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파리/신여성 2권 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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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도 날개가 느려지는 가을이 왓고나……….

그러나 염려하지 마라 『은파리』는 탄생하신 날이 양력으로 ᄭᅩᆨ 정월 초하로란다. 가을이 오거나 눈(雪)이 쏘다지거나 은파리 두 눈이 쇠할 줄 아느냐

그러나 ᄯᅩᆨ 한가지 「신녀성」 편즙장이

『하기는 하되 족곰 주의를 하여 달라』고 성화를 대이는구나……… 이는 요전번 은파리 ᄯᆡ믄에 자녀 학교마다 말썽이 니러 낫다든가

당연한 일이지 내가 주의해야 할 필요가 어대 잇느냐 말이야 내 눈으로 본 대로 드른 대로 거짓말 보태지 아니하고 노앗슬 ᄲᅮᆫ이니 그대로 알고 짐작 나는 것이 잇스면 처리해 버릴 일이지 편즙장ᄭᅡ지 그것케 주의의 필요를 늣길 것이 어대 잇단 말인가

나는— 은파리는 이 긔회에 아조 ᄯᅩᆨᄯᅩᆨ히 명언(明言)해 둔다. 결코 업는 일을 ᄭᅮᆷ여 내지는 안는다고……… 사람놈들 저의 년놈들처럼 그런 거짓말은 적어도 은파리 (o o o)는 아니 한다고……….

사실은 잇거나 업거나 잘못하는 일 낫븐 짓은 덥허 주고 숨겨 주기만 바라는 고 낫븐 심정—이 사람 년놈들아 너의 년놈들의 바라는 바와 갓치 잘못하는 짓도 고만 낫븐 짓도 고만으로 잘잘못의 분별이 업는 세상이 되면 너의는 조을 듯 십으냐?

잘못을 아라야 된단다 낫븐 것을 ᄯᅩᆨᄯᅩᆨ히 보아야 된단다 추한 것이 엇더케 길니워지고 낫븐 씨가 엇더케 심어지는 것을 보아 알아야 한단다. 그러지 아니하고 엇더케 너 한 몸만이 ᄭᅦᆺ긋하기를 바랄 듯 십으냐

두고 보아라 은파리 ᄯᅢ문에 제 죄(罪)에 우는 사람이 하나씩은 잇서 「은파리 송덕비](頌德碑)를 세우자는 의론ᄭᅡ지는 생길 날이 잇슬 것이니……….

        

앗차 공연히 시간만 보냈다. 녀학교 하학할 시간이 벌서 넘엇고나 오늘도 녀학생을 놋치는가 보다

올치 저긔 가는 것이 저것이 누구냐 책보를 든 것을 보닛가 학교에서 도라오는 길인 것은 분명한대……… 뒷모양이 조촐해 보이기도 한다. ᄶᅡᆯ지도 길지도 안흔 흰 저고리에 저 얌전해 보이는 검은 치마를 보아라 검은 목구두에 흰 양말을 신은 종아리 장ᄯᅡᆫ지에ᄭᅡ지 나려 오니 그럿케 보기 흉하게 ᄶᅡᆲ은 치마도 아니고나……… 그 부드러운 검은 치마가 저고리 속에서부터 무언지 퍽 귀중한 것을 싸가지고 나온 것처럼 주름 잡혀 잇는 허리가 ᄯᅩ 동구스름하게 굽은 선(曲線)을 지여 가지고 다수굿하고 ■—하게 촉—느러저 잇는 것이 벌서 뒤에 가는 젊은 사람의 가슴을 상하게 하난대 그 가늘고 어엽븐 종아리와 목구두가 치마 ᄭᅳᆺ을 얄근 얄근 처가면서 한 거름 한 거름 거러 가는 맵시야말로……… 아, 아, 저것 보지 그 뒤에 중절모자 쓰신 양복 청년 한 분 맛치 그 녀학생의 발자죽만 ᄶᅩᆺ차 가려는 듯이 ᄯᅡ라 가는데 코에서 나온 길다란 방울이 ᄯᅮᆨ ᄯᅥ러지지도 안코 대롱대롱 매여 달려서 웃입설에 다을듯 다을듯 하는구먼……….

녀학생은 교동측 후소 골목으로 ᄭᅥᆨ겨 들엇다. 코 흘니든 청년은 골목 모통이에 왼종일 섯슬 것처럼 서서 뒤 맵시를 맥업시 보고 잇고…… 나는 그제야 흥넛케 날너서 녀학생의 그 어엽븐 억개에 올나 안젓다.

아이고 그 고흔 살같 분은 발럿것만 살ㅅ같이 희여서 분이 눈에 ᄯᅳ이지도 안켓난대 서늘한 눈 나즉한 코 잠잠한 입모숨이 퍽 얌전하게 생긘 얼골이지만 이마 우에 압머리를 가위로 베힌 것을 보닛가 모양도 내이고 십어 하는 아가씨가 분명하구먼……… 무얼 내 말이 틀니는 법 잇든가 압머리에 가위질하는 녀자 치고 허영심 적고 련애 소설 안 닑는 사람은 업느니…….

녀학생은 억개 우에 은파리를 모신 줄도 모르고 측후소 담을 두 번 ᄭᅥᆨ기여 익선동(益善洞) 골목으로 휘여 들더니 족고만 납작한 긔와집으로 쑥 드러갓다 이럿게 적은 집 ᄯᅡ님인가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 면서 주의해 보노라닛가 벌서 브역문 엽헤서 사십 넘은 부인이 담배대를 입에서 ᄲᅢ고 우스면서

『어서 와— 혼자 오나베 우리 집 학생들은 다 왓는걸』 하는 것을 보닛가 이 집이 녀학생의 집이 아니고 다른 녀학생들이 잇는 하숙집인 모양이다 그것 보지 벌서 건는방 뒤ㅅ방에서 세 사람의 녀학생이 튀어 나오면서

『아이그 명자야 이얘 어서 오너라 족곰하트면 느즐번하엿다 학교에서 인제 오니?』

『아이그 어서 올너 와요 얼른 먹고 얼른 가야지』

하고를 남학생들보다 더 수선을 피우는 것을 보닛가 지금은 얼골 고흔 얌전스런 학생이 명자이고 그네들은 어대 갈 약속이 미리부터 잇섯든 모양이다 오날이 토요일이닛가………….

명자는 올나가서 건는방에 드가 안젓다. 몹시 향(香)내가 나는 방이엇다. 족고만 선반 우에는 ᄲᅡ스켓 두 개가 철 느즌 흰 구두와 함ᄭᅦ 언치여 잇고 벽에는 구지레한 그림 조각이 두어 장 부터 잇고 책상 우에는 책보다도 올망졸망한 상자가 더 만히 잇섯다. 그러고 조화(造化) 가지를 사다가 ᄭᅩ자 논 것ᄭᅡ지 이 방에 잇는 녀학생들이 취미가 너저븐하고 학교는 명자와는 ᄯᅡᆫ판으로 ××학교라 하나 공부보다는 모양내기와 도라 다니긔에 더한 정성을 쓰는 사람인 것을 알 수 잇섯다. 오후 한 시—

한편에서는 분을 바르고 머리를 들고 치장하느라고 법석 한편에서는 밥상을 가저다 놋코 재축하느라고 법석

『에그 명자야 너도 여긔서 갓티 먹고 가자 어느 틈에 너의 집에 ᄯᅩ 갓다가 오겟니 자 어서 먹어라 시간이 늣겟다 벌서 창환 씨하고 경호 씨하고는 와서 기다리고 잇겟다』

이럿케 권하고 ᄯᅩ 수선부리는 그들에 비교하야 명자는 넘어도 ᄭᅢᆨ긋하고 넘어도 얌전하야 이런 축에 ᄭᅵ일 사람 갓지 안 했다. 그러나 명자는 처음으로 이런 축에 석기는 것 갓지는 안햇다.

점심 먹고 ᄯᅩ 한 차례 치장하고 녀학생이 동관 큰 길로 단성사 압흘 지나 구리개 일본 활동사진관 황금관(黃金館) 압헤 니르기는 두시 십분 후엿다. 앗다 길거리에서 엇더케들 지나가는 사람들이 처다보는지 남자들만 이 모양낸 녀학생들을 처다보는 것이 아니라 녀자들도 이 패들을 몹시들 처다보는 것을 나는 이날 처음 알앗다.

황금관 압해는 벌서 남자 양복 청년 두 사람이 집행이ᄭᅡ지 집고 기다리고 잇다가 반갑게 마지하엿다 그 중의 한 사람은 나도 아는 사람이다 분명히 테부동(體府洞) 살면서 시외(市外)에 잇는 ×× 저문에 다니는 학생 S이다. 그가 부리낫케 압장서 가더니 일동표 여섯 장을 사 가지고 와서 넉 장을 녀자 편으로 주고 압장 서서 들어가닛가 녀자들도 뒤니어 들어갓다. 명자는 맨 뒤에 ᄯᅡ라 드러갓다

나는 멋도 모르고 명자의 억개에 안즌 채로 ᄯᅡ라 드러 갓드니 엇—덧케 캄캄한지 혼이 낫섯다. 벌서 활동사진을 빗취는 중이라고 그럿케 캄캄하다든가?

하도 캄캄한 속이라 나는 그 캄캄한 이층 일등석에 자리 잡고 안즌 그들의 행동을 자세히 볼 수 업섯다

활동사진에 빗취는 서양 사람 년놈이 입을 맛추고 ᄭᅵ고 다라나고 할 ᄯᅢ에 명자의 얼골이 달어서 훗근훗근 하기에 왼 일인가 하고 삷혀 보닛가 어둔 속에서 엽헤 안즌 S가 명자의 손을 ᄭᅩᆨ— 잡고 잇는 것을 보앗슬 ᄲᅮᆫ이다.

다섯 시가 갓가워서야 그들은 그 캄캄한 속에서 나왓다. 녀학생들은 압스고 남학생은 뒤스고 태연히 도라오다가 단성사에서 남학생ᄭᅡ지 다섯 사람은 앗가 그 녀학생 하숙집으로 가고 명자만 ᄯᅡ로 ᄯᅥ러저서 철물교로 지나 우미관 골목 관철동으로 들어간다.

올치 인제야 저의 집으로 가는고나 하고 나는 그의 집에ᄭᅡ지 ᄯᅡ라갓다

그 집은 그럿케 크지도 작지도 안은 ᄭᅢᆺ긋한 개와집이엿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포목전(布木)을 경영하는 몹시 완고한 사람이고 큰 ᄯᅡᆯ은 공부도 안 식혀서 싀집 보낸지 오래고 엇더케 바람이 불어서 명자와 명자의 손아래 어린 아들만 학교에 너어 노은 것이엿다.

『오늘이 반공일이라는대 왜 이럿케 늣게 오니』 하고 어머니가 내다 보면서 웃기에 엑크 큰일나는구나……… 하고 내가 먼저 걱정을 하엿더니

『아니얘요 오늘은 밤에 학교에서 토론회가 잇스닛가 그 준비하고 오느라고 느젓서요』

이럿케 엉ᄯᅮᆼ한 대답이 그 어엽븐 아가씨 입에서 나와서 어머니의 의심을 홧작 풀어 놋는다.

『에그 토론회가 무엇 하는 거냐』

『학생들이 연설하는 것이야요』

『녀학생들이 연설을 해— 녀학생이 연설을 다 할 재조가 잇나』

『저도 한답니다 그래서 그것 준비 하느라고 이ᄯᅢᄭᅡ지 잇섯서요』

『넷ᄭᅡ짓 것이 다 할 줄 아니 그것 구경햇스면 좃켓구나 구경은 못 하니』

『녀학교 안에서 하는 것이닛가 우리 학교 학생 외에는 아모도 안 드린다오』

『에그 저런 그것 좀 가 보앗스면 조흘 걸 그랫구나』

하고 ᄯᅡ님 연설한다는 통에 조—와서 입이 귀밋ᄭᅡ지 버러저서

『그래 네ㅅᄭᅡ짓 것이 무어라고 연설을 한단 말이냐……… 에그 어멈— 어멈— 복순 어멈— 어서 저녁 짓게 오늘은 저녁을 얼른 지어야 아가씨가 학교에 연설하러 난다에 연설하러 가요 어서 ᄲᅡᆯ니ᄲᅡᆯ니 짓게………』

어머니란 속는 것 연극장에 갓다 온 줄은 모르고 싱글벙글하면서 저녁밥을 얼른 차려서 귀여운 ᄯᅡ님을 먹여서 내여 보냇다.

그러나 토론회가 잇기는 정말 잇는가 보다 하며 나는 토론회 구경할 욕심으로 그의 억개 신세를 ᄯᅩ 지기로 하야 새로 가라 입은 비단 저고리 우에 올너 안저서 그 집을 나섯다. 그가 학교로 가려면 탑골공원 뒤로 도라갈 터인대 원걸 큰 길거리에 나스더니 덕흥서림 압해서 뎐차에 올나 탄다. 학교에 간다더니 이 양반이 한강텰교로 가나 보다 하엿더니 왼걸 왼걸 그것도 안이고 조선은행 압헤서 나려서 경성 우편국으로 쑥 드러간다. 대체 이것이 왼일인가 하엿더니 오 오 알앗다 우편국 걸상에 안젓다가 명자를 보고 벌덕 니러스는 청년 보닛가 앗가 그 ×× 전문의 S 학생이다

으흥 너의가 진고개로 갈 모양이로고나 하엿더니 정말 그들은 압스거니 뒤스거니 남이 보면 동행인지 모르게 진고개 불 밝은 길로 휘여 들엇다. 한참이나 가다가 주춤하고 서서 망설거리는 곳 그 압헤는 족고만 일본 료리집이 잇섯다. 동행하기도 붓그러하는 사람이닛가 료리집에는 안 드러갈 터인대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잇난 새 그들은 ᄶᅮ루루 그 엽헤 잇는 시계 안경집으로 드러갓다. 에그 나는 시계나 안경보다는 료리집이 더 궁금하다! 하고 나는 후루루 날너서 료리집으로 드러가서 가제 맨든 ᄯᅡᆺ듯한 음식을 족곰식 실례하고 잇섯다.

한 십분ᄶᅳᆷ 지낫슬가 시계 집에서 나온 명자의 손에는 어업븐 족고만 팔둑 금시계가 잇섯다. 물론 S 청년의 돈주머니는 앗가보다 갓븐하여젓슬 것이다 그들은 그제부터는 볼 닐 다 본 사람갓치 휘적휘적 거리서 영락뎡으로 ᄲᅡ저서 구리개 길로 나서서 뎐차도 안 타고 거러간다. ᄯᅩ 무슨 일로 뎐차도 아니 타노 하엿더니 잠간 가다가 일본 사람의 사진관으로 쑥 드러간다. 사진을 백히면 낫에 백히지 왜 돈 더 주고 사진 낫브게 밤에 백히노— 하엿스나 내 사진 박히는 것 아니닛가 잠잣코 ᄯᅡ라 드러갓다.

녀자는 안고 (물론 새로 어든 금시계 팔둑에 걸고 소매는 놉즉이 것고) 남자는 단장 집고 섯고 이럿케 두 내외처럼 사진 박히는 데 구태여 그 사진에ᄭᅡ지 내가 박혀서는 미안하겟기에 나는 밧그로 나와서 사무실 압헤 섯다 그랫더니 사무실에 잇는 사람들의 자미 잇는 담화

『흥 지금 온 것들도 그ᄯᅡ위 ᄶᅡᆷᄶᅡᆷ이 패들이지요 그럿치 안코야 왜 밤에 백히러 오나요 아조 저의ᄭᅵ리는 남매간인 체하지만은 사진관에서야 속나요 그러고 저런 패들은 남몰내 밤에 백이는 것이닛가 사진도 ᄭᅩᆨ 두 장만 맨들어 주고 사진 유리는 ᄭᅢ트려 업새 달라고 졸른담니다. 그럿치만 형사나 신문 긔자들이 탐지하고 알어가는 줄은 모르고 그러지요. 저런 패들이 수두룩합니다.』

『누구던지 서로 사랑하게 되면 그냥 밋처 버리닛가 그럿치요 나종에 그 사진이 형사의 손에 드러가거나 신문 긔자 손에 들어가는 것을 밋처 아나요 그러자 명자와 S가 나오닛가 그들의 이약이는 ᄯᅮᆨ ᄭᅳᆫ처젓다. 아니나 다를가 S도 사진 갑을 내면서 어리석게도 신신히 당부하는 말이

『주소는 적지 안켓소 내가 차즈러 올 터이닛가……… 그런데 석 장은 소용 업스니 ᄭᅩᆨ 두 장만 맨들고 유리는 아조 ᄭᅢ트려 업새시요』 하닛가 앗가 이약이 하고 잇든 사무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픽 우섯다. 사진관에서 나오닛가 밤이 ᄭᅫ 깁헛다.

시침이 ᄯᅮᆨ ᄯᅦ고 아장아장 집에 도라 가서 어머니가 연설을 엇더케 하엿느냐고 뭇기도 전에

『에그 어머니 나 오늘 연설을 뎨일 잘 하엿다 구교장에게 이것을 탓서요』 하고 팔둑 금시계를 쓱 내여 미는 것을 보고 나는 그만 긔절할 ᄲᅥᆫ하야 도망하듯 ᄯᅱ여 나왔다.


학교가 가뎡을 모르고 가뎡에서 학교를 모르고 고 틈을 타서 학교와 가뎡 그 사이에 ᄯᅡᆫ 세상 하나가 요럿케 얌전하게 버러저 잇는 것을 주의하는 사람이면 몃몃이나 되느냐 —ᄭᅳᆺ—