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전산부전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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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수에게 안내되어 들어간 여관은 고을서 살다가 얼마전에 이곳으로 반이 해온 집으로 고을살때엔 우리와는 자별히 지내든 분네였다. 이 집, 둘째 아들이 나보다는 나이가 어리지만 역시 나와는 어렸을쩍 부터의 친구였다. 그는 평양서 중학교를 나오자 가정형편이 뜻같지 않어서 이내 고향에 돌아와 군청에 취직하였었다. 고원으로 삼사년 다니다가 학업을 더 계속해 본다고 직업을 던지고 동경으로 가서 영어공부를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학비문제로 그것도 뜻때로 되지 않어서 일년미만에 귀향하야 두문불출하다가 평양부근 어느 시골서 가립학교 선생을 다녔고 거기서 그지방 출신의 규수와 결혼하여 소생까지 잇다는 말을 언젠가 귀성했을때에 들었던법 하다. 인제 결혼하고 자식까지 보았으니 어느 정거리 금용조합으로 직을 바꾸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렇게 직업을 몇차레씩 바꾸는 동안 이사람 저사람의 입에서 혹은 「한갓되지 않은 사람이라」 거니 혹은 「무어니 무어니 하여도 관공리가 제일인 가부지」라거니 하여 적지 않은 입씸에도 오르내리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였으나 나는 이런 소식을 번갈아 들을때마다, 자기 처지에 안재하지 않고 어떻게던 환경을 개조해 볼려고 애쓰는, 적지않이 능동적인 의욕을 바라보는것같애서 언제나 마음속으로 그에 대한 격려의 생각을 잊지는 안었다. 그랬더니 이번에 와사 들으니까 금융조합마저 집어치우고 의사시럼을 처서 일부가 거진 합격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러한 경력을 치른 여관집 둘째아들이 만주치부스를 달경이나 않고 지금 저 이집 여관 한방에서 정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그의 방에 안내되였을때 그는 자리에 누은채 독일어사전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서가에는 문학서적과 사회과학서적의 가운대에 상당한 분량의 의서가 끼어있었다. 봉발머리를 이르켜 세우고 피차간 사오년간 맛나지 못한 적조의 말을 천천히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동안의 자기의 지낸 경로를 한참동안 이야기 하든끝에 그는 이렇게 첨부하였다.

「환경의 힘이야. 사람을 지배하는 환경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나는 지내간 칠팔년안에 절실히 느꼈는데」

나는 아무 말도 건느지 못하였다.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공식쯤은 알(431페이지 마지막줄)

「중학교원정도의 야망이야 그리 허황하달것도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고 정도의 야망쪼차두 허락하려 않네그려. 환경의 힘이 어떤건지루 몰으구 얼렁 뚱땅 거리며 학생생활을 보낸자들두 중학교 영어 선생쯤은 누어서 떡먹듯 얻어하데만, 나같은 놈에겐 고맛 정도의 것이 하눌의 별따기 보다 힘이 들데. 동내 집어 던지고 말었지만 의사라면 일생 야부루는 지낸대두 먹을거나 자식을 중학교 보낼 교육비정도는 생길까 해서, ‥‥그래 처자를 모두 처가루 쫓구서 이 곤경을 겪네만 그게나 어떻게 바루 되겠는지 몰으지」

말을 여러번 끊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나는 그대로 덤덤히 앉었기가 무엇해서 객적은 수직인줄은 알지만 의술이란 옛날말로 인술인데, 생활이 보장되면서 얼마던지 좋은일 할수있는 그런 직업이 의학말고 그리 흔케 있깄는가, 이왕 마음을 돌릴려고 결심한 바엔 좋은것을 선택하였다고 격려의말을 몇마디 늘어 놓고 광산의 의료시설로 넌즛이 화제를 돌렸다. 이번에 일어난 광산의 사고에 대해서도 자연이 이야기가 옮아갔다. ―광산의 부속병원에는 의전 출신의 두 사람의 의사가 있는것과 병원시설로 본다면 제일일뿐 아니라 평양갖다 놓아도 별로 부꾸럽지 않게 설비해 놓았다는것과 그러나 사람의 생명이란 일종 신비스러운 물건이어서 의사의 기술이나 시설을 초월하는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이번 사고의 중상자들은 거개가 치명상이어서 오래지 않어 세상을 하직할것이라는것 등을 그는 들려주었다.

「병원, 오락장, 극장, 그런게 말하자면 광산의 자랑거리인데 제련소구경하구 돌아오는 길에 들려보지, 면장소개면 아마 웬만한덴 다 보여 줄테니까」

내가 광산구경을 간다고 일어서 나올때에 그는 그러한 말을 귀뜸해 주었다.

면장은 면사무소에 있었다. 그의 사위되는 내 종형의 이름을 부르고 내가 그의 종제하는 것을 말하여도 딱이 누군지는 물으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 어버지의 함자를 말하고 내가 그의 장남인것을 말하니까, 비로소,

「오, 그동안 서울가 있다더니 이번 상변에 오섰구만, 일전에 난두 잠깐 들렀다가 바뿐 일이 있어서 장례는 못보구 돌아 왔더니‥‥아아 요오꾸 이랏샤이 마시다」

하고 큰 소리로 떠들었다. 담배를 권하면서 저도 한가치 붙여 물고,

「신문이 모두 없어저서 타격이겠는데」

그런 소리도 하였다. 담배물쭈리를 한편 옆으로 치켜서 물고 안경낀 밑으로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