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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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교도 나오지 못한 아내를 가진 친구가 있다.

무식하면 첩경 그렇게 되기 쉬울 것이거니와 소중히 하여야 할 것과 헐하게 하여야 할 것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 연중(然中)에도 질색이라고 한다.

편지 같은 것이 문간에 떨어져도 그게 광고와 분간이 가지 못해서 혼동이 되기 때문에 중요 서류를 한 번은 분실하였기에 다음부턴 광고구 편지구 문간에 떨어진 종이쪽이면 무엇이든지 주어다가 애들의 손이 가지 않는 것에 간직해 두라고 일렀더니, 그 이튿날의 정성이 가관이더란다. 의장 설합을 통으로 하나 내어선 그걸 편지를 모으는 그릇으로 쓰는 모양으로, 저녁에 회사에서 돌아오니,

“이게 다 오늘 온 거예요.”

하며 뺄함 채로 빼어 내놓는데 보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더란다. 편지는 한 장도 없고 보기조차 역한 광고 부스러기가 소중히 보관이 되어 있더라고.

‘관상을 보러 오라는 광고’

‘구두 수선 신설 광고’

‘서커스단 광고’

“이거 다 아침참에 온 거예요.”

온 시각까지 일러주는 정성이었으나, 입맛이 써서 아무 말도 아니하고 한숨과 같이 돌아앉으니 아내는 무슨 또 실수나 한 줄 알고,

“이것밖엔 온 게 없어서요. 저녁엔 한 장도 없구요.”

하고 오늘은 여간 소중히 간수한 것이 아닌데―하는 태도로 자신 있게 정색을 하더란다.

“이런 무식엔 참…….”

하고 그는 머리를 주억거렸다.

“이혼해야 쓰겠군 그래?”

농을 부쳤더니,

“아아니 그야 될 말인가. 무식하긴 해두 그 아름다운 심덕이 그까짓 유식 볼 줴지르네.”

한다.

“그래 그게 이충기대(異充其代)는 되는 셈인가?”

“되구두 남지. 글쎄 이웃에서 칭찬을 받는 사람이라군 집사람뿐이라면 더 할 말이 없지 않은가.”

“괜히 이혼할 차비가 되지 못하니까 그런 자위라도 가져 보는 것이겠지 뭘 그래.”

“참 젊었을 땐 자위책으로 참고 견딜 그 무슨 미점(美點)이 없을까 그런 걸 찾아보려고 애를 써 보았네만은 뭐 그게 자연 나타나며 마음을 붙들더군 그래. 사람이란 결국 심성이 무던한 데 있는 것 같아, 그저 그게 마음을 사거든. 이 이웃에서 내 아는 가운데선 보통학교 맛이나 만은 못 본 아내를 가진 이가 없지. 그러나 이거 보게, 이웃 늙은 이들이 나보구 하는 말이 아 선생은 어떻게 그렇게 심덕이 무던한 부인을 맞었누? 게다가 못 하는 일이 없구 침공(針工)은 좀 잘하는 것 말이지. 그것도 아마 다 선생 복이신가 봐 하고 이렇게 인사는 해두, 원 아무개 부인은 무식해서…… 하고 아내나 나를 헐려고 하는 말은 내 여지껏 들어 본 일이 없으니 사실은 소중한 아내일세. 그렇지 않으면 실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난 그저 그 관상 광고니 구두 수선 광고니 하는 걸 무슨 중요한 서신인 것처럼 간직했다가 내어놓은 것이 우스워서 해 본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