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독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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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문드러진 나무뿌리에서는 버섯들이 생겨난다. 썩은 나무뿌리의 냄새는 훗훗한 땅속에 묻히어 붉은 흙을 거멓게 살지워 놓는다. 버섯은 밤내어 이상(異常)한 빛깔을 내었다. 어두운 밤을 독(毒)한 색채(色彩)는 성좌(星座)를 향(向)하여 쏘아오른다. 혼란한 삿갓을 뒤집어쓴 가냘픈 버섯은 한자리에 무성(茂盛)히 솟아올라서 사념(思念)을 모르는 들쥐의 식욕(食慾)을 쏘을게 한다. 진한 병균(病菌)의 독기(毒氣)를 빨아들이어 자줏빛 빳빳하게 싸늘해지는 소동물(小動物)들의 인광(燐光)! 밤내어 밤내어 안개가 끼고 찬이슬 나려올 때면, 독(毒)한 풀에서는 요기(妖氣)의 광채(光彩)가 피직, 피직 다 타버리려는 기름불처럼 튀어나오고. 어둠 속에 시신(屍身)만이 겅충 서 있는 썩은 나무는 이상(異常)한 내음새를 몹시는 풍기며, 딱따구리는, 딱따구리는, 불길(不吉)한 까마귀처럼 밤눈을 밝혀가지고 병(病)든 나무의 뇌수(腦髓)를 쪼으고 있다. 쪼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