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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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로 하여금 날마다날마다 당신을 기다리게 합니다
해가 저물어 산 그림자가 촌집을 덮을 때에 나는 期約 없는 期待를 가지고 마을 숲 밖에 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를 몰고오는 아해들의 풀입피리는 제 소리에 목맺힘니다
먼 나무로 돌아가는 새들은 저녁 연기에 헤엄칩니다
숲들은 바람과의 遊戱를 그치고 잠잠히 섯습니다 그것은 나에게 同情하는 表象입니다
시내를 따라 구비친 모랫길이 어둠의 품에 안겨서 잠들 때에 나는 고요하고 아득한 하늘에 긴 한숨의 사라진 자취를 남기고 게으른 걸음으로 돌아옵니다
당신은 나로 하여금 날마다날마다 당신을 기다리게 합니다
어둠의 입이 黃昏의 엷은 빛을 삼킬 때에 나는 시름없이 문밖에 서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다시 오는 별들은 고운 눈으로 반가운 表情을 빛내면서 머리를 조아 다투어 인사합니다
풀 사이의 벌레들은 이상한 노래로 白晝의 모든 生命의 戰爭을 쉬게 하는 平和의 밤을 供養합니다
네모진 작은 못의 蓮잎 위에 발자취 소리를 내는 실없는 바람이 나를 嘲弄할 때에 나는 아득한 생각이 날카로운 怨望으로 化합니다

당신은 나로 하여금 날마다날마다 당신을 기다리게 합니다
一定한 步調로 걸어가는 私情없는 時間이 모든 希望을 채찍질하여 밤과 함께 돌아갈 때에 나는 쓸쓸한 잠자리에 누어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가슴 가운데의 低氣壓은 人生의 海岸에 暴風雨를 지어서 三千世界는 流失되었습니다
벗을 잃고 견디지 못하는 가엾은 잔나비는 情의 森林에서 저의 숨에 窒息되었습니다
宇宙와 人生의 根本問題를 解決하는 大哲學은 눈물의 三昧에 入定되었습니다
나의 「기다림」은 나를 찾다가 못 찾고 저의 自身까지 잃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