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번역시집/깁슨
- 路上[노상]
- W • W • 깁슨
人物
류벤 • 애플비 …… 職業[직업]잃은 젊은 勞動者[노동자]
쩨시 • 애플비 …… 그의 안해
피—터닉슨 …… 돌깨는 勞動者
류—벤 • 애플비와 그의안해가 한길가 울밑에 앉았다
류—벤은 빵과 치—스를먹고 쩨시는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류벤] 「장가를 들었어!」
찬찬이 나를 들여다보며 그자가 하는말이
「자네같은 어린사람이!」
나는 공손이 대답하기를
「그리 어린것도 아닙니다
열아홉이 벌서 났읍니다」
「열아홉!」 그러며 그자가 웃습데다
「자네가 남편이고 먹여살릴 여편네가있어
마누라가 있다니 한집을 거느린셈일세나!」
「어린애도 하나있답니다」
「애기! 자네가 아직 바로애긴데
무슨 권리로 장가를 들었다
그래 할수없는 새끼하나를
세상구경을 시켜가지고
굶주리다 비럭질하다 도적질을 하게하나?」
이말을 마치고는 자기어린애 손을잡고
저편으로 가버리데나
받은돈으로 그녀석 뒤통수를 갈기고싶데마는
벌써 얻은돈이고
그리고 배는 곺으고
그리고 임자가 주린줄도알고
어린애는 우유를 얻어먹여야 할것이니.
「무슨權利[권리]」라
팽게를처서 그저……………………
[쩨시] 그러면 우리애기 목숨을
팽게친셈이되게
[류벤] 아 • 여보 나도 그생각에,
그리고 임자를생각고 그만두었다오
그래 그十錢[십전]짜리를 집어서
빵하고 치—스하고 우유를 샀오그려
[쩨시] 때맞훠서 가지고왔기에 말이지
애기는 울다지처서 잠이 들었는데
안고있어도 햇슥해저서 꼼짝않고
나는 놀랬드라우
[류벤] 배도 무척 고팠으리라, 임자.
[쩨시] 아조 죽을번 했어
애기를 안어줄 힘이나 있어야지
애기는 가볍지마는
말라서 가볍지마는
나려놓으면 우름이 터지고,
참아 견딜수가 없어서……
[류벤] 애기는 인저 아무러치도 않소
물고기같이 꼴딱꼴딱 마시네나
우유를 먹으면 돌우 살이 오르지
헌데 임자는 아무것도 아니먹소
[쩨시] 못먹겠어
[류벤] 못먹긴 웨?
[쩨시] 지금은 못먹겠어
[류벤] 쩨시! 먹어야 돼
배가고파 아조 죽으리다.
[쩨시] 지금은 배도 고프잖고
거저 고달퍼서.
아마 넘우걸어서…
[류벤] 무슨 권리로 내가 장가를 들어!
저는 무슨 권리로
저도 계집과 자식을 가진놈이
날다려 그따위 수작을 한담
그놈의 돈을 팽개쳐서……!
[쩨시] 아니 임자 그런사람 생각을 해서
부대 속을 석이지 말우
임자더러 아무런 말을 했기로서니
인제 다 지난 일이고
애기는 배가 불르쟎았소
[류벤] 그자의 돈으로 우유를 샀지
그리고 빵하고 치—스까지
[쩨시] 그래도 맛은 있지 않읍데까
임자도 맛있게 먹는구려
[류벤] 그야 좋긴 좋아
그러나 무슨 음식이고
굼주린 끝에는 맛이 있는게야
그뿐이라 앨써 얻은것이고
[쩨시] 임자가 앨써 얻은것인데
웨 그걸 그사람 돈이라고 하오
[류벤] 그야 그렇지 임자
그런데 아무것도 안먹어
[쩨시] 안먹혀요
[류벤] 어디 참 될말인가 어제 우리 모양으로
배속에 든것이란 조곰 없이
왼종일 투벅거려 길을 것고
그래 밤이 들어서는
집벼늘 아래 은신을 하다니
들어누어 이러저런 생각만―
넘우 춥고 곤해서 잠은 안들고―
거저 누어 생각만―
내일이나 되면
무슨 먹을것 마실것이 생길까 하고
우리 잠ㅅ자리삼은 풀이라도 먹는
짐생들 신세를 외려 부러워 하면서
그러치만 어려운 길을 것고나서는
누워 쉬는것이 제일이야
임자도 매우 단단하지
꽤 기운있게 어려운 길을 걸었지
[쩨시] 그렇지만 꺽구러질번도 했어요
밤되기 전에 애기를 우유얻어먹일 생각이 아니드면
[류벤] 불상한 애기!
하로종일 울어서
내 옷소매가 눈물에 착실이 젖었댔어
[쩨시] 어렵고 먼길이어
[류벤] 가난한 사람의 가야할 길은
어렵고 먼 길이라오
[쩨시] 참말, 그러고 끝은
[류벤] 끝이오?
끝이 어댄줄이야 누가 아오
(한참 있다가)
여보, 아까 그이 말이 옳소
나는 결혼할 권리가 없댔오
안해를 얻고 아이를 낳을 권리가
[쩨시] 그건 또 무슨 소리오
여보 당신은 내가 싫어졌나보오
[류벤] 아니 여보 그럴리야……
그렇지만 그이 말이 옳소
전에 나는 그렇듯이 생각을 해본일이 없오
이런 생각을 앞으로 해볼리도 없오
그이 말이 아니드면……
나는 생각이 모자랐어.
그러나 이제 보면!
나는 결혼할 권리도 없댔어
또 아이를 낳을……
[쩨시] 당신 아이를 사랑하잖소?
[류벤] 사랑이라니……
그애가 굶주리는것을 볼수가 없오.
나는 권리가 없댔어……
그렇지만 우리가 결혼할때는
무엇이 모도 이렇지는 않았어 쩨시.
나는 每週[매주] 받는삯이 있어
먹고 살만은 했고
안해를 얻어 살만도 하고
우리는 둘이 한집에서 행복스리 살았오
여보 그렇지 않았오?
[쩨시] 참말 행복스렀어! 류—벤
[류벤] 거기다 아이가 생겨서
우리는 더욱 행복스렀지.
이걸 미리 아는수야 누가 있오?
나쁜 시절이 앞에 닥쳐와서
할일이 차차 줄고
공장이 모도 문을 닫고
우리는 집도 뭣도 없이 몰려나서
할일이라고는
이렇게 먼길을 걸어서
다른데가 일자리를 구하는수밖에
일자리 찾기도 여간 오래요……
정말 그이말이 옳아……
내가 무슨 권리로……
[쩨시] 여보 류—벤 어리석은 소리 마오
굶어서 당신은 정신이 흐린가 보오
배속이 비면 머리속도 빈답데다.
쓸데없는 소리는 돈있는 사람들게 맡겨두지
가난한 사람이야 어디 그럴틈이 있오?
그리고 그런 빈 소리가 나는 듯기 싫소
[류벤] 아니 여보, 이게 웨 빈 소리요?
참말이오, 괴로운 참말이오
우리는 길 우에서 살지 않소
나하고 굶주린 안해하고 아기하고
그런데 그게 참말이 아니오?
[쩨시] 아니오 여보 여길 보오
아기는 우유를 다 먹고
아조 단잠이 들었오.
[류벤] 허나 당신은 병이 났오
[쪠시] 병?
아니 나는 아무렇지도 않소
[류벤] 아니 당신은 병이나서 먹지를 못하오
[쩨시] 거저 고단해서 그렇지오
이제 당신이 먹다 좀 남겨 주면
나도 곳 먹으리다.
보오 이렇게 잘 먹지
[류벤] 나는 권리가 없댔어……
[쪠시]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류벤] 그거야 새삼스리……
[쩨시] 누가 아오
당신 말이 하도 이상하니
장가들 권리가 없다는둥……
그럼 왜 나와 결혼을 했소?
[류벤] 그렇지 아니할수가 없어서
임자 없이 살아갈수가 있었나.
생각은 미처 않했지……
생각을 할수있나 그렇게 임자때메 정신이 없을땐데
[쩨시] 그래도 권리가 없소?
[류벤] 권리! 권리란 생각을 어찌 해보오?
나는 당신 생각밖에 없댔오 여보
참말 나는 생각이란 아니했오
거저 알았지
당신이 있어야 나는 산다고
[쩨시] 당신은 나를 사랑했지오……
그런데, 사랑이 권리가 못되오?
무슨 권리가 따로 있오?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 실증이 났오
안해와 아들에?
불상한 아기야
인저 아버지는 우리를 사랑치 않는단다
[류벤] 아니 여보 새삼스런 소리를……
(피터닉슨, 노역에 마르고 허리굽은 中年[중년]이나된 사내
그길로 천천이 걸어온다
돌부시는 마치를 어깨에 메고.
류—벤과 쩨시를 지나다 얼핏 본다
머뭇거리다 돌처서서 둘에게로 온다)
[피터] 여보, 두분 아침이 좋소!
당신은 혹시 일ㅅ자리를 구하지 않소?
그럼! 저기 저 건너 돌깨는데가 있소
나는 지금 마악 갈려는 길인데
그러나 나는 늙은 사람이고
또 좀 게을러서.
당신은 아주 젊은 양반이고
일을 꺼리지는 않겠오
일군은 손을 보면 대강 알지오
저일을 하면 여보, 젊은이
한 쉴링(五十錢[오십전])이 생기오
사람이 먹고 살려면 돌깨기보다 더 어려운일이 하고 많소
당신이 일을 하면
나는 그동안 잠을 한숨 둘르고 싶소
혹시 한나잘 내리 잘지도 모르겠오
내야 늙고 게으른 놈이래서.
무어 그렇지만 고마워할것은 없오
나는 늙은 사람이고
안해도 어린것도 없오
그러하니 그품싻이 꼭 있어야 할것도 아니오
그러나 당신은 젊은터고
그것을 벌어야 되지 않소
나는 곁에 앉아서 당신을 시키고
당신 일하는 구경이나 하겠오
늙고 게으른 사람이 돼서
남 일하는데 구경하는것이 재미요
어쩌면 잠간 눈을 붙힐터이지마는
내가 아조 자는줄 알았다는
당신 아주 혼이 나리다.
걱정마오! 벌이를 시켜 드릴테니
그돈을 벌려면
당신도 땀을 흘려야 되지오,
넘우 몸을 애껴서, 점잖아서
일을하기 싫은것만 아니면
그러챦지?
자! 돌 무더미는 저기
저 돌아가는 모통이오
아! 애기 참 에뿌다
나는 어린것이 없오 부인.
위해서 쓸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늙은 사람이 돈이 있기로 무얼하오
게으르고 아무 쓸데없고 고적한 늙은이가?
(그는 두사람을 데리고 그길 구비를 돌아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