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태자/제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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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재[편집]

미륵은 하늘을 향하여 둘째 화살을 튀겼다. 살은 놀라서 나는 독수리를 향하고 꼿꼿이 날아 올라 간다. 독수리는 살을 피하려고 날던 방향을 돌리려 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미륵의 쏜 살은 독수리를 따라 올라 가 바로 그 해끄무레한 가슴패기를 뚫었다.

살에 맞은 독수리는 두어 길이나 더 솟더니 살에 달랴 너훌너훌 땅으로 떨어져 내려 왔다. 보던 사람들은 「우와!」하고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굴렀다.

『장사다!』

『참 잘 쏜다!』

하고 사람들은 미륵을 보고 혀를 찼다.

미륵은 활을 어깨에 메고 땅에 놓인 전통(箭筩)을 등에 지었다. 그리고는 시커먼 사람을 향하여,

『내 환도.』

하고 손을 내어 밀었다.

시커먼 사람이 머뭇머뭇하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속으로 밉게 생각하였으나 감히 무어라고 한 말을 하지 못하고 대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 속에서 얼굴 희고 키가 작달막한 젊은 사람 하나가 뛰어 나서면서 시커먼 사람더러,

『약조대로 그 환도를 이 아이에게 주시오.』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 소리에 다른 사람들도 기운을 얻어 환도 주어라 하고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이 바람에 그 시커먼 사람은 하릴없이 환도를 미륵에게 주었다.

미륵은 환도를 받는 길로 칼날을 쭉 뽑았다. 그것은 서리 모양으로 햇빛에 뻔쩍하며 푸른 무지개가 뻗치었다. 미륵은 막대기 칼 둘러 보던 법대로 그 크고 무거운 칼을 한번 둘러 보았다. 사람들은 「에쿠에쿠」하고 물러섰다. 미륵은 아주 마마에 흡족하여 칼을 집에 도로 꽂아 한번 만져 보고 허리에 둘러 찼다.

시커먼 사람더러 환도를 주라고 호령하던 얼굴 희고 키 작은 젊은 사람은 미륵의 등을 만지면서 무수히 칭찬 한 후에,

『네 성명은 무엇이고 집은 어디냐?』

하고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미륵의 성명과 사는 곳을 알고 싶어서 귀를 기울였다.

미륵은 성명이 없었다. 자기가 경문왕의 아들이라 하면 자기의 성은 김가다. 그러나 자기는 김가 성을 말할 수가 없는 줄을 안다. 또 그때에는 성 있는 삼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잇기 때문에 구태여 성을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미륵은,

『나는 성명도 없고 집도 없어요.』

하고 대답을 하였다. 사람들은 이 대답에 놀랐다.

『신인(神人)이다』

하고 의심하고 탄식하는 이도 있었다.

그 얼굴 흰 젊은 사라마이 이윽히 미륵의 얼굴을 보더니,

『귀가 대단히 크다.』

하고 고개를 기웃기웃하고 나서,

『네가 활을 잘 쏘니 활이라고 이름을 짓자.』

한다. 다른 사람들도 미륵의 귀가 큰 것을 보고 또 활이라는 이름이 좋은 줄로 생각하였다. 미륵도 속으로 활궁 자를 생각하였다. 이리하여 미륵은 후일에 궁예(弓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조그마한 미륵이가 활을 메고 전통을 지고 환도를 찬 모양은 기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웃을 생각은 아니하고 칭찬하기를 마지 아니하였다.

서울에는 각처에서 인산 구경하러 올라 온 사람들이 가뜩 차서 이십만호, 백만 인구가 산다는 서울은 이때에는 온 나라 사람이 다 모여 든 것 같이 북쩍 북쩍하였다. 한 입 건너 두 입 건너 미륵의 말이 온 장안에 퍼지었다.

애꾸눈이 아이만 보면「활이 활이」하고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 때문에 미륵이는 서울에 들어 오는 길로 서산촌(西山村) 백면 국선(白面 國仙)의 집에 숨어 있었다.

백면 국선은 곧 수리재에서 시커먼 사람더러 미륵에게 환도를 주라고 호령을 하던 사람이다 . 그는 어떠한 사람인지 알 수 없으나 동네 사람들이 백면 국선이라고 부르고서 김 유신 대각산(金庾信大角干) 무덤 밑 조그마한 집에 살았다.

제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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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