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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제6장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1

이 나라 북변의 장강-
칠백 리 압록강 푸른 물에
저녁해 비꼈는데
황혼을 담아 싣고
떼목이 내린다 떼목이 내린다.
뉘의 눈물겨운 이야기
떼목 우의 초막에 깃들었느냐?
뉘의 한많은 평생 모닥불에 타서
한줄기 연기로 없어지느냐?
≪물피리 불며 울며 구을러 갈 제
강 건너 천리길을 이미 떠난 몸
재 넘어 천리길을 이미 떠난 몸
재 넘어 구름 따라 끝없이 간다
에헹 에헤요 끝없이 가요≫
웨 저노래 저다지 슬프단 말가,
이 땅의 청청 밀림 찍어내리거니
그 노래 어이 슬프지 않으랴!
이 나라의 집집은
대들보 터지고 기둥이 썩어져도
그 미끈한 만년대목으로는
놈들이 향락의 향연 베플거니
그 노래 어이 슬프지 않으리!

2

황혼도 깊어지고
물결도 차지고
서늘한 밤바람
강가에 감돌아돌 무렵
강 건너 바위 밑에서 휘-익
휘파람소리 나더니
떼목에서도 모닥불이 번뜩번뜩
내려가던 떼목이 돌아간다 돌아간다
머리는 저편 강가에
꼬리는 이편 강가에-
삽시간에 이루어진 떼목자리,
초막에서 나온 두 사람
나는 듯 이편으로 달아온다
한 사람은 떼목군
다른 사람은 떼목군
다른 사람은 철호,
그담 강 저편 바위 밑에서
군인들이 달아나온다
달아나와선 떼목으로
압록강을 건너온다-
빨찌산부대 압록강을 건너온다.
산밑에 그들이 숨었을 때
그 때목다리도 간데 없고
출렁-처절썩-
찬 물결만 강가에 깨여지는데
멀리선-
≪띄우리라 띄우리라
배를 무어 띄우리라
떼를 무어 띄우리라!≫

3

빨찌산들이 압록강을 건너왔다-
일제가 짓밟은 이 땅에
살아서 살 곳 없고
죽어서 누울 곳 없고
모두 다 잃고 빼앗겼으니
물어보자 동포여!
가슴 꺼지는 한숨으로
이 강 건너 이방의 거친 땅에
거지의 서러운 첫걸음 옮기던 그날-
그날부터 몇몇 해 지났느뇨?
강 우에 밤안개 젖은 안개 떠돈다-
이 강 넘은 백성의 한숨이나 아닌가
물줄기는 솟아서 부서지고 또 부수지고-
이 강 넘은 백성의 눈물이나 아닌가
오오- 압록강! 압록강!
허나 오늘밤엔 그대 날뛰라
격랑을 일으켜
쾅-쾅 강산을 우리라.
이 나라의 빨찌산들이
해방전의 불길을 뿌리려
그대를 넘어왔다-
애국의 심장을 태워 앞길 밝히며
의지를 갈아 창검으로 높이 들고
이 나라의 렬사들이
조국땅에 넘어섰다.
압록강! 압록강!
격랑을 치여들고
쾅-쾅- 강산을 울리라!
거창한 가슴을 한 것 들먹이며
와-와- 격전을 부르짖으라!

4

골짜기에 끼여우는 H시에
밤 열한 시…
고로에 먼지 찬 하루나절 지났다고
시민들도 잠자리에 들고
서로 다투고 서로 속이던
가가들도 문 걷어닫고
늦도록 료리집에서 야지러지던
매춘부의 웃음도 끊어지고
소경의 곯아빠진 눈자위같이
그 창문도 어둑해지고
거리를 휩슬며
≪구사쯔요이또꼬≫부르던 놈도
이층집 문을 차며
≪요보야로!≫욕하다 들어가버리고…
밤 열한 시…
영림창 뒤통
빈민굴 어느 구석에선가
떼목에 치여 죽었다는 사나이를
거적에 싸서 방구석에 놓고
온 저녁 목놓아 울던 녀인의 사설도 끊치고
오뉴월 북어인 양 벌거숭이 애들
뼈만 남은 젊은이들
꼬부라진 늙은이들-
모두 다 웅크리고 노그라져
쿨-쿨- 잠들어버린
밤 열한 시…

5

밤 열한 시…
거리엔 인적이 끊치고
전등만 누렇게 흐르고-
주재소 교번순사도
꺼덕꺼덕 조을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남녀 두 사람
주재소 문간에 나타났다-
녀인은 사나이를 끌고
사나이는 녀인에게 끌리우고.
≪이연석 들어가자!≫
녀인의 짜증내는 소리
≪하…어…찌…라…고…≫
사나이의 혀 까부라진 소리
≪웬일이야!≫순사 골낸다
들어선 남녀를 흘기며
≪나리님 저놈이 술값을…≫
≪허… 내 우스워서…
허허허… 나리님두 우습지?≫
≪이놈 어딘 줄 알고 웃어?
내 앞에서 감히 웃어?≫
순사 단걸음에 다가서며
주먹을 쳐들자
그놈의 가슴에 총부리 대인다.
소리도 못치고 두 눈 뒤집고
순사 방구석에 까무러질 제
녀인은(그는 솔개골 꽃분이)
전신줄을 끊고
사나이는(그는 정치공작원 철호)
문 열고 손짓한다
문 열고 손짓하자-
바로 곁에서 신호의 총성
잠든 시가를 깨뜨린다
그담 련이어 나는 총소리 총소리…
우편국에서도 총소리,
은행에서도 영림창에서도
어지러운 점선을 그으는
따-따-따-따- 기관총소리
쾅-쾅- 폭탄 치는 소리!

6

적은 반향도 못하고
죽고 도망치고-
류치장 지붕에선
삼단 같은 불길이 일어난다,
이곳저곳 관사에서도
놈들 집에서도
반역자들 집에서도
불길이 일어난다,
캄캄한 하늘을 산산이 윽물어 찢어
쪼박쪼박 태워버리며 불길이 일더니
만세소리 터진다
첨에는 몇 곳에서
다음에는 여기저기서-
눌리우고 짓밟힌 이 거리에
반항의 함성 뒤울리거니
암담한 이 거리에 투쟁의 불길 세차거니
흰옷 입은 무리 쓸어나온다-
머리벗은 로인도 발벗은 녀인도
벌거숭이 애들도.
절망이 잦아든 이 거리에
별천지의 화원인 양 화해에
불꽃이 나붓기고
재생의 열망을 휘끗어올리며
화광이 춤추는데
밤바다같이 웅실거리는 군중
높이 올라서 칼 짚고 웨치는
절세의 영웅 김일성장군!
≪동포들이여!
저 불길을 보느냐?
조선은 죽지 않았다!
조선의 정신은 살았다!
조선의 심장도 살았다!
불을 지르라-
원쑤의 머리에 불을 지르라!≫
만세소리 집도 거리도 떨치고
화염을 따라 오르고 올라
이 나라의 컴컴한 야공을
뒤흔든다 뒤울린다!

7

휘황한 불빛이 온 거리에 차 흐르는데
떨어지는 불꽃을 밟으며
혁명가 드높이 부르며
빨찌산부대 거리를 떠난다.
그들을 전송하는 이 고장 사람들-
기막힌 이 거리에
한줄기 생의 빛 가져왔으니
≪잘 가라 영웅들이여
어느 때나 승리하라≫
그러나 그들이 떠나면
또 검은 거리, 눈물의 거리,
그러기에 울음으로 전송하누나-
≪잘 가라 영웅들이여
언제나 다시 만나리≫
뺨에서 흐르는 눈물
불빛에 피방울인 듯,
허지만 빨찌산들의 부르짖음-
≪잘 있으라 동포여,
싸우라 동포여!
우리 다시 만나자
해방연에 독립연에 다시 만나자!≫
휘황한 불빛에 쌔워
빨찌산들이 어둠을 직차며 뚫으며
처억처억 앞으로 나간다,
싸움의 길로-
처억-
처억-
처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