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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철 번역시집/사라 티스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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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 티—ᅅᅳ데일 시초(詩抄)

사라 • 티—ᅅᅳ데일이 자살을 하였다 한다, 그 원인이라던가를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그의 시를 어디선지 모르게 책상머리에 날아 들어온 꽃 잎사귀를 사랑하듯,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적지 않게 슬픈 소식이었다. 이 기회에 그의 시 몇 편을 번역해서 그의 시를 사랑하는 동무를 조금이라도 느리어 볼가하고, 또 그의 경력을 간략히 적기로 한다,

티—ᅅᅳ데일은 천구백십년대의 미국 시의 융성 시대에 활동한 여인의 한 사람이다. 그는 4년(四年) 8(八)월8(八)일 미국 미소리주 쎈트 • 루이스에 그리 한미하지 아니한 가정에 태여났다.

어렸을 적부터 몸이 약해서 학교에 가지 아니하고 가정에서 교육을 받았다. 나종에 호스머 • 홀이라는 중등 정도 학교를 마쳤으나 역시 몸이 약한 탓으로 학교 교육을 더 받지는 아니하고 전혀 독서에 의해서 그의 교양을 넓혔다. 1905년(一九○五年)에 처음으로 구라파 여행의 길에 올라 히랍 애급까지를 다녀오고 그 뒤에도 국내와 국외에 여행을 많이 하였다. 1914년(一九一四年)에 국제무역학(國際貿易學)의 권위인 ᅋᅵᆯ싱거 씨와 결혼하고 뉴욕에 집을 정하였으나 역시 여행을 즐겨 하였다. 아이가 둘이 있는데 수 년 전에 이혼을 하였다 한다.

일찍부터 시를 좋아하였으나 특별히 영국의 여시인 크리스티나 • 로티의 시의 영향을 많이 입었다 한다. 1907년(一九○七年)에 첫 시집을 발행하고 「바다로 가는 강」(1915년(一九一五年)), 「불꽃과 그림자」(1920년(一九二○年)) 등 시집 다섯 권과 여사의 연애 서정시 백편을 모아 「화응(和應)」이라는 시집을 내였다. 1911년(一九一一年)과 1918년(一九一八年)의 두 번 콜럼비아 대학 시상(詩賞)을 받고 1916년(一九一六年)에 아메리카 시협회상(詩協會賞)을 받았다.

그는 사랑과 슬픔의 올과 날로 세상 아닌 비단을 쌓는 직녀다. 그의 시에는 때 아닌 바람에 꺾인 꽃의 하소연 그윽한 애무를 기다리는 듯한 곡조가 있다. 그의 시는 모도가 간략한 꾸밈 없는 말과 정제된 짧은 시형 가운대 사랑을, 사랑의 슬픔을, 사랑의 조심스런 기쁨을 노래한 순수한 서정시다. 그를 대시인(大詩人)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나 그의 시에는 우리의 심장에 들어 안기는 무엇이 있다.

그의 시를 통하여서 그의 모양은 우리 앞에 옛날 히랍의 고귀한 화병에 새겨진 「영원한 려인(麗人)」으로 나타난다. 사랑을 향해 손을 처들었으나 거기 다달을 수는 영원히 없는 려인.

그의 심장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꽃에서 향기와 빛갈을 다 잃어버리고 겨우 형해만을 전하는 이런 번역을 내어 놓는 것이 부끄러웁다.

그의 영(靈)이 있다면 그의 흖지 않은 창백한 미소를 띠울런지도 모른다. (잡지(雜誌) 신가정(新家庭) 소재(所載))

오너라

오너라 해쓱한 달이 꽃닢 같이
진주빛 저무는 봄 하늘에 걸렸는데
오라 나를 안으려는 팔을 벌리고
오라 입마추려 하는 입술을 가지고.

오너라 삶이란 힘없는 나비 하나
나르다 세월의 거미줄에 걸림이어니,
이렇듯이 열렬한 우리들도 오래쟎아
저기 풀 속에 누은 찬돌과 같이 되리.

어둘녁의 중앙 공원

잎새 벗은 나무 우에 집들은 높이 솟아
꿈속에 궁성 같이 그림자 히미한데,
하나 하나씩 켜저 나오는 등불들은
어른거리는 실로 초어둠을 바느질한다.

잎사귀나 터지는 움의 자최 없고
고요는 모든 우에 널리 펴 있다—
그윽하기 사랑을 기다리는 여인같이
세상은 이제 봄을 기다리고 있다.

고개 숙인 보리 이삭

바다ㅅ가 얒은 들에
고개 숙인 보리 이삭
모진 바람 가운대서
쉬임 없이 노래한다.

고개 숙인 보리 이삭
고개 다시 치어든다,
나도 저리 꺾이쟎고
괴롬에서 일어나리.

나도 저리 가만하게,

왼 밤으로 왼낮으로,
나의 가진 슬픔에서
노래를 맨들리라.

봄ㅅ밤

공원에는 밤과 안개 가득이 차고,
세상은 얇은 베일로 가리워 있다,
길거리에 조으는 듯한 등불들은
히미한 진주로다.

사람 없는 거리는 금빛에 어른거린다,
안개 덮인 호수는 금빛에 어른거린다,
빚여 있는 불들은 물에 잠긴 칼과 같이,
으릿 으릿 흔들린다.

오— 이만 하면 넉넉지 아니 하냐—

이 아름다움 가운대 싸이어?
나는 찬양하는 노래에 목이 아프고,
하늘을 우러러 나는 기쁨에 무릎 꿇 것이어늘.
오 아름다움아 너로 넉넉지 아니하냐?
웨 나는 울고 있느냐— 사랑을 찾어,
젊음에 노래하는 목소리와 눈을 가지고,
땅 우에 새것을 놀라움으로 맞으려?
웨 나는 나의 자랑스러움 밀쳐 놓으냐,
웨 나는 여기 만족지 않느냐—
나를 위해 생각 깊은 슬픈 밤이
저의 구름 머리 빛난 별로 묶였는데,
나를 위해 모든 아름다움이
백만 개 향노에 향 같이 타오르고 있거늘?
오 아름다움아 너로 넉넉지 아니 하냐?

왜 나는 사랑을 찾어 울고 있느냐?

나그내

사랑이 하로는 내 가슴 찾어왔네—
슬프고 반갑지 않은 손님,
그러나 그가 머물으기 바리기에
나는 쉬어가라 하였더니.

그는 슬픔으로 내 가슴 깨트리고
눈물로 나의 꿈을 흔들어 놓았네,
나의 맘이 노래 부르려 하는 때는
두려움으로 그 기쁨 가라앉혔네.

그러나 이제 그이 가고 없으니

나는 이전 달콤한 괴롬 못 잊히네,
그래 밤이면 때때로 기도 드리네—
그이가 다시 와주기를.

집웅 우에

나는 말하였네! 『열렸던 문 닫히듯이
나는 내 가슴의 문 닫혔노라,
사랑이 그 안에서 주려 죽으면
다시는 나를 괴롭히지 않게.』

그러나 집웅 우에 오월이 와서
물ㅅ기 품은 새 바람이 불어 오고,
거리에서 놀리는 피아노의
기쁜 곡조 멀리서 들려 왔네.

나의 방은 밝은 햇빛 가득찬데

사랑은 내 속에서 소리쳤네,
『내 힘은 세다 나는 네 가슴 터치리라—
네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면』

피에로

동산 가운데 서있는 피에로—
이울어 지는 달 아래,
그의 피리에서는 끊일 듯한
은빛 노래 울려 나네.

피에로 동산에서 피리 불며
날 위해 부는 줄로 여긴다네,
그러나 나는 아주 잊혀져서
호을로 벚꽃 나무 아래.

피에로는 동산에서 피리 부네,

장미화도 다 아는 일—
피에로는 그의 음악 사랑하고,
나는 피에로를 사랑하네.

밤노래 (아말ᅋᅵ에서)

별 가득한 하늘에게 물은 말이,
내 사랑께 무엇을 드릴 꺼나
그것이 내게 주는 대답, 침묵,
하늘의 침묵.

고기잡이 배 타고 나아가는
어둡는 바다에게 물었더니
그것이 내게 주는 대답, 침묵,
바다의 침묵.

오— 그에게 우름도 줄 수 있고,

그에게 노래도 줄 수 있으나,
어떻게 침묵을 줄 수 있으랴—
나의 일생을 두고?

선물

나는 나의 첫사랑께 우슴을 드리고,
다음 사랑에겐 눈물을 드리고,
셋재 사랑에겐 침묵을 드렸다네—
기나긴 여러 해를.

나의 첫사랑은 노래를 내게 주고,
둘재 사랑은 볼 줄 아는 눈을 주고,
아 그러나 나의 셋재 사랑이
나의 영혼을 내게 주었다네.

물바래

그대 멀리 게시어도 그대는 밤새도록
내 생각하심인 줄 나는 알았다네,
나는 느꼈네— 그대 사랑이 내 우에 불려옴이
바람에 시달리는 어둔 바다가
떨리는 물바래로 내 몸을 적심 같음을.

사랑이라 하는 길도 여러 가지,
길마다 거기는 그 기뿜이 있다 하네
그러면 더 바랄 무엇 없이 내게로 오소—
물결치는 바다가 밤을 새우며
뭍으로 불어 보내는 물바래 같이.

불상한 집

히망도 지나가고 평화도 지나가고
들어와 보려 하지 않네,
젊음도 지나가고 건강도 지나가고
사랑도 저의 한겨레라,

집안에 사람들은 쓰디 쓴 빵 먹으며
그 우에 눈물 떨어치네,
더러는 늙었으며 더러는 미쳤으며
더러는 병에 누어 있네

재ㅅ빛 죽엄이 이 흉한 집을 보고

그 마자 지나가 버리네,
그러며 하는 말이 『살아 본 적 없는 저들
죽기도 쉽게 할 수 없느니라.』

세상의 주막

나는 사람 많은 「세상의 주막」 찾어 가서
한 잔의 포도주를 청하였네,
그러나 주인은 지나가며 눈 흘기고
이렇듯 목마른 나를 본 체 않네.

고달픈 나는 그래 걸어 앉아서
한 조각 빵을 청하였네,
그러나 주인은 지나가며 눈 흘기고
한 마디 말도 아니하네,

한편으로 밖앝에 밤에서는 끊임없이

기다리던 사람들이 들어오네
모든 밝음과 시끄러움에 깜작 놀라
숨 막히는 소리치며.

나는 말하기를 『내게 잘 자리를 빌리시오
이제 밤은 차츰 깊어 오니』
그러나 주인은 지나가며 눈 흘기고
다시는 얼굴도 안 보였네.

『먹을 것도 잘 곳도 없는 것이면
나는 나의 가던 길이나 돌오 가겠오』
그러나 주인은 지나가며 눈흘기고
밖앝 문을 닫아 걸었네.

그러므로 (산문체 번역)

오— 그대는 일찍이 내 뜻을 굽히고 내 자랑 꺾으려 하지 아니했으므로,
또 나를 무섭게 하려고 야만인의 하는 짓 하려한 일 없었으므로,
또는 승리자의 자랑스런 태도로 모르는 사이 나의 맘을 차지한 줄 녀기지 안 했으므로,
나를 가져라 나는 그대를 더욱 사랑한다—
전에 내가 사랑하든 것보다.

그 뿐이랴 육체의 순결이란 그것만으로 귀한 것도 좋은 것도 아니었나니!
그와 함께 내가 아직 깨끗한 대로 있는 정신을 그대게 드리지 아니했다면,
부리는 주인 없던 바람 같은 나의 꿈과 나의 마음 그대여 받으라,
그리고 『주인』이라 그대를 부르마—
그대 그렇게 하기 원하지 아니했으므로.

나는 본체 않으리라

내가 죽은 다음 내 우에 빛난 四月[사월]
비에 젖은 머리털 풀어 헤칠제
그대는 아픈 마음 나를 찾어 몸 굽혀도
나는 아조 본 체 않으리라

그때 나는 平和[평화]로워 잎새 짙은 나무들이
비 맞어 가지 숙인 때와 같이
나는 더 말 없고 한층 마음 모지리라
그대의 이제 그러하심보다.

사랑을 묻으려

나는 사랑을 묻으려
나무 아래 찾어 왔네,
높은 숲 어둔 그늘에
아무도 볼 수 없는 곳.

머리맡에 꽃 하나 아니 놓고,
발 아래 비석도 아니 세우리,
내 그리 사랑하던 그 입술은
쓰고 달콤하였나니.

그 무덤 나는 다시 안 찾으리,

숲 속은 찬 기운 도는 것을
나의 두 손 쥐일 수 있는 대로
기쁨을 나는 모아 가지리라.

별 가운대 왼 종일 나는 살리
시원한 바람 불어 오는 곳에,
아— 그러나 나는 우름 울리라—
밤에 아무도 모르는 때는.

구월 어느 날

쎄이느강 안개 속에서 흘러나와
다시 안개 가운대로,
나무들은 강물 우에 몸을 숙이고,
적은 잎들은 비같이 나려진다.

잎새들은 쉬임 없이 나려진다,
생각하고 설어해 주는 것 없나니,
강물은 바다로 가져간다—
노란 빛 잎사귀의 떼를 몰아서.

바람은 서늘하고 부잇하다,

잎새는 흐름을 따라 떠나간다,
강물은 조을음 가운데서 나와
다시 꿈속으로 사라진다.

겨을 밤 노래

그대는 예와 같이 노래하며 오시려나,
나도 예와 같이 귀 기울여 드를 거나?
쏘는 듯한 치위도 돌보쟎고
창문 열어 맞으며 달려갈 거나?

아니라 내 사랑아 아— 아니라,
나는 난로가에 책 들고 그냥 앉어,
그대가 눈 가운대 반밤을 노래해도
나는 들은 체도 안 하리라.

그대의 목소리에 수풀과 새와

다수운 푸른 빛이 돌오 살아온다 해도,
그대의 노래 가운대 바다를 넣어다가
그 소리를 사연이 퍼 붓드라도,

그래도 내 사랑아 그렇다 해도,
나는 처음부터 들은 체도 안 하리라,
그대의 두 어깨는 눈으로 히어지고
그대는 소리 높여 처 부른다 할지라도

나도 졸음 졸고 불ㅅ길도 졸음 졸아,
방 안에는 찬 기운 돌고 있으리라,
시계는 죽고,
눈은 문에 쌓이고.

봄도 여러 번

새로운 것 하나 없어라, 나는 봄을 너무 여러 번 보았나니,
이 나무와 다름없이 길가에 붙잡힌 은빛 구름 쪽 같은
하얀 매화 남기도 달리 있었고,
날샐녁에 저의 사랑 아름답다 소리치는
새들에게 내 잠은 그리 여러 번 깨워졌나니.
풀닢은 바람 속에 으른거린다, 변한 것도 없어라.
없어진 것도 없어라, 모도 전에 있던 그대로 있을 뿐,
피지 않는 라이ᄙᅡᆨ은 전과 같이 짙은 자주빛,
느릅나무 가지들은 지금도 적은 잎 얇게 몸에 둘르고 춤을 춘다.
없어진 것도 없어라— 내 생명에서 떨어저 나간 몇 해 밖에.

잊혀지는 대로 두라

잊혀지는 대로 두라— 잊혀지는 꽃과 같이,
황금빛 노래하는 불ㅅ길 잊혀짐과 같이,
영원히 올 길 없이 잊혀지는 대로 두라,
세월은 좋은 친구 우릴 늙게 하느니라.

뭇는 이 혹 있거든, 잊혀젔다 말을 하소—
옛날도 오랜 옛날에,
꽃과 같이, 불ㅅ길 같이, 오래 전 잊은 눈 속에
사라져버린 발자최 소리 같이.

미리 알고

저의는 속으로 기뻐하며
말하기 전에 내가 아는 이 소식을 가저 왔읍니다
저의는 내가 아조 너머지기를 바랐지마는
높은 참나무라도 꺼꿀어 치는
큰 바람 앞에 불리는 붉은 잎새 같이 가벼운 나를 보았읍니다.
나는 여러 가을을 지내노라며 배왔드랍니다
겨울과 눈속에 파묻히려
다시 돌아옴 없는 길을 가면서
가벼이 가벼이 거의 기쁜 듯이
잎새가 바람에 불려가는 길을—

평화

평화가 내게로 흘러 들어온다—
바다ㅅ가 웅덩이에 밀려 드는 조수 같이,
이는 영원히 나의 것이라
바다의 물과 같이 물러가지 안 하리니.

나는 파란 빛 웅덩이의 물,
생생한 하늘을 경배하나니,
나의 히망은 하눌 닿게 높았으나
모도다 네 가운대 일우어겼다.

나는 금빛 찬란한 웅덩이의 물

불타는 석양이 넘어가 버리면
너는 나를 깊게 해 주는 하눌,
나의 품에 그대의 별을 나려 보내라.

등불

내가 너의 사랑을 등불 삼어 내 앞에 들린다면
멀고 험한 저 「어둠의 길」을 내려갈 제—,
나는 저 끝없는 그림자를 안 무서워 하리라
놀라서 울지도 않으리라

내가 하나님을 찾어 만난다면 만나 뵈려니와
「그이」가 아니 게신다면 나는 평안이 잠들리라.
이 세상에서 네 사랑이 나를 만족시켰음을 아노니—
아— 어둠 속에 한낯 등불.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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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작물은 저자가 사망한 지 70년이 넘었으므로, 저자가 사망한 후 70년(또는 그 이하)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하는 국가에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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