마를 쓰게 했다. 이때에 완성된 작품은 11편이며 이 작품들은 일본 라디오 드라마 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다. 그 뒤 신인작품을 응모하기 시작, 몇 사람의 유능한 작가를 발굴할 수 있었는데, 마후네(眞船豊)·가메야(龜屋原德)·모리모토(森本薰) 등이 이때 배출된 작가이며, 이론면에서는 와타(和田精)가 라디오 드라마 연출법에 관한 연구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2차대전 이후에는 상업방송이 시작되고, 이에 따라 청취자 획득을 고려한 연속방송극이 방송되기 시작했는데, 기쿠다(菊田一夫)의 <종이 울리는 언덕> <당신의 이름은>, 우치무라(內村直也)의 <에리코와 함께> 등은 공전의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한편 이와는 대조적인 경향의 것으로, 반주음악과 음향효과를 중시한 소위 본격 라디오 드라마는 공영방송인 N.H.K.의 '라디오 실험실'·'라디오 소극장'을 통해 발표되었다. 여기에 활약한 대표적인 작가로는 2차대전 전부터 작품을 써온 이이자와(飯澤匡)를 꼽을 수 있는 바, 그는 매 작품마다 새로운 형식을 도입한 사회성 있는 드라마를 잇따라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라디오 드라마도 1950년대 초기 텔레비전 드라마의 등장과 함께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현재는 N.H.K.에서 방송되는 단막극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라디오 드라마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