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시대/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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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罷業)[편집]

복섬이가 죽은지도 한달이 넘었다. 첫가을의 소식을 아뢰는 듯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구월삼십일 동대문 밖에 있는 호일고무공장 안에서는 살풍경이 일어났다.

“임금을 높여라”

“노동시간을 줄여라”

“대우를 개선하라”

이러한 부르짖음이 호일고무공장안을 잡아 삼킬 듯이 일어났다. 그 소리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수백명 남녀직공들의 삶을 위한 부르짖음이었다.

오랫 동안 참고 참어 오던 원한에 사모치었던 이 부르짖음이 그 들의 입에서 나오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들은 벌써 어제까지와 같은 명령에 순종하던 충실한 종이 아니었다. 가혹한 락대를 그대로 참어갈 직공들이 아니었다.

회사측에서는 처음에는 그들을 위협하였으나 수백명의 부르짖음은 더욱 높아가고 사무실로 향하여 몰려가려고 함으로 회사 사장은 문을 안으로 걸어버렸다. 사무실안은 죽은 듯이 고요하였다.

“문을 열어라 문을 열어라”

이렇게 웨치며 문을 차는 사람도 있었다.

“할 말이 있으니 문을 열어라”

“그 놈을 잡아내라”

“우리의 피를 빠라먹고 사는 놈을 잡아내라”

군중 속에서는 쉬일 사이 없이 이렇게 부르짖고 있다.

직공들의 철퇴 같은 다리로 차는 바람에 걸리었던 문은 데컥 깨여젔다. 수십명 직공들은 물밀듯 사무실로 몰려 들어갔다. 사장이하 사무원들은 뒷문으로 도망을 쳤다.

공장안은 완전이 직공들의 손에 점령이 되었다.

시내에서 이 소문을 듣고 달려온 수십명의 경관들은 진무에 노력하고 있다.

“무산대중아 단결하라!”

“대동단결은 우리의 생명”

등등의 이러한 문구를 쓴 수많은 기와 수십매의 ‘포스타―’를 놓이 든 선봉대가 경계하는 경관을 떼밀고 공장 밖으로 나오자 그 뒤를 따라 나오는 수백명의 직공들―― 이곳 저곳에서는 경관과의 충돌이 일어나고 검거의 선충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시위행열대가 장사의 진을 이루었으나 사방으로 몰려오는 경관의 수효가 늘어갔으며 기마순사들이 행열대의 앞을 가로 막자 순식간에 행열대는 경관대의게 완전히 포위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좀처럼 해산할 가망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경관들은 여러가지로 위협하기를 시작하였다. 주검을 각오하고 나선 걸음이니 죽어도 좋다고 외친다. 열두시가 되어서야 오십여명의 검속자를 내고 시위대는 겨우 해산이 되었다.

동××경찰서안은 극장 모양으로 워글제글 하였다. 밤 열한시가 되어서야 검속자의 대부분은 석방이 되고 칠팔명 밖에 남지 않았다. 그것도 철하와 수길이가 모든 책임을 도맡아 담당한 까닭이었다. 처음부터 자기들이 희생죄기를 각오하고 일을 꿈인 것이었다.

“이 다음 경찰서에서 묻거던 철하와 수길이가 하자고 선동을 하였다고 말들을 하시오”

철하는 그들의게 이렇게 말하였던 것이었다.

철하와 수길이가 그 공장 직공이 되었던 것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었었다. 명순이도 몰랐던 것이었다. 그러나 신문은 호일고무공장 파업사건과 함께 철하와 수길의 정체를 세상에 들어내 놓아싸.

그들이 호일고무공장으로 들어갈 때 이름을 고쳐가지고 공장으로 들어간 것도 물론이어니와 그들은 주소도 비밀이 하였다. 공장으로 갈때나 파해서 나아올 때나 아는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어 다니었었다. 그러나 비록 그들을 이미 아는 사람들이 캡을 쓰고 노동복을 입고 ‘벤또’ 를 안고 걸어가는 것을 본다고 하더라도 그가 철하와 수길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철하와 수길이가 이 모양을 하고 직공으로 들어가게 된것은 어떠한 기회를 얻어 복수의 작전계획을 세우려고 하였지만 실지로 일을 하여 보고 모든 것을 직접으로 당하여 보니 이전에 상상한 이사 몇십배의 암흑면이 공장을 싸고 도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직공을 학대하기를 개나 되야지 모양으로 취급을 하고 있어. 아침 여섯시반부터 오후 여섯시반까지 열두시간을 노동하는 동안 점심시간의 삼십분간 밖에는 일분의 휴식시간도 없었다. 임금도 제일 많이 받는 직공이래야 팔십전이고 그 아래로 오십전 삼십전까지 있었다. 그나마 팔십전을 받는 직공은 불과 몇십명에 지나지 못하고 오십전 삼십전을 받는 직공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한 마디의 불평도 못 말하고 벙어리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만일 그러한 불평을 말하는 날에는 공장에서 축출을 당하게 되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만일 축출을 당한다면 그들은 그 날부터는 굶어 죽는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회사에서는 이러한 그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무리한 노동을 시키며 적은 임금으로 허다한 폭리를 남기고 있는 것이었다.

철하는 유유히 있어서 복수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수백명의 남녀직공을 이 무리한 환경에서 고로를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나의 개인의 복수는 뒤으로 밀자―― 먼저 그 보다 더 큰 일이 있지 아니한가?”

철하는 이렇게 부르짖고 수백명의 직공을 위하여 몸을 바치기로 결심하였다.

철하와 수길이는 공장의 모든 불평과 요구조건을 들어 동맹파업을 단행하기로 작정하고 먼저 이해성이 있음직한 직공 몇 사람과 여러번 밀회를 하였던 것이었다. 그 밀회의 결과 마침내 수백명 직공의 마음을 결속시키어 놓고 극비밀리에 모든 계획을 지시하였던 것이었다.

그들의 환경이 남다른 것만치 파업의 계획도 순조로 나아갔다.

철하와 수길이가 공장으로 들어간지가 얼마아니 되었으나 직공간에서 상당한 신망을 받아 왔던 것이었다. 그러므로 수백명 직공을 결속시키는데 쉬웁게 성공을 한 것이었다.

철하는 취조를 받을 때마다 조금도 숨기지 않고

“옳소 우리 두사람이 선동을 하였오”

활발한 어조로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하였다.

취조하덤 경관은 성난 어조로

“웨 무지한 직공들을 선동하였다”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철하는 조금도 굴하지 아니하고 공장 안에 있는 모든 암측면을 지적하여 통탄도 하고 불평을 여지없이 말하였다.

그 때에야 경관은 나즉한 목소리로

“그러면 웨 불평을 들어 회사측과 타협을 하여 좋도록 할 것이지 이와 같이 소동을 일으켰나”

“소동― 우리에게는 오직 그것 밖에는 없소 타협같은 것은 그 놈들의 앞에서는 아무 소용도 없소 사람의 본성을 십분지 일이라도 가진 자들이면 우리도 타협을 하였을 것이오”

오전 두시가 넘도록 서로 말다툼만 하였다.

그들은 호령을 하고 위협을 하는 때도 있었다.

“당신들 마은대로 맨들어 기록하시오 하필 남을 나게 굴리가 있오 우리는 먹고 살려고 한 일이오”

철하는 이렇게까지 말을 하고 그 다음에는 한 마디의 말도 안 하기로 결심하였다.

그 다음부터는 취조하는 계원이 철하의 마음을 짐작하고 수길이를 불러다 놓고 취조를 하기 시작하였던 것이었다.

“너이들은 공장 직공이 되염직한 신분을 가지지 않었는데 웨 직공이 되었나”

수길이는 한번 웃고나서

“여보 공장 직공들은 천직이란 말이오? 먹을 것이 없으면 직공이 되지요 우리도 생활이 궁박하여 직공이 되었오”

수길은 이렇게 핀둥이를 주었다. 계원은 어이없다는 듯이 아무 말도 없이 수길이를 치어다보다가

“바로 말하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불리할 뿐이야……”

“바로 말하여도 그렇소 먹을 것이 없어 직공 노릇을 한 것이지 행세를 하려고 하였겠오”

수길이와 철하는 그들이 지금 요구하고 있는 대답을 잘 알고 있었다.

“동맹파업을 계획하고 들어 갔오”

이렇게만 대답을 하면 그 대답은 틀림없는 마점일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한 대답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계원은 이 대답을 들으려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썼으나 철하와 수길의 입에서는 그들이 요구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먹고 살기 위하여 들어갔지요”

언제나 이렇게 한골수로 답변하였을 뿐이다.

“바로 말하지 않으면 그대로 두지 않을 터이야 일본 가서 공부를 하고 온 놈들이 먹을 것이 없어 공장으로 다닌다니 그게 말이 되느냐 말야”

이렇게 위협을 하니 철하는 마주 성을 내며

“일본이 아니라 별곳에 갔다 왔더라도 먹을 것이 없으면 공장으로 다니는 것이지요”

이렇게 말하였다.

취조하던 경관을 확실히 실패하였다. 처음 같은면 취조가 순조로 나갈 것 같았던 것이 나중에 와서는 취조하기가 무거운 짐을 걸머지고 태산준령을 넘기보다도 더 어려웠다.

그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철하와 수길이가 처음에 시원시원하게 묻는 말에 대답한 까닭은 사오십명의 검속자를 석방시키기 위하여 죄가 모다 자기들에게 있다고 역설을 항 까닭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들의 무리한 심문과 대우에 감정이 나서 증거 없는 사건은 전부 대답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날 밤도 지나고 그 이튿 날도 넘어갔다. 파업사건에 걸렸던 사람들은 거의 석방이 되고 철하와 수길 그 외 두어 사람이 남아 있어서 정식 취조를 받게 되었다.

동맹파업이 일어난 뒤 직공측의 강경항 태도로 일주일만에야 회사측의 양보로 해결이 되었다. 임금도 이전보다 다소 오르고 노동시간도 한시간이 줄어졌다.

그러나 작업은 이진보다 몇배 이상으로 하지 아니하면 아 되게 되었다. 직공들의 작업을 감시하는 소위 감독이라고 하는 그 사람들의 눈이 병아리를 잡아 삽키려고 하는 독수리 눈 모양같이 갈기가 핑핑 돌고 조금이라도 쉬는 사람이 있으면 야단을 친다. 작업의 능률을 내여 모든것을 보충하려는 영리한 자본주의 골통 속에서 나온 계획이었다.

철하와 수길외 몇 사람들은 그 동안 경찰서와 검사국의 취조를 마치고 서대문 감옥 미결감에서 푸른 옷을 입고 공판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철하는 감옥이 이번이 처음인 것만치 그 안에있는 모든 불평도 처음 맛보게 되었다. 어떤 때 철하는 홀로

“현세의 지옥이라더니 틀림 없고나”

이렇게 한탄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