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월향구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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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오렌지 껍질을 벗기면
손을 적신다.
향(香)내가 난다.

점잖은 사람 여러이 보이인 중(中)에 여럿은 웃고 떠드나
기녀(妓女)는 호올로
옛 사나이와 흡사한 모습을 찾고 있었다.

점잖은 손들의 전(傳)하여 오는 풍습(風習)엔
계집의 손목을 만져주는 것,
기녀(妓女)는 푸른 얼굴 근심이 가득하도다.
하─얗게 훈기는 냄새
분 냄새를 지니었도다.

옛이야기 모양 거짓말을 잘하는 계집
너는 사슴처럼 차디찬 슬픔을 지니었구나.

한나절 태극선(太極扇) 부치며
슬픈 노래, 너는 부른다
좁은 버선 맵시 단정히 앉아
무던히도 총총한 하루하루
옛 기억의 엷은 입술엔
포도(葡萄) 물이 젖어 있고나.

물고기와 같은 입 하고
슬픈 노래, 너는 조용히 웃도다.

화려한 옷깃으로도
쓸쓸한 마음은 가릴 수 없어
스란치마 땅에 끄을며 조심조심 춤을 추도다.

순백(純白)하다는 소녀(少女)의 날이여!
그렇지만
너는 매운 회초리, 허기찬 금식(禁食)의 날
오─끌리어 왔다.

슬픈 교육(敎育), 외로운 허영심(虛榮心)이여!
첫사람의 모습을 모듬 속에 찾으려 헤매는 것은
벌─써 첫사람은 아니라.
잃어진 옛날로의 조각 진 꿈길이니
바싹 마른 종아리로
시들은 화심(花心)에
너는 향료(香料)를 물들이도다.

슬픈 사람의 슬픈 옛일이여!
값진 패물로도
구차한 제 마음에 복수(復讎)는 할 바이 없고
다 먹은 과일처럼 이 틈에 끼어
꺼치거리는 옛 사랑
오─방탕(放蕩)한 귀공자(貴公子)!
기녀(妓女)는 조심조심 노래하도다. 춤을 추도다.

졸리운 양, 춤추는 여자야!
세상(世上)은
몸에 이익하지도 않고
가미(加味)를 모르는 한약(漢藥)처럼 쓰고 틉틉하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