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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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 잠겼을 때, 나에게는 쬐그만 희망도 숨어버린다.
요령처럼 흔들리는 슬픈 마음이여!
요지경 속으로 나오는 좁은 세상에 이상스러운 세월들
나는 추억이 무성한 숲속에 섰다.

요지경을 메고 다니는 늙은 장돌뱅이의 고달픈 주막꿈처럼
누덕누덕이 기워진 때묻은 추억,
신뢰할 만한 현실은 어디에 있느냐!
나는 시정배와 같이 현실을 모르며 아는 것처럼 믿고 있었다.

괴로운 행려 속 외로이 쉬일 때이면
달팽이 깍질 틈에서 문밖을 내다보는 얄미운 노스타르자
너무나, 너무나, 뼈없는 마음으로
오 늬는 무슨 두 뿔따구를 휘저어보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