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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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辯護士의 推理[오변호사의 추리][편집]

××일보 기자 정대호와 은몽과의 회견기를 읽고 과연 유불란 탐정이 분개를 느끼었는지 어쩐지는 알바가 없으나 하옇든 그런 기사가 게재된 이튿날, 금강산 온정리에서 유불란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간단한 글이 ××일보사 사회부에 도착되었다.

홍의의 악마 ── 그는 세상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나 더 무서운 존재다. 이 복수사건의 배후에는 실로 형용할 수 없는 커다란 두려움이 잠재해 있는 것 같다. 만일 나의 상상이 틀림이 없다면 지금까지 발생한 사건은 말하자면 조그마한 서곡(序曲)에 지나지 않는다.

공작부인이 말한바와 같이 나는 사실 그 놈을 두려워 마지 않는다. 그 놈은 나보다 몇 갑절이나 더 비상한 힘과 재주를 가진자다. 그러나 나는 내가 가진바 모든 힘을 다하여 홍의 복수귀와 더불어 끝까지 싸우리라는 것을 칠십 만 시민제군 앞에 맹세하노라! 시민제군은 나의 성공을 빌어주기를 바라는 바다. 유불란 유탐정의 이 성명서가 한번 지상에 발표되자 세상은 다시 새로운 흥미에 끌려 들기 시작하였다.

유불란과 해월이! 그렇다! 이 호적수(好敵手)의 두 거인(巨人)사이에는 과연 어떠한 투쟁이 일어날 것인가?…… 용호상박(龍虎相搏)의 처참한 광경이 머지않아 독자제군 앞에 벌어질 것이다.

그것은 하옇든 필자는 여기서 잠깐 붓끝을 돌려, 독자제군의 머리를 어지럽게 한 이 복잡다단한 사건을 절반 이상이나 단순화시킨 한개의 명논문(名論文)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유탐정의 성명서가 ××일보 지상에 발표된지 사흘만의 일이었다. 전부터 ××일보와 대립상태에 있는 △△일보는 돌연 라는 제목으로 변호사 오상억씨의 논문을 사흘동안이나 계속하여 게재하였다.

백영호씨의 고문변호사 오상억이라면 여러분도 아시다싶이 정란에게 실연을 당한 청년신사로서 명석한 두뇌와 능란한 수완으로써 법조계에 명성이 높은 사람이며 「그리샤」형의 조각처럼 표정이 없는 단아한 얼굴은 아직까지 여러분의 기억에 남아 있을 줄로 믿는다.

이 오상억 변호사의 논문은 실로 경탄할 만한 두뇌의 소유자가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사실을 여지없이 적발하였던 것이다. 사람들의 흥미는 또 다시 오상억으로 옮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 오변호사가 그의 치밀한 두뇌를 구사하여 짜아낸 명논문이란 대체 어떤것인가? 필자는 이제부터 그 논문을 소개하여 독자 제씨와 더불어 다시 한번 놀라보고자 하노라.

△△일보사 편집국장!

소생이 이 귀중한 원고를 귀신문사에 보내는 이유는 이 원고의 게재로 말미암아 △△일보가 순식간에 적어도 삼만부는 더 팔리리라는 그런 이해타산으로 나온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 두는 바입니다. 소생은 단지 ××일보가 유불란 탐정의 성명서를 싣고 떠들어 댄다는 것이 약간 소생의 비위를 거슬렸을 따름이요, 그 외엔 아무런 이유도 없읍니다.

편집국장! 소생은 일개의 법률가, 감히 문필을 논하여 사람을 감동시킬 문제는 갖지 못했아오나 다만 소생이 말하고자 하는 본의만을 이해하여 주신다면 감사 하겠읍니다.

서울장안은, 아니 전조선은 지금 바야흐로 저 정체모를 무서운 복수귀의 잔인한 칼날아래서 몸서리치고 있읍니다. 광란의 칼날로부터 공작부인을 구할 자는 대체 누구인가? 사람들은 명탐정 유불란씨의 출마를 고대하여 마지 악마의 정체?

않습니다 그러나 유불란 . 탐정이 과연 저 홍의의 악마와 적수가 될는지……

나는 이제부터 사람들이 예상치도 못했던 실로 의외의 사실을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소생은 이 사건에서 실로 의외의 사실을 하나 발견했읍니다. 이 한가지 사실로 말미암아 사건 전체가 실로 어지러울만치 복잡성을 띄게된 결과를 맺었다는 것을 먼저 이야기해 둡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건전체를 처음부터 재 검토해 불 필요를 느끼는 바이며 따라서 간갈적(間渴的)으로 발생된 몇 가지 사건을 하나하나씩 음미해 보는 한편, 그 사건과 사건 사이에 어떠한 관련성이 숨어있는가를 다시 한번 냉정히 검토해 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읍니다. 그러자면 소생은 편집국장 이하 수 백만 독자의 기억을 새봅히기 위하여 이 사건에 등장하는 중요 인물을 먼저 열거해 보고자 합니다.

1, 주은몽(백영호씨의 부인) 2, 백영호씨(주은몽의 남편) 3, 백남수(백영호씨의 아들) 4, 백정란(백영호씨의 딸) 5. 김수일(주은몽의 애인) 6, 이선배(김수일의 동무) 7, 해월(홍의의 복수귀) 8, 문학수(백정란의 약혼자) 9, 오상억(백영호씨의 고문변호사인 필자 자신) 10, 유불란(탐정) 11, 황세민(폐교에 임한 혜전(惠專)교장 ──) 12, 임경부(××서 사법주임) 이상 열기한바 열 두명이 직접으로나 간접으로나 이 사건에 다소나마 관계를 가진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읍니다.

그러나 이상 열 두명 가운데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 보는 인물은 두말 할 것 없이 해월이와 김수일과 이선배입니다. 이 세사람의 정체가 판명된다면 이 사건은 결국 무사히 해결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김수일이란? 이 선배란, 그리고 해월이란 대체 어떤 인물이며 그들 사이에는 과연 어떠한 관계가 잠재해 있는가?

편집국장!

소생이 지금 이처럼 붓대를 들고 거친 문장을 논하는데는 이 수상한 세 사람 가운데서 김수일이란 인물과 이선배란 인물의 정체를 발견한 때문입니다 귀하는 좋건싫건 . 소생과 더불어 이 사건의 맨 첫 장면 ── 명수대 공작 부인인 가장무도회로부터 탈출해 버린 자칭화가 이 선배 ── 「씰크햇 트」를 쓰고 「택시 ─ 도우」를 입고 「모노클」을 쓰고 수염을 붙인 이 선배와 경찰관들 사이에 벌어진 일대 추격전이 일어났던 광경을 다시 한번 회고해 보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한강인도교 입구에서 지나가는 빈 자동차를 잡아 탄 이선배를 경찰들은

「오토 ─ 바이」로 경성역전을 거쳐 남대문을 지나 마침내 태평동까지 추적해 왔읍니다. 그때 경찰들의 맹렬한 추격에 못견디어 이선배는 하는 수 없이 자동차를 버리고 왼편 막다른 골목으로 뛰어 들었다는 것을 기억하실 줄 압니다. 그리고 그 길이 막다른 골목인줄 안 순사부장 박태일군은 포대 속에 든 쥐로만 알고 부하들을 격려해 가면서 수상한 신사 이선배를 따랐읍니다. 편집 국장! 귀하도 기억하실 줄 알고 있읍니다만, 이 막다른 골목은 양편이 모두 두길이나 되는 「세멘트」담장, 제아무리 난다 긴다하는 재주를 가졌다할지라도 귀신이 아니고 사람인 이상 순식간에 그것을 넘었으리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읍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선배는 거기서 마치 땅으로 꺼진 듯이 자취를 감추어 버리지 않았읍니까. 그것은 불가능한 사실 ── 현대과학으로는 도저히 해결하지 못할 한개의 커다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읍니다. 더구나 때 마침 저 편에서 「노오타이」에 「와이샤스」바람으로 휘파람을 불면서 한가히 걸어오던 산보객도 그런 수상한 인물은 전혀 본적이 없노라고 단언하였읍니다. 더구나 그 산보객이 오른편 양옥집 주인 유불란씨인 줄을 안 박태일부장은 이 마술사의 수수께끼를 어떻게 해결하여야만 되겠느냐고 유불란 씨에게 물었던 것입니다. 그 때 유불란씨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읍니다.

『유선생은 과학을 믿습니까?』

하고 묻는 박태일부장의 물음에 유불란씨는 뭐라고 대답하였읍니까.

『나는 무엇보다도 과학을 사랑한다.』

『그러면 사람의 힘으로 두길이나 되는 이 돌담을 눈 깜박할 사이에 넘을 수 있을까요?』

『못 넘는다.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그는 유령입니까?』

『유령이 걸어 다니는 것을 군은 보았는가?』

하고 「샬록 ‧ 홈즈」처럼 하루 아침에 담배를 열갑이나 피우고 커피를 스무 잔이나 마시면서 생각하면 유령 이선배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릴 것이라고 대답하였읍니다.

편집국장!

유령이 아닌 이선배는 유불란씨의 말대로 물론 양쪽 돌담을 넘지도 못했을 것이며 땅으로 꺼지지도 못했을 것이며 하늘로 날지도 못했을 것이 분명하지 않읍니까.

그러면 이 선배는 대체 어찌 되었느냐? 하는 귀하의 질문에 소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그는 한개의 인간으로서의 행동을 취했을 따름이라고.

편집국장! 소생은 결코 탐정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탐정소설에서 유명한 탐정이 『모 ─ 든 불가능사를 제하고 남는 것이 즉 그 수수께끼의 해결이라』 ── 는 말을 귀에 담은 적이 있읍니다.

(謎一不可能事〓解答[미일불가능사 해답]) 그러면 이 선배는 어떻나 행동을 취하였던가?

경찰에게 쫓기어 막다른 골목으로 뛰어든 이선배는 담도 넘지 않고 땅으로 꺼지지도 않고 하늘로 올라가지도 않고 디귿(ㄷ)자 모양으로 생긴 골목을 돌아 뛰어 들어 갔읍니다. 그리고 그는 사람입니다. 사람인 이상 필연적으로 저 편으로부터 이리로 걸어오던 유불란씨와 마주쳤읍니다. 유불란씨 자신의 말과 같이 그가 잠자면서 길을 걷는 습관을 가지지 않은 이상 그는 필연적으로 이선배를 보았을 겁니다! 보았을 것입니다! 보았읍니다!

편집국장…… 아니 수백만 독자제군이여! 이것이 현대과학이 우리들에게 주는 유일한 대답입니다.

『유탐정은 그러면 거짓말을 하였던가?』

하는 의문이 독자 여러분을 붙들고 놓아 줄줄을 모를 겁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유탐정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읍니다.

그는 『이선배를 본적이 없다.』는 제일의 거짓말을 『나는 무엇보다도 과학을 사랑한다.』는 제이의 참말로서 부정하였을 따름입니다.

그러면 유불란씨는 대체 무슨 이유로 ── 이선배와 어떠한 밀접한 관계가 있기로 그를 옹호하지 않으면 안되었는가? 하는 의문이 또 다시 여러분을 붙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유불란씨와 이선배 사이에는 실로 뗄래야 뗄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숨어 있었읍니다. 어째 그러냐? 유불란씨와 이선배는 동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태평동 큰거리에서 자동차를 버린 이선배는 ── 아니 유불란씨는 조그만 여유가 있으면 자기집으로 뛰어 들어갈 셈으로 정문 앞까지 달음박질을 쳤읍니다만은 그러나 그 때는 벌써 경찰관들의 시선이 자기 등골위에 집중한 때라, 그대로 지나서 돌담를 돌아서면서 이 난관을 어떻게 피할까를 생각했읍니다 임기응변 . (臨機應變)의 술이 능한 그라, 다음 모퉁이를 또 한번 돌아서서 경찰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그는 비조처럼 빠른 솜씨로 「씰크햇트」

와 단장과 장갑, 얼굴에서 붙였던 수염과 「모노클」그리고 「칼라」와

「넥타이」와 「택시 ─ 도우」를 하나씩 하나씩 자기집 담장 안으로 던져 버린 후에 이번에는 발길을 돌리어 휘파람을 불면서 산보하기를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므로서 마치 마술사 처럼 보이던 이선배에 데한 신비의 껍질은 조금도 ( )( )연한 점이 없이 벗겨졌다고 볼 수 있읍니다.

독자제씨여!

이리하여 이선배의 수상한 행동은 과학적으로 충분한 설명을 보았읍니다.

이선배와 유불란씨가 동일한 인물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폭로 되었읍니다.

이 점에서 관해서는 필자보다도 유불란씨 댁에 있는 젊은 서생의 변명이 한층 더 정확하게 증명하였읍니다.

그것은 유불란씨에 대해서는 매우 미안한 바이오나 요즘 유씨가 여행을 떠나고 집에 없는 것을 기화로 여기고 필자는 태평동 유씨댁을 방문하여 젊은 서생에게 지나간 사월 초 열흘에 ── 다시 말하면 공작부인의 저택에서 가장 무도회가 열린 날밤, 유씨가 집에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물었더니만 그는 그 때 확실히 자기 주인이 서재에서 독서를 하고 있었다고 극력으로 변명하였읍니다마는 그는 한편으로 자기 주인은 절대로 「와이샤츠」바람으로 산보하는 버릇을 가지지 않았다고 역시 극력으로 역설을 하였읍니다.

이것을 보면 이 젊은 서생도 자기 주인을 본받아 제일의 거짓말을 제이의 참말로써 부정하는 논법을 배운 듯 싶읍니다.

뿐만아니라, 공작부인이 화장실 삼면경 앞에서 도화역자의 칼을 어깨에 받고 쓸어졌을 때 이선배는 어떠한 행동을 취했는가? 그는 그러한 급박한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수건을 쥐고 칼을 뽑았읍니다. 그것은 도저히 보통 인간으로서는 취하지 못할 행동이었으나 그가 명탐정 유불란씨라고 생각할 때 그 부자연한 행동이 역시 자연스럽게 설명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체 어떻게 되는가? 이선배란 화가가 곧 유불란 그 사람이라는 논법을 좀더 진행시켜 볼 때 거기에는 또 다시 여러가지 의혹이 뭉게뭉게 떠오를 겁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선배는 ── 아니 유불란씨는 결코 그날 밤 공작부인의 저택을 처음 들어선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을 짓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는 공작부인의 고함치는 소리를 듣고 누구보다도 먼저 화장실로 뛰어 갔읍니다. 뿐만아니라 그는 이층 서재에 전화가 있으니 속히 경찰을 불러 달라는 명령을 하지 않았읍니까.

그렇습니다 그는 공작부인의 ! 저택을 여러번 드나든 사람입니다. 공작 부인의 화장실에 까지 드나든 적이 있는 그러한 친분을 공작부인과 더불어 가지고 있는 사람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공작 부인은 아직까지 유불란씨와 한번도 대면 한 적이 없다고 단언하지 않는가!

이 모순된 논리의 방향은 대관절 어디다 구하여만 될 것입니까?…… 그러면 공작부인이 거짓말을 했는가? 무슨 이유로? 아닙니다! 부인에게는 그런 허위의 증언을 감히 할 아무런 조건도 없읍니다.

편집국장 이하, 이 글을 읽어 주시는 수 백만 독자제씨여! 앞이 꽉 막힌 이 논리의 방향을 개척하고자 필자는 기상천외한 공상을 한 가지 하여 보았읍니다. 이런 공상의 몇 분지 일이 사실과 합치 될는지, 그것은 후일 유불란씨 자신의 입으로 증명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은 그것은 하옇든 필자의 대담스러운 공상은 다음과 같은 의혹에서부터 출발하였읍니다.

『── 공작부인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 있는 유불란! 그러나 그 유불란을 공작부인은 모른다?』

그렇다! 이것은 확실히 한개의 모순된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순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므로서 충분히 해결될 것입니다. 유불란씨는 화장실에 쓰러진 공작부인을 그의 남편인 백영호씨가 그 옆에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몸소 부인을 안고 침실로 옮겨 뉘였읍니다. 그 때의 유씨의 얼굴 ── 그것은 부인의 아품(痛[통])을 자기 자신의 아품과 같이 느끼는 그의 얼굴을 필자는 기억하고 있읍니다. 친우(김수일)의 애인에 대하는 태도라기 보다도 자기 자신의 애인에 대하는 태도라고 보는 것이 한층 더 어울리는 얼굴이 아니었던가!

『김수일과 유불란을 역시 동일한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가?』

『유불란과 김수일은 같은 인물! ──』

그렇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므로서 쌓옇던 모든 의문을 논리적으로 풀어 나갈 수가 있읍니다. 다시 말하면 공작부인은 화가 김수일이란 가명을 가진 유불란씨와 교제를 맺어왔다고 상상할 수가 있읍니다. 처음 이와같은 상상이 나의 뇌리를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갈 때, 나는 나의 이 너무나 탐정적인 공상을 픽하고 웃었읍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고 날이 갈수록 나의 공상은 점점 근거있는 한개의 사실로 변모(變貌)해감을 어찌할 수가 없었읍니다.

공작부인의 진술에 의하면 작년 가을 ×××씨 개인전람회에서 비로소 김수일이란 화가를 알았다고 합니다. 그 때 유불란씨는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지금 갑자기 추측하기 어려우나 하옇든 그 때 유씨는 자기 자신을 화가 김수일이란 가명으로써 공작부인께 소개하였읍니다. 공작부인은 단 한번 본 김수일에게 남모를 연정을 품기 시작했읍니다. 그리고 역시 어떠한 이유에선지는 알 수 없으되 유씨는 태평동 자기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린정

「중앙 ‧ 아파 ─ 트」를 숙소로 정하고 거기서 공작부인을 수차 만났읍니다.

이리하여 김수일이란 가명을 가진 유불란씨와 공작부인 사이에는 제 삼자라도 가히 추측할만한 정도의 애정이 오고 가고 하였읍니다. 그러나 임자 있는 몸이라 공작부인은 자기의 연연한 감정을 억제하여 예술의 「파트너」요 일생의 은인인 백영호씨와의 약혼을 굳센 의지력으로서 실행하고자 하던 그 즈음 ── 약혼자의 탄생을 호화롭게 축하하고자 하는 늙은 백영호씨의 의향을 달갑게 받은 공작부인은 드디어 조선서는 보기드문 가장무도회를 열게 되었던 것입니다.

필자는 지금 그 때의 유불란씨가 얼마나 오뇌하였으며 얼마나 번민 했는가를 마치 눈으로 보는 것 같읍니다.

「중앙 ‧ 아파 ─ 트」로 무도회의 초대장이 날아왔을 때, 유씨는 대체 무엇을 생각했는가? 그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공작부인의 마음을 돌려 보려고 결심하였읍니다.

그러나 그가 한가지 우려한 것은 자기의 얼굴을 그대로 무도회에 가지고 간다면 거기 출석한 손님 가운데는 반드시 자기를 유불란으로서 대할 사람이 있으리라, 김수일이란 가면은 공작부인의 목전에서 벗겨질 것을 두러워 하였을 겁니다.

세상이 모두 아다싶이 유불란씨의 가장술이 얼마나 능하며 그의 성대모사(聲帶模寫)에 대한 조예가 얼마나 깊은지는 여러분이 한번 그의 서재를 방문하여 가장술과 의성학(擬聲學)에 관한 산떼미같은 서적과 수 백종에 달하는 가장품의 진렬을 견학 하신다면 넉넉히 짐작하실 줄 믿읍니다.

이리하여 마치 「루팡」을 모방한, 이선배라는 가짜 화가가 가장무도회에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는 공작부인을 「발코니 ─」로 데리고 나가서 그 공교로운 성대모사를 빌어 친우 김수일군의 유린된 순정과 암흑같은 장래를 호소하였읍니다. 그러나 마침내 공작부인의 의향을 돌릴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그는 『수일군은 영원히 당신의 눈앞으로부터 자취를 감추리라.』 ── 는 의미의 말을 전하였읍니다.

편집국장! 이상과 같이 생각해보면 유씨가 그날 밤 취한 수상한 행동에 관한 여러가지 의문이 해결될 것이며 경찰 일행이 도착하기 바로 전에 무도회를 탈출한 이유도 설명될 것입니다. 전부터 안면이 있는 ××서 사법주임 임경부는 공작부인의 눈앞에서 이 수상한 신사의 가면을 벗겨 그것이 유불란씨란 것을 발견하고 놀랄것을 미리 짐작하였던 때문이 아니었던가요.

일인 삼역 유불란 ── , 김수일, 이선배에 대한 비밀은 이리하여 논리적으로 해결을 지었읍니다. 그러나 대체 무슨 이유로 김수일이란 가명을 가지고 공작부인과 교제를 하였던가? 그것은 언젠가 유씨 자신이 설명할 때를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